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산업이 발전하면서 단순 게임이 잘 팔리는 것을 넘어 해당 IP를 어떻게 확장해 나갈 것이냐에 대한 고민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똑같은 IP를 이용하더라도 얼마만큼 잘 활용해 이용자에게 납득할 수 있는 IP의 '확장'을 선보일 수 있을지는 굉장히 중요한 고민이다. 반대로 같은 IP를 반복해서 같은 방식으로 활용한다면 IP의 가치가 희석되고 이용자들의 피로감 역시 증폭돼 단기적으로는 성장세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하향세를 그릴 수 있기 있다. 때문에 IP의 가치가 높을수록 IP를 활용하는 데 있어서는 굉장히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현재 국내에도 다양한 인기 IP가 있는 가운데, 글로벌 시장에서도 흥행하고 있는 게임을 손꼽아 보라면 이 게임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가 없다. 바로 넥슨의 '던전앤파이터'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2005년 출시한 던전앤파이터는 당시 레트로 감성의 벨트 스크롤 형식에 판타지 세계관과는 미묘하게 어긋나 있는 귀검사와 격투가, 거너라는 색다른 직업군, 커맨드 방식의 추억 속 조작법 등이 더해져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2005년 출시 이후 꾸준히 성장세를 보여준 던전앤파이터는 이후 여러 게임을 내면서 원작 던파와는 다른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다만, 원작의 아성에 비해서는 다소 아쉽다는 평을 받은 게임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원작의 재미가 워낙 출중해 유사 장르 내에서는 독보적인 입지를 굳혀 비슷한 형태로의 IP 확장에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원작이 너무 강성했기에 나타난 사단이었다.
하지만 이전까지의 확장과는 차별화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던전앤파이터 IP의 확장에도 확실한 청신호가 켜졌다.
2022년 출시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그 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받았다. 국내에서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올해 드디어 판호를 발급받고 첫 해외 진출로 중국 시장을 뚫었다. 그리고 23일 출시와 동시에 치열한 1, 2위 다툼을 벌이던 왕자영요와 화평정영을 한 계단씩 낮추며 중국 시장에서 1위를 기록했다.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여러 부분에 있어서 신경을 쓴 타이틀이다. 기존 던전앤파이터 IP의 게임이 원작과는 다른 재미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면,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원작과 굉장히 유사한 방식으로 이끌었다. 출시 당시 PC 원작의 게임이 대부분 자동 게임으로 들어오는 트렌드와 달리 철저하게 던전앤파이터 특유의 재미를 극대화했다. 던파 특유의 조작감을 놓지 않았으며, 허들이 낮은 BM과 모바일 환경에서 액션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여러 시스템을 더해 원작의 재미를 모바일에서 그대로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한, 던전앤파이터 특유의 멀티버스 세계관 'DNF 유니버스'를 활용한 점 역시 주목할 만한 점이다. 원작의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원작과는 다른 멀티버스 세계관을 통해 전혀 다른 스토리 진행을 이루어냈다. 덕분에 완성도 높은 던전앤파이터의 스토리를 새로운 방식으로 즐길 수 있어 원작 팬들의 궁금증을 자극한 점 역시 매력 포인트로 손꼽을 수 있다. 스토리 전개가 달라짐에 따라 캐릭터의 성격이나 행적도 많이 달라졌으며, 플레이어블 캐릭터에도 변주가 들어가면서 같은 스킨의 다른 게임이라고 부를 정도로 많이 떨어져 나왔다. 그럼에도 던전앤파이터라는 IP의 재미는 가장 잘 살린 게임으로 평가할 수 있다.
원작과 최대한 비슷한 형태로의 확장을 보여준 던전앤파이터 모바일과는 다르게 '액션'이라는 정수를 제외한 모든 부분을 싹 갈아엎은 '퍼스트 버서커: 카잔(이하 카잔)' 역시 또 다른 IP 확장이다.
카잔은 DNF 유니버스의 다중 우주 중 하나를 배경으로 하는 PC 및 콘솔 게임으로 인게임 플레이가 담긴 플레이가 공개되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 게이머들에게까지 이름을 확실하게 각인시킨 타이틀이다.
카잔은 던전앤파이터 내에 등장하는 '카잔'이라는 인물의 스토리를 중심으로 하드코어 액션 RPG를 즐길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오즈마와 함께 주요 인물 중 하나로 등장하는 카잔은 게임 내 세계관을 구성하는 주요한 인물 중 하나인 만큼 그의 행적 역시 원작 팬들에게 있어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요소 중 하나이다.
덕분에 카잔을 기대한 원작 팬들이 카잔을 처음 만날 수 있었던 2월 '1차 FGT'는 경쟁률이 400:1이 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관심을 받기도 했다. 1차 FGT 당시에는 "압도적인 액션성을 기반으로 한 보스 전투에 대해서 높은 몰입감과 액션의 쾌감을 얻을 수 있었다"라는 호평을 받았다. 이외에도 원작과는 차별화된 3D 셀 애니메이션 풍 그래픽과 카잔의 서사 등이 더해지면서 DNF 유니버스를 통한 IP의 확장이 성공적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러한 평은 최근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지난 5월 15일부터 5일간 진행한 2차 FGT도 참여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1차 FGT에 이어 여전히 보스전에 대한 평가는 호평 일색이다. 하드코어 RPG에 걸맞은 도전적인 난이도와 패링 시스템 등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특히나, 전투의 진정한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PC 버전을 하더라도 반드시 '패드'의 손맛을 느끼는 것을 추천한다는 후기도 다수 볼 수 있었다.
3D 셀 애니메이션 그래픽은 물론 "던파는 모든 걸 다 까더라도 BGM은 절대 깔 수 없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훌륭한 BGM 역시 긍정적인 평가를 더해 주고 있다.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 원작과 최대한 유사한 구도 내에서 조작과 직업, 스토리 등으로 차별화를 주어 확장하는데 성공했다면, 카잔은 던전앤파이터 세계관 중 주요 서사 중 하나인 카잔의 이야기를 담을 뿐 아니라 던전앤파이터의 아이덴티티라 할 수 있는 '액션'을 하드코어 RPG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서로 다른 매력으로 확장하고 있다.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순항에 이어 올해 출시 예정인 카잔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만큼 던전앤파이터 IP의 확장은 넥슨에게 있어 올 하반기 국내를 넘어 글로벌 경쟁력을 제대로 강화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규 기자 rahkhan@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