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 던전앤파이터 (이하 던파)의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26일 업데이트 예정인 ‘ACT5. 불을 먹는 안톤’(이하 불을 먹는 안톤)의 업데이트 소식을 알렸다.
공개된 내용으로는 ‘불을 먹는 안톤’은 그동안 유저들이 애타게 기다렸던 ‘안톤 레이드’의 업데이트를 다뤘다.
안톤 레이드는 기존 던파의 솔로 플레잉 던전이 아닌, 유저간 협동을 요구하는 레이드형 던전이다. 던파 페스티벌,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그간 전해졌던 소식에 따르면 안톤 레이드는 역사상 가장 어려운 난이도로 구성되어 있다고 밝혀졌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스토리상 안톤은 처치해야 할 주 적이므로 원활한 스토리 진행을 위해 모든 유저들이 클리어할 수 있는 일반 던전과 레이드형 던전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스토리상으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안톤인 만큼 배경 스토리를 빼놓을 수 없다.
본 기사에서는 공개된 안톤 레이드 배경 스토리를 다루고자 한다.
■ 안톤 레이드 티저 영상
■ 안톤 레이드 배경 스토리
병사들은 빗물이 입에 들어가는 것도 모른 채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상식이 깨어지는 순간이었다. 굳건하고 웅장한 대지가, 거신이 움직이고 있엇다. "콰아아아앙"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온몸을 부술 듯 울려오는 굉음은 물리적인 충격마저 동반하는 듯 했다. 그러나 이것이 단지 거체를 움직이기 위해 전신의 피를 순환시키는 소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절망감은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지는'것과 다름없었다. 물론 안톤이 움직이는 것을 보지 못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그저 다리를 들어올리거나 목을 돌려 불길을 내뿜는 정도였다. 그렇다. '그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콰앙" 고막이 터지는 착각이 든다. 어쩌면 머리가 이상해졌을지도 모르겠다. 익숙함 앞에 공포가 없어진다고 떠드는 자는 저 안톤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들고 있는 무기가 하찮게 느껴진다. 단지 기지개를 켜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굳어 움직이지 못하는데, 어떻게 싸울 수 있단 말인가. 굳은 각오와 결의는 폭풍 속 잃은 종이보다 부질업다. "콰아아앙" 모든 공간이 소리로 가득 차 있는데 오히려, 조용하다. 칼 끝 위에선 고요. 한계까지 불어넣은 공기 때문에 터지기 직전의 풍선 같은 그런 순간에 한 남자가 침을 탁 뱉었다. "무거운 엉덩이를 들어올리려니 별 짓을 다하는군." 허세를 부리는 것도, 포기를 한 것도 아니었다. 불평을 말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시끄러운 이웃 때문에 짜증난다는 불만이 뚝뚝 묻어나는 거친 말투였지만 병사들을 짓누르던 속박을 풀기엔 충분했다. 누군가가 내 쉰 긴 한숨을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작은 소음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 남자가 '젝터 이글아이'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안톤이 움직이기 시작했군요. 오늘까지 안 움직였으면 보고서를 다시 올려야 할 판이었는데 고마울 지경입니다." 긴 은발이 젖는 것도 아랑곳 않으며 잭터의 옆으로 다가온 남자가 피식 웃었다. 최전선에서 안톤과 대치하는 긴 싸움을 이어온 탓에 피곤이 벤 목소리였지만, 그의 총기(聰氣)를 훼손시키지는 못했다. 해안 수비대의 대장 하이람은 달라붙는 머리카락을 대충 쓸어넘기곤 커다란 설계도를 펼쳐서 잭터에게 보여주었다. "방금 연락이 왔습니다. 만전은 아니지만 위력은 자신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럼 그 쪽은 하이람 대장에게 부탁하겠소. 나엔양과 논의하여 언제 사용할 것인지만 알려주시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함선의 개조가 끝났다는 보고가 왔으니 먼저 가서 확인해주시오." "네. 맡겨주십시오." 하이람은 힘있는 대답을 남기고 자신의 부대원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하이람을 끝으로 모든 지시를 내린 잭터에게 남은일은 이제 기다리는 것 뿐이었다. 그는 비가 거세지는 것에도 아랑곳 않고 천천히 걸었다. 지금까지 있었던 수 많은 일과 앞으로 할 일이 그의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진흙이 튀는 것도 아랑곳 않고 무작정 걷는 잭터를 본 부관이 한숨을 쉬며 뛰따랐다. 나약하게 감기에 걸리지는 않겠지만 사령관이 우산도 없이 빗속을 걷는 것은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잭터의 성미를 아는 젊은 부관은 이미 체념한 지 오래였다. "이런, 비를 다 맞으시는 겁니까?" 한참을 걷던 잭터의 앞을 막아선 그림자가 있엇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품격이 느껴지는 의복을 갖춰입은 중년의 남자가 깊은 감색의 우산을 쓴 채 조용히 웃고 있었다. "유르겐공. 아직 안 돌아가셨소?" "저는 부족한 몸이지만 귀족의 일원입니다. 적이 가까이 있다고 해서 도망갈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망가진 군함 대신 사용할 함선을 제공해 준 것만으로도 공의 충성심은 충분히 보여주었소. 이제부터는 군인의 영역이니 돌아가시는 게 좋겠소." "그것에 관하여 말씀을 드릴 것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안톤을 쫓아 바다로 향하실 때 저도 함께 하겠습니다." 잭터의 굵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건 뱃놀이가 아니오만." "물론입니다. 이번 일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드리는 부탁입니다. 안톤을 쓰러뜨리기 위한 기지로 활용될 저의 배가 만약 작은 고장이라도 일으켜 에를록스 님을 귀찮게 해드릴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행여 그런 일이 있을까 걱정되니 동행을 허락해 주십시오." 표면상으로는 부탁이지만 실제로는 통보나 다름없는 말이었다. 황녀의 명령에 따른 '공출'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대여'를 해준 이상, 유르겐의 선주로서의 권하는 상실되지 않는다. 더구나 그가 요구하는 것이 작전에 큰 방해가 되지 않기에 잭터에게는 막을 권한이 없었다. 잭터는 별명 그대로인 날카로운 눈으로 유르겐의 웃는 낯을 잠시 살펴보더니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군인의 식단이 대귀족의 입맛에 맞을지는 모르겠소만, 마음대로 하시오." "감사합니다. 그럼 저도 짐을 꾸리러 이만 가보겠습니다. 나중에 다시 뵙겠습니다." 유르겐은 꾸벅 인사를 하고 총총히 자리를 떴다. 흠 잡을 데 없는 예의범절. 그러나 그는 이렇게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잭터에게 우산을 권하지 않았다. 멀어지는 유르겐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잭터는 고개를 휙돌려 뒤에 서 있는 부관을 향해 혀를 찼다. "아니 이 어린놈은 평소엔 시끄럽더니 왜 이런 때만 입을 콱 다물고 있는 거야? 귀족 나으리가 씰룩거리며 제 지휘관을 몰아붙일때는 어린놈이 나서서 "그건 안됩니다.","말이 되는 소릴 하시죠","허튼 짓 그만하고 니네 집 이불 속에나 쳐박혀 있어라."등등으로 쏘아붙여야 하는거 아니냐? 그럼 내가 "허허, 무레한 건 내가 아니고 이 녀석이지만 사실 나도 그 말이 하고 싶었어."라는 얼굴로 무게 잡고 서있었을 텐데." "말씀하신대로 어린 놈이라 연장자의 실력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태연하게 대답하는 부관에 잭터가 한숨을 푹 쉬었다. "나 원, 역시 내 주변에 말 못하고 죽을 놈은 아무도 없다니까. 됐네. 이제 그만 가세." "어디로 가십니까? 사령관님의 막사도 지금쯤 접고 있을 겁니다만." "그래서? 이 비를 맞으며 계속 서있자는 건가? 자네도 쫄딱 젖었으니 옷이나 말리러 가자고." "알겠습니다. 건쉽을 대기시켜놓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부관은 긴 다리를 성큼성큼 움직여 병사들 사이로 섞이어 사라졌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누군가를 떠올리려던 잭터는 전투와 상관없는 상념에 빠지려는 자신을 깨닫곤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멀리 보이는 안톤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꽤나 길었군." 잭터가 주름진 미간을 주물렀다. 몸을 일으켜 이동할 준비를 하는 안톤과 그에 비하면 터무니 없이 작은 인간들의 모습이 한 눈에 보였다. 안톤. 바칼에 이어 느닷없이 천계에 등장한 파괴자. 잭터는 안톤이 파워스테이션에 나타났다는 급보가 날아온 그 날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급보를 전해들었을 때, 그는 카르텔과의 전쟁보다 안톤을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어린 황녀를 둘러싸고 있는 귀족들은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 전력을 빠앗기는 것은 물론 심각한 일이지만 당장 목전에 들이닥친 카르텔이 더 급해 보였기 때문이다. 귀족원의 반대를 무시하고 파워스테이션으로 향하였을 때는 황도군 총사령관의 지위를 내려놓아야만 했다. 지원을 기대하는 것이 사치였다. 그럼에도 잭터는 어떻게든 최소한의 병력을 만들어 이튼으로 향했다. 무모하다고도, 무책임하다고도 했다. 그를 믿었기에 더더욱 그의 결정을 믿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다. 잭터 이글아이의 빈 자리를 노린 카르텔의 침공으로 겐트의 성벽이 무너지고 황녀가 납치되었을 때는 잭터 역시 몰래 가슴을 치며 고뇌했다. 그러나 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의 예상대로 안톤은 파워스테이션의 에너지를 어느 정도 흡수한 후 겐트로 향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안톤을 그저 자연재해로 보아 그에게 목적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건 착각이다. 안톤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위해 자신이 이곳에 오게 된 불의의 사고까지 이용하고 있다.'는 그의 생각이 적중한 것이다. 추측이 확신이 되자 잭터는 모든 지략과 경험을 총동원하여 안톤을 파워스테이션에 묶어두었다. 방어전을 펴는 것만으로도 한계였지만, 그래도 황도군은 안톤을 파쇄할 준비를 조금씩 갖추며 반격을 시작했고, 지금에 이른다. "저 놈을 이해 가능한 영역까지 끌어내리기는 했는데... 이 앞은 어떻게 할까." 단순한 소나기였는지 비가 점점 잦아들고 있다. 되돌아온 부관의 안내를 받으며 건쉽으로 이동하던 잭터의 시야에 젊은 군인들이 바삐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걷던 길을 멈추고 부하들을 멀리 바라보았다. "라이오닐 대령. 자네가 올해 몇이었지?" "스물 넷입니다." "좋을 때군. 내 딸도 그쯤인데 정확하게 몇이더라. 아비가 되어서 딸의 나이도 헷갈리다니, 미움 받을만도 하지 않나?" 운 라이오닐은 대답하지 않았다. 잭터의 말은 질문이 아니었고, 질문이라 하더라도 여기에 없는 사람이 답을 해야할 것이다. 잭터 역시 부관의 답변을 기다리지 않았다는 듯 껄껄 웃었다. "그리 심각한 얼굴 말게. 내 친구들은 다 죽었으니 자네들이 내 친구가 되어주어야 하지 않겠나. 내 나이쯤 되면 이런 소리가 나오게 되어있으니 익숙해지게나. 음. 하긴 자네는 언제나 심각한 얼굴이긴 하군." "...승산은 있습니까?" 나지막한 질문에 이번에는 잭터가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군모를 대충 털더니 천천히 눌러썼다. "자네는 나를 믿나?" "믿고 있습니다." "그럼 가세나. 이 싸움은 결국 독수리가 거북이를 사냥하는 것에 불과해. 쓸데없이 크고 예의도 없지만 독수리의 발톱이 날카롭다는 걸 보여주겠네." 잭터가 빙긋 웃었다. 그는 라이오닐 뿐 아니라 자신의 주변에 모여든 병사들의 면면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따라와라. 천계의 평화를 되찾으려면 자네들이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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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현 기자 sena@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