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조선 기자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던파를 하다가 기자가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취재 이슈라는 것이 기자들 시간에 맞춰서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정기적인 레이드를 돌기 어려워지고, 여기에 신작 게임들까지 신경 쓰다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던파에서 멀어지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던파 홈페이지에 가보니 클레압 풀세트, 그것도 버프용 상하의는 따로에 극찬 엠블렘과 버프 플티까지 준다는 이벤트 페이지가 떴다. 던조 관리자에게 물어보니 지금 던파는 세기말이라서 다음 대형 업데이트인 선계 전까지 장비와 아이템을 퍼준다고 한다.
아무리 보상을 잘 줘도 워낙 해야 하는 게임이 많으니...
낚였다.
일 때문에 던파를 못한다면 던파를 일로 만들어버리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동안 신캐도 많이 나왔으니 우선 던조 관리자에게 캐릭터 추천을 받았다. 우선 캔슬이나 사출 같은 기믹 없이 쉽고, 범위 넓고, 비교적 신캐를 추천해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웬 아저씨가 튀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던조 관리자 왈 "여캐 추천하라곤 안 했잖아요 엌ㅋㅋㅋ"
던조 관리자에겐 잠시 사내 부조리를 보여주었다.
어쨌든 그렇게 다시 시작한 던파.
스토리는 쿨하게 스킵.
너는 대전이랑 재전이로 날 너무 낚았어.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주년 보상과 성장 지원 아이템이 나를 반긴다.
어우... 다 받고 나니 가방이 터지려고 한다. 순서대로 열어보자.
에픽 장비는 마나 실드를 받으라고 했다. 뭔진 모르지만 일단 받아둔다. 예전엔 에픽 하나 먹으려고 갖은 고생을 했는데 시작부터 에픽 풀셋이라니. 세상 좋아졌다.
그리고 날 낚은 클레압 풀셋 착용. 던파를 10년 넘게 해도 쓰지 못했던 클레압을 이벤트로 쓰려니 기분이 오묘하다. 법사 3차 외에 레압 사기 아까우니까 흠흠.
이벤트 미션을 하다 보니 게임 가이드가 열렸다. 대부분 아는 사실이라 스킵을 연타했지만, 장비 성장은 처음 보는 거라 자세히 읽었다. 에픽을 갈아 에픽을 성장시키는 시스템이라고 한다. 세상 참...(2)
그렇게 캡슐로 110레벨을 만들고, 에픽을 합치고 하다 보니 명성이 2.8만 언저리가 되었다. 대충 전투력인가보다. 여기서부턴 에픽 로드라는 곳을 돌면서 에픽을 성장시키면 된다고 한다. 에픽 로드를 돌기 전에 우선 트슈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 수련의 방을 가보기로 한다.
오랜만에 와본 수련의 방의 향기.
?
체력이 1%가 되었다. 이 캐릭터는 버서커 같은건가?
알고 보니 마나 실드 에픽 장비 컨셉이라고 한다. 피격 시 HP 대신 MP가 닳고 HP가 낮을수록 더 세진다고 한다. 개사기 템이네 이거.
대충 스킬을 찍고, 스킬을 써보려니 무큐가 없다. 돈도 없다. 세상에. 12강 8제련 무기에 에픽 풀셋에 클레압에 극찬인데 무큐랑 돈이 없다니.
이 시점엔 던조 관리자가 자러 가서 물어볼 사람도 없는 상황. 혹시나 해서 던조 글을 검색해 보니 세상에 골드 관련 공략글이 있다. 던조 관리자, 그는 신인가?
공략글을 읽다 보니 유폐의 나락이란 곳을 가면 기초 연금 수준의 골드가 나온다고 한다. 피로도도 쓰지 않으니 바로 유폐의 나락을 열러 간다.
?
왠지 사기를 당한 것 같다.
부활 후 어찌저찌 퀘스트를 미니 유폐의 나락이 열렸다.
유폐의 나락을 돌고 나온 골드는 약 8만. 이걸로 무큐 1천 개와 속성용 청큐 1천 개를 사니 돈이 사라졌다. 아무래도 유폐의 나락은 계속 돌아야 하는 모양이다.
다시 찾은 수련의 방. 드디어 스킬을 써보기로 한다.
오?
오!!
화력이 끝내준다.
오늘부로 던조 관리자 지지를 철회한다. 던조 관리자와 나는 일체가 된다.
그렇게 화력뽕에 취해 스킬을 맞추고.
파밍.
성장.
파밍.
성장.
본격적으로 성장을 시작했다.
피로도를 거의 다 사용했을 무렵.
이스핀즈라는 곳이 열렸다.
한 주에 한 번 입장하는 곳으로 여기서 융?합 에픽을 먹으면 된다고 한다. 쌩뉴비는 그런 것 따윈 모르니 일단 들어가 보기로 한다.
네임드 이름을 보니 익숙하다. 바칼의 성에 나오던 네임드들을 하나씩 쪼개놨나 보다. 그래봐야 도마뱀이지.
첫 용은 필살기가 퀵ㅋ스ㅋ하나에 피해지던 이트레녹이다. 생긴 것도 여전히 호구같다.
땅울림 쓴다고 힘을 모을 땐 일방적으로 처맞는다. 호구가 맞는 것 같다.
?
으아악 구르기!
역시 바칼의 성 네임드. 강력하기 이를 데 없는 몬스터다.
?
무려 NPC가 패턴 파훼 방법을 알려준다.
내가 알던 네오플이 맞나? 가슴이 웅장해진다.
넌 저쪽 가서 손들고 있어라.
그 뒤론 땅울림 타이밍이 매번 달라서 실수하고 맞을 때 아프긴 했지만 마나 실드가 "괜찮아! 튕겨냈다!" 해줬고,
도마뱀 주제에 페이즈가 생겼다는 사실에 놀라긴 했지만, 생각 보다 버틸만했다.
근데 인간적으로 저 돌진은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지기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님?
3페이즈에서 한 번 죽긴 했지만, 한 번 해보니 어려운 패턴은 아니라서 컷!
설명을 잘 해주는 NPC와 직관적인 패턴 덕분에 무난하게 즐길 수 있었다.
다음은 애쉬코어.
들어가자마자 이리네라는 NPC가 핵심 기믹을 알려준다. 캡슐 먹고 바로 110레벨을 찍어서 누군진 모르겠지만 이것은 틀림없는 사랑이다!!
사방에 불을 지르는 게 특징인 애쉬코어. 밟으면 화상에 걸리지만 마나 실드가 잘 막아준다. 어차피 잘 막아주는데 그냥 닥딜하면 안 되나?
응, 안돼.
알고 보니 중첩되는 화상이라고 한다. 얌전히 점프로 불을 꺼주기로 한다.
싸우다 보니 그리운 패턴을 만났다.
여전히 뒤에서 때리면 호구인 거 같다. 여름이었다.
사방에 불을 지르고, 불 끄고, 장판 나오면 피하고, 불 끄고.
점프하는 것이 좀 귀찮긴 했고, 마지막 발악 패턴에서 타죽을뻔했지만, 불을 꾸준히 꺼주니 이트레녹보단 오히려 쉽게 느껴졌다.
다음은 흑룡 네이저. NPC가 또 패턴을 알려준다. 최고다 오스카쟝.
알려준대로 정령을 계속 먹다 보니 다른 방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됐다. 이 기믹으로 꽃을 처리하면 되나 보다.
?
정령의 힘이 다 떨어지니 무서운 눈이 막 공격한다. 마! 코리안 타임 모르나! 쫌생이 같은 눈깔놈.
기믹이 귀찮아서 그런지 딜이 강한 진룡이나 화룡보단 쉬운 느낌이다. 범위기가 많긴 하지만, 피할 곳도 많고...?
으아악 구르기!
근데 그 범위기가 많이 더럽다.
이 패턴을 만든 개발자는 분명 현대 미술 전공일 거다.
다른 방을 가야 하는 귀찮은 기믹, 넓지만 확실히 살 곳을 남겨놓는 광역기. 높은 딜 때문에 급사하는 진룡이나 화룡보다 귀찮지만, 기믹과 장판 피하기만 확실히 하면 앞의 두 용보다 쉬울지도?
마지막은 금룡 느금... 느마우그.
입장 연출을 보고 감탄했다. 다른 용들도 연출이 멋졌지만, 금룡이 최고인 거 같다.
들어가자마자 융단 폭격. 선생님 살려주세요.
바칼의 성에선 상자에 인원수 맞춰서 들어가야 했는데 여기선 혼자서도 할 수 있게 문양만 먹으면 됐다.
그 와중에 친절한 사라 웨인 누나.
넌 계속 들고 있어라.
죽을뻔했던 패턴.
지금 가진 문양 색에 맞춰 상자를 깨야 하는데 처음엔 뭘 해야 할지 몰라서 상자를 많이 놓쳤다.
예전에도 기믹만 쓰던 놈답게 귀찮은 기믹이 많다.
다른 방에서 문양을 먹고 가운데 방에서 상자를 부숴야 하는데 마지막까지 보라색 문양이 안 나왔다. 기믹을 운에 맞기다니, 이거 맞음?
마찬가지로 다른 방에서 문양을 먹고 와야 하는 패턴. 다행히 한 번에 문양을 덥석덥석 먹어서 쉽게 깼지만, 맞는 색이 안 나왔으면 못 깼겠지.
그렇게 패턴을 부수며 마지막 페이즈.
그런데 무기와 무큐에 빨간 불이 들어와있다.
하는 수없이 긴급 수리를 하려고 보니 26만 골드를 달라고 한다. 하... 일단 내구도는 남았으니 무큐부터 급하게 샀다.
그 사이 사망.
예술이니 미학이니 하던 놈이 열받으니 그냥 기믹 때려치우고 공격만 한다. 헛바람 든 놈이 분명하다.
위대하신 금룡 느마우그 님은 역사에 길이 남을 예술가다. 살려줘.
마지막 발악 패턴을 극복하고 컷.
흑룡보다도 기믹이 많아서 굉장히 귀찮다는 점. 일부 기믹은 운에 따라 실패할 때도 있다는 점에서 네 마리 용 중에서 가장 짜증 나는 녀석이었다. 솔직히 방 몇 개 도는 동안 문양 안 나오면 자동으로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수리쿠폰을 뿌리는 이유도 알게 되었다. 처음 시작하면 골드 나올 구석도 없는데 무기 수리비만 20만 원이나 나오니 상위 콘텐츠 하려면 든든하게 수리비를 들고 있어야겠다. 생각난 김에 수리비도 아낄 겸 잊땅도 가줬다.
첫날 시작 후 이스핀즈까지 돌아보니 새삼 던파가 발전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맨땅에 헤딩하던 때와 비교하면 패턴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는 NPC들이 너무나도 고맙게 느껴졌다. 세계관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이해하기 쉽게 알려주니 처음 보는 NPC지만 친근감이 들었다.
넌 진짜 던파 섭종까지 손 들고 있어라.
다음 화 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