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던전앤파이터의 개발사 네오플과 노조의 갈등이 격화된 총파업의 여파로 '축제의 장'이 되었어야 할 20주년 대형 행사가 취소되고 이용자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그들이 화난 이유는 명백하다. 노조에서 공개한 전면파업 일정은 내달 8일로 '2025 DNF 페스티벌'의 개최되기 전날까지로 설정되어 있어 노골적으로 '20주년 행사'와 '이를 즐길 권리가 있는 이용자들'을 인질로 삼아 밥그릇 싸움에 이용하는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노조 측에서 이야기하는 신규 시즌 '중천'의 성과를 따지기 이전에 그들이 지난 '백해' 시즌에서 노출했던 온갖 문제점이 파묘되면서 그 불길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백해' 시즌은 던전앤파이터가 지금까지 장기 서비스를 지속하면서 사전에 공개한 연간 로드맵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은 물론 조기 종료라는 특단의 대책이 나올 정도로 평가가 좋지 못했던 시기였다.
파밍과 성장의 즐거움이 결여되어 있던 백해 직전 시즌인 'NEXT JOURNEY' 시절의 구조적인 문제를 어느정도 개선하기는 했지만 고정 에픽 파밍 > 커스텀 에픽 혼합 > 미스트 기어를 위시한 4유효 커스텀 옵션 최적화라는 큰 틀에서는 달라진 것이 없었기에 한계가 명확했고, 서사 측면에서도 힐더의 음모와 전말을 알게된 플레이어 '모험가'가 이에 대항하는 핵심 인물인 대마법사 '마이어'를 만나러 선계로 넘어갔지만 진행속도가 지지부진했고 콘텐츠의 퀄리티도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받지 못했다.

2023 던파 페스티벌에서 공개한 로드맵
결국 하반기 업데이트 예정이었던 인공신 레이드 '만들어진 신, 나벨'은 중천 시즌으로 넘어간 뒤에 나올 수 있었다
특히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지켜지지 못한 로드맵 그리고 콘텐츠 퀄리티의 문제였다.
2023년 던파 페스티벌에서 제시한 로드맵을 보면 굉장히 풍성한 느낌을 주지만 이용자들은 실제로 접한 '강자의 길', '이면 경계', '익시드 모드'에 대해 '기존에 있던 리소스를 재활용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평을 내렸고 '상급 던전 개선'은 통폐합을 통해 규모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그저 편의성이 올라가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했으며, 장비 특성 리뉴얼과 캐릭터 밸런스 패치는 개발 공수가 어느 정도 들기는 하지만 제로 베이스에서 만들어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 완성도 또한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용자들 사이에서 해당 콘텐츠들의 전반적인 평가는 '그리 좋지 않았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때문에 사실상 개발진의 역량이 온전히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처 클래스 신규 전직 2종'과 '안개신 레이드' 그리고 '깨어난 숲 레기온'이 전부였고 여기서 '가운데(직업빨)'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작용하는 던전의 불합리한 기믹, 대놓고 시간을 끄는 것이 보인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융합석 각인 시스템'과 같이 천장이 보이지 않는 파밍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당하면서 이용자 평가는 우하향 곡선을 그리는 양상을 보였다.

세기말에 가서는 많이 완화됐지만
백해 시즌에서도 비직관적인 '4유효 커스텀 뽑기'로 인한 스트레스는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백해 시즌 당시의 융합석 각인 시스템은 기존 각인 단계를 유지하는 안전 각인이라는 장치가 없었기에
1옵션 3각인을 붙이지 못하면 몇번이고 리셋 버튼을 눌러야하는 무간지옥이었다
한편, 이용자들은 백해 시즌 콘텐츠 퀄리티에 악영향을 끼친 부분에 대해서 공통적으로 운영 관련 이슈의 영향이 적지 않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핵심 인물 '안개신 무'의 일러스트는 조연 캐릭터인 '포공영 단델'의 소스를 그대로 재사용했다는 사실이 발각되거나 완성도 문제로 인해 수차례 수정을 거치면서도 통일되지 않는 화풍으로 인해 "기억의 신이 기억 능력에 문제가 생겨서 본인의 모습도 매번 까먹어 바뀌는 거면 서사를 완벽하게 반영한 것이 아니냐"는 조롱을 들을 정도였고 업무에 쓰일 회사의 자산인 아트워크 결과물에 차별과 혐오 표현이 은근슬쩍 스리슬쩍 들어갔다는 논란이 발생하는 사레도 있었다.
회사 차원에서 긴급 방송과 함께 전수 조사와 조치를 진행하니 이용자 입장에서 '불필요한 검수 및 재작업으로 인해 제작 일정은 늘어지고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에는 나름대로의 근거가 있었던 셈이다.

커뮤니티 이용자가 트레이싱 의혹을 제기하면서 만든 움짤
'단델이 옷 갈아입고 뚜껑만 바꿨다'는 음해가 난무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
'단델이 옷 갈아입고 뚜껑만 바꿨다'는 음해가 난무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

예전에는 Paristo, ake, yuno처럼 누가 무슨 일러스트를 그렸는지 작업물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었지만
비교적 최근에는 그조차 이뤄지고 있지 않으니 결과물의 일관성에 대한 의심이 불거져나올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처음에는 열악한 것으로 널리 알려진 IT/게임 업계의 근무 환경의 현실을 아는 이들의 동정을 사기도 했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실패한 시즌인 '백해'에 대한 성과 인정과 근무환경 개선을 명목으로 내세우는 파업이 달갑게 여겨질 수 없었다.
하물며 그것이 모두의 축제가 되어야 할 'n주년 페스티벌', 그 중에서도 각별한 의미를 가지는 숫자인 '20주년'을 노린 파업은 던파를 즐기는 이용자들이 머무는 모든 커뮤니티에서 지탄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다.
던파를 사랑하는 이용자 '아라드인'이 바라는 것은 '게임이 망하고 문을 닫는 결말'이 아니다. 좀 비뚤게 가더라도 언젠가는 정상 궤도로 돌아와 '우리가 사랑하던 20년 된 그 게임'이 시간과 돈을 투자할 만한 본연의 즐거움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게임의 이미지를 저해하는 '던북공정'이나 '밥똥던'과 같은 사건을 그냥 좌시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기에 개발진은 더더욱 '백해 시즌의 실패'를 인정하고 '밥그릇 싸움'에 목숨을 걸기보다는 아직까지는 호평을 받고 더 나아질 가능성이 충분한 '중천 시즌의 흐름'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아라드인들의 바람을 제대로 마주할 필요가 있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