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년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가 인기 캐릭터 ‘여성 마법사’의 이성 직업 ‘남성 마법사’를 공개했다. 남성 마법사는 이성 직업으로는 여성 거너, 남성 격투가에 이어 세번째로 공개된 캐릭터로, 기존의 이성 직업과는 다르게 캐릭터의 스킬 및 컨셉이 기존의 캐릭터와는 확연히 다른 것이 큰 특징이다.
남성 마법사는 겉으로 보기에는 까칠해 보이지만 사실 속마음은 따뜻한 일명 ‘츤데레’성 캐릭터와 약간의 오글거리는 일명 ‘중2병’ 콘셉트를 조합시킨 캐릭터로, 여성 유저는 물론 남성 유저(?)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남성 마법사를 살아 숨 쉬게 한 장본인이 있으니, 바로 성우 ‘남도형’이다.
성우 남도형은 KBS 32기 공채로 합격해 현재는 9년 차 프리랜서 성우로, 페어리테일의 ‘나츠’와 도타2 ‘맹독사’, 리그오브레전드의 ‘제이스’등 다양한 작품의 캐릭터를 연기했던 성우다.
그중 남성 마법사를 특별히 아낀다는 성우 남도형, 그의 이야기를 듣고자 인터뷰를 진행해봤다.
아래는 남도형 성우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 남도형 성우의 평소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아래의 인터뷰 내용은 기사체가 아닌, 평체로 작성됩니다.
※ 본 기사는 인터뷰 특성상 상대방 비하 및 비매너 댓글은 경고 조치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 인터뷰
새나 : 아직 성우 남도형을 잘 모르는 유저가 많을 것 같아요. 우선 간단한 자기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남도형 : 안녕하세요. 얼마 전 32번째 생일을 맞이한 성우 남도형입니다. KBS 32기 공채로 합격해 지금은 9년 차 프리랜서 성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새나 : 32세에 9년 차시면 계산이 잘 안 맞는 것 같은데, 나이에 비해 경력이 많으시네요?
남도형 : 사실 이런 말씀 드리기 조금 민망하지만, KBS 공채로는 남성 최연소로 입사하게 됐습니다. (웃음)
새나 : 최연소라니 대단하네요. 뭔가 영재 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러면 어렸을 때부터 성우를 준비 하신 건가요?
남도형 : 아니요. 사실 저는 성우라는 직업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정말 우연치 않은 기회로 성우를 하게 됐는데요, 상당히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새나 : 시간은 많으니 천천히 얘기해주세요. (웃음)
남도형 : 2003년도쯤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되서 집에서 요양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가 연초였는데요. 병수발을 들어주던 친구와 침대에 누워서 TV를 보고 있었는데, 그때 ‘클리프 행어’가 방영하고 있기에 생각 없이 보고 있었어요. 그렇게 클리프 행어를 관람하고, 오후에 다이하드를 봤는데요. 주인공의 성우가 묘하게 목소리가 비슷한 거에요. 그래서 친구에게 "클리프 행어 주인공(실베스터 스탤론)이랑 다이하드 주인공(브루스 윌리스)이랑 같은 성우 아니냐?"고 물어봤어요. 그때 친구는 "무슨 소리야 아예 다른 목소린데, 다른 사람이겠지."라고 반박하더라구요.
남성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친구들끼리 이런 주제로 논쟁이 일어나면 괜히 자존심에 커지는 거 있잖아요. 그래서 서로 논쟁이 커지고 누구 말이 옳나 찾아보려고 ‘브루스 윌리스 성우’라고 인터넷에 검색해 봤어요.
그때는 지식IN이나 블로그 같은 게 없어서 맨 위에 ‘보이스 액터’라는 카페가 검색됐는데, 회원수도 많고 그래서 정보를 얻을 수 있겠다 싶어서 무작정 가입했어요. 알고 보니 이 카페가 성우에 관한 정보를 모아놓은 카페가 아니라, 성우를 지망하는 사람들이 모인 카페였어요. 근데 보다 보니 재밌어서 당초의 목적은 잊고 회원들의 게시물만 보게 됐죠.
그때 마침 다음날 보이스 액터 정모가 잡혀있다는 게시물을 발견했는데요. 계속 집안에만 있다 보니 밖에도 나가고 싶고, 재밌어도 보여서 정모에 나갔습니다. 그 자리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목소리가 좋다. 성우 한번 준비해봐라."라는 이야기를 듣게 됐어요.
어머니가 제 사주를 보셨는데 역술인이 "말을 하면 사람이 보인다."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씀해 주셨거든요. 그말이 뇌리에 박히더라구요. 그래서 이게 기회가 아닌가 싶어서 본격적으로 준비했습니다.
새나 : 뭔가 우연에 우연이 겹쳐서 드라마틱한 상황이 연출됐네요. 이런 걸 보고 천직이라고 하나 봐요.
새나 : 주변에서 최연소 성우에 대한 기대감 같은 게 있지는 않았나요? 중압감도 컸을 것 같은데요.
남도형 : 사실 저는 잘해서 합격한 게 아니라, 목소리가 미성, 유니크 하다는 이유로 합격한 것 같아요. 축구에서 보면 유망주를 영입해서 키우는 형태라고 보시면 이해가 빠르시겠네요. (웃음) 그래서 항상 잘한다는 소리보다는 "잘하진 않은데 참 열심히 한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만큼 꾸준히 노력했구요.
새나 : 제가 보기에는 노력하는 천재파 이신 것 같네요. (웃음)
새나 : 이야기 주제가 벗어났는데 논점으로 돌아오면, 던파의 남마법사 캐릭터를 연기하셨잖아요? 맨 처음에 의뢰를 받으셨을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남도형 : 제가 주로 연기하는 캐릭터들이 10대 청소년이 많아요. 근데 게임이 콘솔 시장에서 온라인 시장으로 넘어와서 그런지 10대 청소년 캐릭터가 많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남마법사를 하기 전까지는 게임에서 주역을 맡아본 적이 없어요.
게임에서 처음 맡게 된 주인공이 남마법사인 거죠. "드디어 내가 게임에서도 주인공을 할 수 있구나"하는 생각에 너무 좋았어요.
새나 : 그만큼 각별하실 것 같네요. 녹음 전이나 녹음 후나 던파를 플레이해 본 적은 있으신가요?
남도형 : 제가 연기했던 작품은 결제를 해서라도 플레이해봐요.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남마법사가 각별했기 때문에 던파는 유독 많이 플레이해봤어요. 제가 공들여서 녹음한 부분은 고 레벨 스킬이 많더라구요.
녹음한 음성을 전부 다 들어보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레벨업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웃음)
새나 : 녹음이야기가 나왔는데, 사실 남마법사가 조금 중2병스럽잖아요, 오글오글하실 것도 같은데 녹음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남도형 : 저는 중2병 전문 성우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이런 캐릭터를 많이 녹음해봤어요. 그만큼 제가 잘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캐릭터구요.(웃음) 그래서 큰 문제는 없었던 것 같아요.
다만, 녹음 과정에서 제 욕심 때문에 OK 사인이 떨어진 대사도 계속해서 녹음하고, 이 정도로 소리 지른 것 가지고는 목소리가 나가진 않는데 목소리가 아예 나가버린 기억이 있네요. 이게 어려움이라면 어려움일까요?(웃음)
새나 : 그러면 던파 남마법사 외에도 연기했던 작품 중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있나요?
남도형 : 음 다들 애착이 강해서 꼽기가 되게 어렵네요. 앞서 말씀드린 남마법사가 의미가 있구요. 그 외에는 ‘가면라이더 포제’의 ‘메테오’라는 캐릭터가 애착이 있어요. 녹음 시작부터 녹음 끝까지 정말 행복했거든요. 또, 어린이의 대통령 ‘로보카 폴리’가 있겠네요.
아! 얼마 전 던파와 콜라보레이션을 했던 ‘페어리테일’의 ‘나츠’도 애착이 강해요. 제가 녹음했던 두 캐릭터를 한자리에 모인 게 신기하기도 하구요. 남마법사가 나츠를 데리고 다닌다니 너무 귀엽지 않나요? (웃음)
새나 : 성우 생활을 오래 하시다 보니, 그런 인연이 생기기도 하네요. 그러면 역으로,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으신가요?
남도형 : 남마법사를 녹음하고 나서 두 가지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첫 번째로 남마법사 상위 직업군 언제 나오냐고 물어보시는데, 사실 저도 잘 모르겠거든요.. 저도 남마법사 상위 직업군이 어서 빨리 나와서 녹음하고 싶습니다. (웃음)
두 번째로는 네오플의 ‘사이퍼즈’ 캐릭터는 언제 녹음하냐고 물어보시는데, 저도 사이퍼즈 참 좋아하거든요. 사이퍼즈 신규 캐릭터 나오면 저도 꼭 한번 참여해보고 싶어요. 관계자분 보고 계시죠? 보고 계실 거라고 믿겠습니다. (웃음)
새나 : 근래에 성우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어 성우를 꿈꾸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는데요. 이런 미래의 후배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말이 있나요?
남도형 : 성우라는게 캐릭터 연기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외화, 나레이션, 광고 등 다양한 분야가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보통 많은 사람들이 나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니까, 게임을 좋아하니까 성우를 하고 싶다. 라고 하시던데 성우란 직업은 애니메이션, 게임의 캐릭터가 되는 게 아니라 감정을 전달할 줄 아는 연기자가 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성우를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성우에 대한 올바른 길을 바라보고 전진했으면 좋겠어요.
사실 성우라는 직업은 "어떻게 하다 보니까 하게 됐다." 라고 말할 수 없는 직업이에요. 판,검사들에게 어떻게 판,검사를 하게 됐는지 물어보면 "열심히 공부했고 어떤 계기가 있었다."라고 말하지 어쩌다 보니 하게 됐다.고 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성우도 똑같아요. 엄청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한 직업입니다.
이런 어려움도 감수하고 성우가 하고 싶다는 분들이 있으면, 부디 꿈을 잃지 말고 올바른 길을 따라서 성우를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성우가 매력적인 직업임은 틀림없으니까요. 저는 성우를 하면서 한 번도 힘들 거나 어려웠던 적이 없는데요. 자기가 정말 간절하고 사랑했던 일을 실제로 하다 보니까 그만큼 만족도가 높은 것 같아요. 여러분들도 이런 기쁨을 함께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새나 : 좋은말씀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보고 계신 던파 조선 회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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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현 기자 sena@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