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름값이 주는 체급도, 장르가 주는 무게감도 이미 보통의 기대치를 넘어선다.
여기에 이미 게임스컴, 도쿄게임쇼 등의 해외 굵직한 , 비공개 테스트 등을 통해 그 완성도를 보인 바 있지만 날이 쌀쌀해진 이 시점의 이벤트로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 2024'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이 상징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퍼스트 버서커 : 카잔'이 11월 14일부터 11월 17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24' 현장에서 야심찬 출사표를 던졌다.
카잔은 하드코어 액션 RPG 장르를 표방한다.
이번 시연 버전에서는 '하인마흐' 지역 초반부와 '볼바이노', '랑거스'와의 보스전을 즐겨볼 수 있다. 하지만 짧으면 30분, 길게는 1시간의 시연 시간 중 아마도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고릴라' 혹은 '곰'을 잡다가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지만 그 짧지만 치열한 전투를 통해 '카잔'의 매력을 느끼는 데는 충분하다.
모체 '던파'의 매력을 살리면서도 AAA급 타이틀에 걸맞은 세련된 그래픽을 위해 3D 셀 애니메이션풍 그래픽을 차용했다. 이렇게 진일보한 질감으로 만나보는 혹독함과 척박함, 처절함은 거칠게 그려진 배경으로, 나부끼는 설풍으로, 을씨년한 오브젝트로 자연스럽게 시선이 옮겨가고, 맨살에 퍽퍽 박혀드는 타격감까지, 카잔이 주는 첫인상은 참 육중한 무게감이 있다.
카잔의 액션은 하기 나름이다.
몬스터헌터 시리즈의 건랜스처럼 꽉 틀어막고 한 방 한 방을 노릴 수도 있겠지만 그야말로 던파답게 화려한 스킬과 무브로 몰아쳐서 적을 그로기 상태로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하다. 어디까지나 숙련되어 있다면. 그렇지 않다면 단언컨대 처음 활잡이와 함께 나오는 병사1, 2도 쉽지 않다.
카잔의 난이도는 말 그대로 적당하다. 흔히 말하는 소울라이크류라고 할 수 있겠지만 실수 한 방에 유다이 하는 그런 난이도까진 아니며 약간의 실수를 용납해줄 정도다. 적들도 악랄하게 엇박자로 플레이어를 가지고 놀지 않는다. 말 그대로 보고 피할 수 있는 액션. 물론 약간의 리듬 게임처럼 적의 패턴을 파악하는 시간은 필수다.
카잔에서의 죽음은 재도전으로 이어지되 약간의 경험치를 담보로 한다. 이는 플레이어의 경험만이 아니라 실제 죽어버린 카잔의 성장치에도 영향을 주므로 수십, 수백의 죽음 끝에 카잔은 조금씩 성장해 장벽을 허무는 데 도움을 준다.
카잔의 '행동력'은 '공격'과 '방어'에 모두 관여하는 중요한 자원이다.
기껏 잘 막아도 방어에 모든 기력을 소모했다면 적이 기껏 큰 틈을 보였어도 도끼 한번 휘두르지 못하고, 오히려 무리한 반격을 하려다 기력 관리 실패로 카잔이 지쳐 조작 불가에 빠지기도 한다. 때문에 카잔의 액션은 기본적으로 '가드'와 '회피' 모두 '칼 같은 타이밍'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적이 7번을 휘두르는 연속 공격을 가하는 보스라면 그 7번의 공격 패턴을 외워 막을 것은 막고, 피할 것은 피하면서 기력을 관리하고, 그렇게 아낀 기력으로 적이 틈을 보였을 때 딱 필요한 만큼의 타격을 입혀야 한다.
그 타격 계산치가 딱 맞아 떨어졌을 때 적을 그로기 상태에 빠뜨릴 수 있고, 이때 보다 강력한 공격, 화려한 콤보를 넣을 수 있게 된다.
물론 한정된 게이머들에 대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던파'의 '카잔'을 if로 궁금한 이야기를 차용했다는 점에서 일단 매력적이다. 그걸 풀어내는 방식이 처절함을 표현할 수 있는 장르라는 점에서도 영리하다. 지스타의 숙명이라 할 수 있는 오랜 대기열 끝에 플레이해볼 수 있는 카잔의 완성도는 일단 장르에서 오는 '어려움'을 차치하고라도 게임 행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시연'이 주는 재미만으로도 충분한 만족감을 보장한다.
이렇듯 카잔이 연거푸 모습을 드러내는데는 당연히 던전앤파이터 IP 총괄이자 카잔의 개발 총괄 윤명진 네오플 대표의 자신감이 배경에 있다.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넥슨은 지스타 2024 메인 스폰서로 참가해 B2C 최대 300 부스 규모의 전시관을 마련해 '퍼스트 버서커 : 카잔'을 비롯한 신작 5종을 선보인다.
그리고 대장군 카잔은 그 선봉에 서기에 충분한 퀄리티를 보여준다.
[(부산)박성일 기자 zephy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