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쾌감 그리고 오락실(아케이드) 감성을 표방하는 '던전앤파이터'가 출시한지 어언 19년째다.
라이브 서비스가 이어지는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최근 던전앤파이터의 모습은 오락실에서 으레 즐기던 잡몹과의 사생결단 그리고 꼼수가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전통적인 '벨트스크롤 액션게임'보다는 굉장히 빠른 템포와 화려한 연출로 눈 앞에 보이는 적을 쓸어담는 '핵앤슬래시'에 가까운 형태로 변모했다.
물론, 이와 같은 변화가 좋고 나쁘고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이다. 계속 옷을 갈아입는 과정을 거쳤기에 던전앤파이터가 지금의 인기를 유지하며 장기간 서비스를 이어나갈 수 있었고 예전의 모습이 지금도 통하는 트렌디한 게임 코드일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넥슨과 네오플은 수많은 게이머들을 시식대에 올려놓았다. 흑백을 가리자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예전에 추구했던 오락실 감성의 던전앤파이터를 다시 한번 맛보시라고, 그 작품의 이름은 '프로젝트 오버킬'이었다.
웨리가 등장한다
그리고 븜미도 등장한다. 상한건 아니고 잘익었잔아
프로젝트 오버킬은 '퍼스트 버서커:카잔'과 함께 던전앤파이터의 배경인 아라드 행성의 대체 역사를 소재로 한 확장세계관의 작품이다. 게임 시작에 앞서 IF가 찍힌 뒤 DNF(던전앤파이터) 유니버스라는 로고가 출력되는 만큼 이번 지스타 시연판을 기준으로 진행하는 시나리오도 원작에서는 볼 수 없는 등장 인물들과 사건을 통해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흐르는 숲 '그란 플로리스'나 벨 마미어의 수도 '헨돈 마이어'가 아닌 곳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어 기존 던파에 뇌가 절여진 게이머라면 생소한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캐릭터의 배경이나 설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인지 웨펀마스터로 시나리오를 진행할 경우 귀검사 계통 직업군들의 숙원인 '귀수 치료'에 대한 단서를 찾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귀수 문제를 해결해줄 사람을 찾는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몬스터들의 습격으로 고통받는 마을을 돕기 위해 자원하는 모습을 보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모험가 전설은 여기서도 이어지고 있음을 어렵잖게 확인할 수 있었다.
지스타 현장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프로젝트 오버킬' 플레이 영상
전투 시스템은 전작과 비슷하게 벨트스크롤로 구성된 인스턴트 던전을 주퍄하는 방식이다. 3D그래픽으로 구성된 타일과 오브젝트 디자인 그리고 시점 처리가 전작과는 차이가 있지만 대각선 이동과 공격이 가능하다는 것을 제외하면 벨트스크롤의 기본적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은 모습이다.
스킬셋 또한 지스타 현장에서 시연해본 빌드를 기준으로는 초창기 던파의 ASDFGH처럼 오버킬은 QWEASD로 6개의 슬롯을 제공하고 있으며 들어있는 스킬들의 구성도 차지크래시, 단공참, 류심, 발도 등 꽤나 익숙한 것들로 채워놓았다.
독특한 시스템이 있었다면 모든 직업군이 가지고 있는 어퍼 슬래시나 무즈 어퍼, 공참타와 같은 공통 대공기(Z)를 특수기로 재설계한 것인데 특수기 사용 후 추가 입력을 통해 맹공을 이어나가는 것은 물론 적에게 빠르게 접근하거나 거리를 벌리는 위치 재설정과 같은 유틸리티를 기대할 수 있었다.
웨펀마스터의 가드는 무기를 올리는 선딜레이도 있다 보니 저스트 프레임 판정이 다소 까다로운 반면
넨마스터의 넨 가드는 즉발식으로 무적 판정의 전방위 가드를 펼친다 그야말로 편-안
직업군마다 막기 내지는 피해 경감기(L.Shift)가 들어가있는 것 또한 눈길을 끌었는데 직접 전투를 해보니 이유를 바로 알 수 있었다.
같은 방향을 두 번 입력하는 대쉬 조작이 지원되지 않고 원작에서는 대부분의 직업 공통 사양이 되어버린 스킬 간의 캔슬 또한 자유롭지 않아서 발동한 스킬의 무적 판정으로 흘려 넘기거나 달려서 공격을 피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적의 공격이 나오기 전에 먼저 쓰러뜨릴 수 없다면 얌전히 가드를 올리거나 공격을 빨리 끊고 일찌감치 피해야한다는 점에서 '초창기 던파가 추구했던 옛날 오락실 벨트스크롤 게임의 재현'이라는 이 게임의 제작 의도는 명확하게 전해졌다.
기존 던파와 비교하면 이질적이지만 소싯적 오락실 좀 다녀봤으면 익숙한 방식
점프 조작은 던파 본편과 비교하면 살짝 이질적인 느낌이었다. 점프 중의 방향 전환이 즉각적으로 되지 않는 것 외에도 포물선 점프의 궤도가 항상 고정되어 있어 상황을 보며 원하는 지점에 착지하는 것이 꽤 어렵게 느껴졌다.
특히 무력화된 몬스터에게 EX스킬을 넣는 선결 조건인 '강타'의 경우 점프(C) 중 점프를 재입력하거나 지상에서 공격(X)을 꾸욱 눌러줘야 하는데 다수의 몬스터를 상대하면서 지상에서 강타를 시전하는 것은 리스크가 있었기에 공중 강타를 애용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익숙하지 않은 공중 기동의 조작감 때문에 헛방을 찍는 경우가 더러 생겼다.
물론 원작에서도 적정 수준의 공격속도와 이동속도를 갖추지 못했다면 이런 부분에서 조작감이 다소 뻑뻑한 현상은 있었기에 오버킬에서의 이런 이질적인 조작감 또한 게임을 진행해나가면서 조금씩 완화되는 부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오락실 게임 그 중에서도 캡콤에서 명작으로 꼽히는 캡틴 코만도나 파이널 파이트, 섀도우 오버 미스타라 등의 벨트스크롤 게임들은 대부분은 이와 비슷한 조작감을 보여준 바 있다.
만약 이 부분 또한 제작진이 의도한 설계였다고 한다면 '아케이드 감성과 환경을 재현하는 것에 그야말로 목숨을 걸었구나'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싸움이야? 나도 껴야지!
환경요소인 맵 밖에서 돌진하는 코볼트 떼를 이용해 루가루를 처리하는 모습
이처럼 오버킬에서는 기존의 던파와는 다른 느낌으로 오락실 게임으로 원점회귀를 시도하고자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실제로 몬스터의 난입 이벤트가 있으면 지금처럼 반드시 컷신을 띄우며 '전투를 준비하세요'라고 준비를 시키는 것이 아니라, 전투 중에도 맵 저만치에서 대놓고 뛰어오는 것이 보이는 형태다.
심지어 이런 몬스터들의 돌격을 역으로 활용하여 다른 몬스터를 처리하는데 사용하는 창발적 플레이도 가능하기 때문에 꼼수를 찾아내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오락실 게임에서 죽는 것이 부끄러워서는 안 된다. 모든 건 원코인 클리어로 향하는 과정이다.
처음에는 던파 짬밥이 몇년인데 시나리오 초반부에 죽는 것이 쪽팔리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오락실 게임이라고 덮어씌우니까 딱히 그렇지도 않았다. 애초에 필자도 꼬꼬마시절 온게임넷에서 '비노슈'에 코인을 몇개씩 털어넣는 출연진들을 보면서 내가 해도 저거보단 잘하겠다고 덤볐다가 '키놀'을 넘어뜨리고 떨어지는 번개에 속수무책으로 누웠던 이력이 있다.
결국 오락실 게임은 처음 하면 코인 하나 넣고 대충 2스테이지 즈음에서 죽는게 국룰이고 계속 머리를 박아가면서 공략법과 숨겨진 이모저모를 찾아나가는 것이 제대로 게임을 즐기는 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오버킬은 이 법칙에 매우 충실하다.
그렇기에 던파 2가 아니라 던파 오리진에 가까운 '프로젝트 오버킬'이 보여줄 앞으로의 모습이 더욱 기대가 된다고 요약할 수 있다.
[(부산)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