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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14-05-13 00:08 | 조회 : 305 / 추천 : 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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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공포] 스륵 스륵 (편돌이분들 재밌게 읽으실듯, 단편)스륵 스륵. 한창 취업난에 고통을 몸소 체험하고 있던 나는 당장 먹고는 살아야겠기에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우연치 않게 구인공고를 보고 면접을 보러 들어갔던 한 편의점에서 당장 다음날부터 일할 수 있냐는 질문에 흔쾌히 승낙한 결과였다. 생전 처음해보는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는 생각보다 무난했다. 아니, 점차 시간이 흐를수록 무난 하다기 보단 오히려 짜증이 솟구칠 정도였다. 그건 다음 아닌 고독에서 비롯된 지루함과 새벽시간이라는 시간적 애매함으로 비롯된 잠과의 싸움 때문이었다. 손님은 씨가 마르다시피 방문횟수가 적었고 그건 이러다 월급도 제때 못 받는 게 아닐까 하는 심리적 부담감으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오늘 역시 난 그 지루함, 잠 이라는 두 녀석과 고군분투 하고 있었다. “아 싯팔 겁나 졸리네!” 짜증스럽게 카운터에서 빠져나온 난 밖으로 나와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고는 익숙하게 불을 붙였다. 거리의 풍경은 어제와 그저께 아니, 처음 이곳에서 일을 시작할 때와 다를 것 없이 고요했다. 큰길가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찌된 것이 도로를 달리는 차들을 보는 게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었다. 무슨 명절을 맞아 대부분 서울을 빠져나간 것도 아닐뿐더러 막말로 강도사건등이 일어날 만한 수준의 외진 위치도 아니었는데 정말이지 거리는 한산하다 못해 을씨년스러웠다. “이건 뭐…” 차들 뿐 아니라 길을 배회하는 사람도 씨가 말라 담배를 태우다 말고 손님을 받아야하는 고난 같은 일은 아직까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거 하나는 마음에 든다고 해야 하나? 난 어느 새 필터까지 타들어갈 기세로 부러진 분필토막마냥 작아진 꽁초를 바닥에 흘리고 발로 짓이긴다. 그리곤 습관적으로 거리를 한 번 더 쓰윽 둘러보며 가게 안으로 들어가려 할 때였다. “뭐지 저건?” 제법 멀리 떨어진 (한 30미터?) 횡단보도 건너편에 뭔가 검은 비닐봉지 같은 것이 지저분하게 흐트러져 있었다. 그건 조금씩 나풀거리는 것처럼 묘하게 움직이고 있었는데 아마 제법 강한 바람 때문인 것 같았다. 시력이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었기에 뭔지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고, 난 누군가 쓰레기라도 무단 투기하고 간 거라 생각했다. 인적이 이렇게 드무니 아무데나 버려도 된다고 생각했나? 누군지 몰라도 참 멍청하다며 혀를 내두르는 나였다. “요즘 같은 세상에 CCTV가 구석구석 얼마나 많은데, 바보 같긴.” 가게 안으로 들어온 난 되도 않는 공부를 하겠다고 준비해온 일본어 교제를 카운터위에 펼쳐놓고 주저리주저리 입을 놀린다. “오겡끼 데스까!? 와따시와 겡끼 데쓰!” “흠, 뭐 뒈지지 않고 잘 지내냐? 난 잘 지내 시발놈아! 정도로 해석하면 되겠군?” 나름 뛰어난 해석이라 생각하며 밑줄을 긋는다. JLPT 시험이 두 달도 안남은 시점에서 내가 익히고 있는 문장은 이러했다. 시험에서 떨어져 내년에 또 다시 이러고 있을 것이 자명했지만 난 애써 사실을 부정하며 페이지를 넘기기 바빴다. 그렇게 시간은 무르익어 어느덧 3페이지에서 5페이지까지 무려 두 장이나 습득한 난 이미 카운터에 엎드려 있었다. “아 열심히 공부했더니 또 졸음이 엄습하는 군.”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쫘악 핀 난 다시금 가게 밖으로 몸을 옮겼다. 아무래도 찬바람을 쐬어야 될 것 같았다. 이내 습관이 되어 버린 담배를 입으로 가져가 불을 붙이는 나. 공허함으로 가득한 고요한 거리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역시 졸릴 땐 담배만한 게 없군?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 모금 두 모금 흡입하며 목이 갑갑해진 난 거리에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크게 가래침을 뱉어버리곤 흡족한 얼굴로 다시 담배를 입에 문다. “어라? 아직도 있네.” 자연스럽게 아까 보았던 무단 투기로 보이는 쓰레기 더미가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아까보다 위치가 조금 바뀐 것도 같아 보인다. 아까는 횡단보도 바깥쪽에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 보니 반쯤 도로위로 걸쳐져 있었다. 뭔가 검은 바탕에 울긋불긋 한 것 같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제법 길다 란 모양이었다. 아깐 검은 비닐이 뜯어져 내용물이 쏟아져 있던 걸로 보였는데 말이다. “누가 발로 차고 갔나. 하여간 저런 것들 때문에 청소하는 아저씨들만 죽어나지 죽어나!” 괜스레 환경미화원 아저씨의 마음을 대입시키던 난 혀를 끌끌 차며 꽁초를 하수구에 던져버리며 가게로 들어왔다. 자리에 앉아 이번엔 스피커에서 흐르는 라디오 디제이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며 담배 진열대에 몸을 기댄다. “그럼, 2910번님의 신청곡 ‘흥부가 기가 막혀’ 듣고 오시죠.” “흥부…” 요란한 멜로디가 시작되기 전에 채널을 돌려버렸다. “이런 야심한 시간에 노래를 틀어도 꼭 이딴 노래만 틀더라 얘는…” ‘치이익 치이익’ 주파수가 잘 잡히지 않는 모양인지 스피커에선 지글지글한 소음만 흘러나왔고 짜증이 치밀어 오른 나는 결국 라디오를 꺼버렸다. “치사해서 안 듣는다. 안 들어!” 다시 공부나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책을 펼치는 나. “오겡끼 데스까!! 와따시와 겡끼데쓰!!!” “뒈지지 않고 살아있냐!? 난 살아있다 십 새끼야!!” 결국 아까 읽었던 두 문장만을 읊는 것을 끝으로 20초 만에 책은 도로 덮었다. 내가 생각해도 나란 놈은 끈기라는 게 조금(?) 부족한 것 같았다. 조금(?)만 끈기가 있었어도 하버드는 그냥 갔을 텐데. (잉?) 결국 그 잠시 동안의 지루함을 못 참고 난 또 다시 가게 밖으로 나와 버렸다. 가만히 앉아있자니 졸음이 밀려올 게 자명 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역시나 또 다시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리고 이제는 자연스럽게 횡단보도 쪽으로 시선을 옮긴다. “어?” 길 다란 검은 비닐 같은 덩어리에 울긋불긋한 것이 붙어있는 쓰레기의 위치가 도로 한 가운데로 바뀌어 있었다. 아깐 분명 횡단보도와 도로 사이에 반쯤 걸쳐져 있던 것 같은데 말이다. 그새 누가 또 발로 차고 갔다는 건가? 아니면 차가 들이 받고 간 건가? 괜스레 기분이 좀 이상했다. 그렇게 담배에 불을 붙일 생각도 잊은 채 물끄러미 정체모를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런 나를 매서운 바람이 한차례 훑고 지나갔다. 바람 탓인지 도로위에 있는 그것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괜히 찝찝한 마음에 난 담배를 태울 생각을 접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그럼 2910님의 신청곡 ‘흥부가 기가 막혀’ 듣고 올까요?” 가게 안에 들어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흘러나오는 라디오 소리. 그것도 좀 전과 같은 번호와 같은 신청곡. 난 온 몸의 털이 쭈뼛쭈뼛 서는 감각을 느끼며 재빨리 카운터로 들어가 라디오 전원 스위치를 꺼버렸다. “흥부…” ‘삑’ “뭐야 대체! 뭐냐고!” 난 도무지 심장의 벌렁거림을 잠재울 수 없었다. 뭔가 말로 표현 할 수 없었지만 뭔가가 점점 나를 압박해 오는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카운터에 몸을 숙이고 쪼그리고 앉아 벌벌 떨고 있는 나. 냉장고 돌아가는 ‘우웅’ 소리 외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밖의 거리와 다를 것 없는 고요함이 찾아오는 순간이었다. 그렇다고 라디오를 다시 켤 엄두는 나지 않았다. 그때였다. ‘스륵 스륵’ 어디선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스륵 스륵’ 마치 빗자루 질을 할 때 나는 소리처럼 작았던 소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커져갔다. ‘스륵 스륵’ 마치 무언가 끄는 것 같은 아니, 뭔가 땅에 끌린다고 하는 게 더 맞을 것 같은 소리. 그 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스륵 스륵’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치다 못해 가슴을 뚫고 튀어 나올 것 같았다. 덕분에 숨을 쉬는 게 이렇게 힘들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처음으로 경험하고 있었다. ‘스륵 스륵’ ‘꿀꺽’ 난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카운터 책상을 부서져라 붙잡고 떨리는 몸을 지탱하기 바빴다. ‘스륵 스륵’ ‘스륵 스륵’ ‘스륵 스륵’ ‘…….’ “……?” 소리가 멈췄다. 전처럼 ‘우웅’ 거리는 냉장고 소리만이 흐르고 있을 뿐이었다. 도대체 그 소리의 정체는 뭐였을까? 지금이라도 사라져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긴장의 끈을 놓기엔 점차 가까워지던 소리의 정체가 마음에 걸렸다. 그 어느 때보다 손님을 간절히 바라는 순간이었다. ‘살펴봐야 하나?’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뭐가 됐든 일단 바깥을 확인해 봐야 할 필요가 있었다. 만에 하나 강도라고 한다면 얼른 가게 문부터 잠그고 신고하는 편이 안전할 게 아닌가. 난 떨리는 마음을 애써 침착하게 먹고는 조심스럽게 천천히 카운터에서 머리를 빼꼼이 들어 올렸다. ‘아무도 없다.’ 투명한 가게 문으로 비치는 바깥 풍경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조금 전과 같은 한적하면서도 횅한 거리의 모습만이 날 마주할 뿐이었다. 속으로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 나는 망설임 없이 주저앉았던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카운터를 돌아 나와 문 앞으로 조금씩 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일단은 왠지 문을 잠그는 편이 날 것 같았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좁디좁은 작은 매장이 운동장이라도 되는 마냥 조심스럽게 움직여 간신히 난 문 앞에 당도할 수 있었다. 그때였다. “그럼 2910번님의 신청곡 ‘흥부가 기가 막혀’ 함께 듣고…” 또다시 스피커에서 아까와 똑같은 디제이의 목소리가 흘러나옴에 난 황급히 고개를 돌려 라디오의 액정을 바라보았다. 역시나 꺼져 있던 라디오는 켜져 있었다. “이건 대체…” 그리고 그 순간 난 내 목덜미 뒤에서 싸늘한 한기를 느낄 수 있었다. 정말 보고 싶지 않았으나 내 의지완 다르게 목은 서서히 돌아갔고 눈 역시 감기지 않았다. 그리고 완전히 고개가 돌아갔을 때 난 가게 문 건너편에 바닥에 있는 그것을 볼 수 있었다. 쓰레기라고 생각했던 그것은 검은 머리를 허리까지 풀어 헤친 정장차림의 여성이었는데 그 여자는 온통 피를 뒤집어 쓴 듯 울긋불긋한 색상의 기괴한 모습이었다. 핏기라고는 하나도 없는 시퍼런 손엔 손톱이 다 뒤집어져 피가 질질 흐르고 있었고 그 손으로 여자는 고개를 숙인 채 이쪽으로 조금씩 기어오고 있었다. ‘스륵 스륵’ 긴 머리와 옷이 바닥에 끌리며 만들어지는 마찰음. 점차 가까워 지는 여성. ‘스륵 스륵’ 서둘러 문을 잠궈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머리완 다르게 내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스륵 스륵’ 이윽고 문 앞에 다다른 여자가 소름끼치는 손으로 문을 짚으며 고개를 천천히 들어올렸다. 안구가 없는 빈 공간에서 검붉은 피가 쉴새없이 흘러내리는 여성의 참혹한 얼굴을 보는 순간 난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은 채 쓰러졌다. ‘털썩’ “흥부가 기가 막혀 흥부가 기가 막혀…” 라디오에선 끈임 없이 노래의 같은 구간만 반복되고 있을 뿐이었다. ***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병원에 실려 온지 꽤 되었을 때였다. 깨질 것 같은 두통을 뒤로하고 힘겹게 상체를 일으키는 나. 때마침 엄마와 제복을 입은 낮선 남자 하나가 들어왔다. “정신이 좀 들어!? 꼬박 이틀 동안 안 깨어나서 엄마가 얼마나 걱정 했는 줄 아니!?” “어, 엄마 여긴…?” “어디긴 병원이지. 가게에 쓰러져 있던 널 어떤 손님이 신고해줬다는구나. 하늘이 도왔지 뭐니. 흐흑.” 엄마는 감정에 복받쳐 올랐는지 눈물을 떨어트리시며 내 손을 움켜잡았다. 자연스럽게 내 시선은 그런 엄마의 옆에 서있는 제복의 남자에게로 향했고 그런 날 눈치 채셨는지 엄마는 다시금 입을 여셨다. “형사님이셔. 네가 쓰러진 그날 그 근처에서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다는 구나. 그날 네가 뭔가 본 게 있을지 모른다고 해서 이렇게 찾아오셨는데 때마침 깨어나서 다행이구나.” “사건…?” 내 의아한 물음에 이번엔 형사라는 사내가 앞으로 한걸음 내딛으며 대답했다. “네, 그 가게 건너편 횡단보도 앞에서 안구가 적출 당한 채 참혹하게 죽어있는 20대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었습니다. 뭔가 기억나는 게 있으십니까? 덕분에 범인 중 하나는 검거하는 데 성공했는데 나머지 한명의 행적이 묘연해서 말입니다.” 형사의 말에 가장먼저 드는 생각은 덕분에 범인 중 하나를 검거했다는 말이었다. “덕분에라뇨…?” “뭔가 보신 충격으로 쓰러지신 게 아니었습니까? 기절해 있는 내내 2910번이라고 중얼거리시길래 혹시나 그게 무슨 단서가 아닐까 생각했죠. 그리고 그 번호는 범인의 차량 번호더군요. 그렇게 일사천리로 놈을 검거하는데 성공했고요. 그래서 저희는 당연히 목격자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온몸에 소름이 돋는 순간이었다. 이내 난 기절하기 직전까지의 내용을 힘겹게 입 밖으로 끄집어내었고 엄마와 형사의 얼굴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변해갔다. “그렇게 된 것이었군요. 그럼 저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아무쪼록 몸조리 잘 하시구요.” 난 가볍게 목례로 인사했고 엄마는 형사를 밖까지 배웅하러 따라 나가셨다. 병실 침대 끝에 몸을 기대 뉘인 채 난 다시 한 번 그날의 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그날 내가 보았던 것. 그건 혹시 억울하게 죽은 여성이 눈을 감지 못하고 혼령이 되어서까지 필사적으로 내게 도움을 청하려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난 깊은 한숨을 내 쉬었다. 그 어떤 날 보다 담배가 땡기는 순간이었다. ***** “흠, 이렇게 끝맺으면 되려나? 뭔가 끝이 좀 엉성한데…” 소설가가 꿈이었던 난 오늘도 역시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노트북으로 글을 끄적거리고 있었다. 소재가 없어 한참을 머리를 쥐어 싸매고 있는 와중에 담배를 태우다 우연히 횡단보도 건너편에 어질러져 있는 정체모를 뭉치들을 보고 시상을 얻은 참이었다. 멀리서 봤을 때 울긋불긋 한 것이 제법 사람이 쓰러진 모양과 크기도 비슷했기에 한 번 엮어본 것이었다. 그런데 끝으로 갈수록 뭔가 강렬한 임팩트 같은 게 부족하게만 느껴졌다. “내용을 싹 바꿔볼까? 알고 보니 그 여자는 귀신이 아니라 숨이 붙어있는 사람이었다고…” 막상 그렇게 바꾸자니 아예 다 지우고 새로 써야 할 판이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끝내기엔 뭔가 모자라고. 난 키보드를 두드리다 말고 짜증스러운 한 숨을 내뱉으며 노트북을 닫아버렸다. “아 싯팔 진짜 글 쓴다는 거 겁나 어렵네 어려워!” 사납게 카운터에서 일어난 난 담배나 한 대 태울 요량으로 가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치익.’ 익숙하게 불을 붙이며 뽀얀 잿빛 연기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자연스럽게 저만치 횡단보도도 쓰윽 훑어본다. “어라? 쓰레기뭉치들이 없네? 그새 미화원 아저씨가 지나갔나? 그나저나 오늘은 손님들이 정말 무진장 없군. 뭐, 나야 글 쓰는데 집중할 수 있어 좋지만.” 난 한 차례 피식 웃고는 반쯤 타들어간 꽁초를 아무렇게나 바닥에 내던지며 몸을 돌린다. 이내 가게 문을 익숙하게 밀어 재끼는 나. 그 순간 낮 익으면서도 낮선 정체모를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스륵 스륵’ ‘스륵 스륵’ ‘스륵 스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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