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1일, 넥슨은 방탈출 카페 비트포비아와 협업해 던전앤파이터 IP를 테마로 하는 방탈출 게임 '검은 운명의 밤'을 선보였다.
검은 운명의 밤은 사전 예약으로만 플레이할 수 있다. 매주 수요일에 다음 주차의 예약이 개방되는 방식이다. 첫 주 차에는 오픈하자마자 바로 예약이 마감될 정도로 참가가 힘들었으며 4주 차가 될 때도 원하는 날짜와 시간을 고르고 다른 날짜에 하고 싶어서 잠시 결제를 취소하면 바로 그 자리가 차 있을 정도로 높은 경쟁을 뚫고 겨우 예약에 성공했다.
예약 하루 전, 통화로 스포일러와 원활한 진행을 위해 예약된 시간보다 너무 일찍, 늦지도 않게 10분 전까지 도착해달라는 간단한 사전 안내를 받았다. 대망의 당일, 강남역 12번 출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비트포비아 던전루나' 간판이 맞이해줬다.
지하로 내려가면 사물함에 소지품을 보관하고 실내화로 갈아 신은 다음, 태블릿으로 방탈출 게임 안전 수칙과 스포일러 방지 서명을 하게 된다. 태블릿은 게임 진행 장소에도 가지고 들어가 남은 시간 확인, 메모장, 힌트 제공, 손전등 등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본격적인 방탈출 게임이 시작되니 그야말로 상상만 했던 아라드의 모습이 보였다.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 묘사하자면 아라드의 번화가 거리 풍경, 물건을 사고파는 가게, 게시판, 캐릭터가 그려진 전단지, 모험을 떠나기 위해 챙겨야 하는 각종 소모품과 지도 등 던파에서 표현되는 각종 요소들이 배경과 소품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다만 배경과 별개로 일단은 방탈출 게임, 각종 자물쇠를 풀어야 하는데 나름 던전앤파이터를 오래 플레이해왔고 배경 설정이 익숙했다지만 자물쇠를 풀어야 하는 힌트는 별개의 문제였다. 아라드 속에 있는 듯한 분위기에 심취될 틈도 없이 부랴부랴 힌트를 찾아다니며 문제의 답도 던파 지식은 거의 도움 되지 않는 제법 난이도가 있는 퍼즐이었다.
첫 방부터 뭘 풀어야 할지 못 찾아서 힌트를 난사했다. 힌트로 알려줘도 못 찾는 경우를 대비해 원한다면 그냥 정답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힌트는커녕 다음 진행 방향을 못 찾고 있을 때는 태블릿으로 직원이 먼저 알려주기도 할 정도였으며, 제한시간 65분의 시간 중 45분이 경과한 시점에선 마지막 장소로 이동을 위해 기존의 자물쇠 위치를 다 설명해 주셨다.
마지막 장소에선 처음 입장할 때까지만 해도 막히면 힌트 보면서 풀어야겠다는 마음가짐은 없어지고 어떻게든 '탈출'하려고 그냥 힌트를 아낌없이 쓰며 자물쇠를 풀어나갔다. 그럼에도 역시 마지막 장소답게 화면 연출만으로 던파 유저로서 희열감이 느껴질 정도로 웅장함을 선사해 줬다.
종합적으로 평을 해보자면, 그래도 재밌는 시간이었다. 정말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던전앤파이터를 플레이하고 있는 이용자에겐 아는 만큼 보이는 깨알 같은 요소와 배경 설정들, 던전앤파이터를 모르더라도 방탈출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적당한 난이도로 준비되어 있다.
게임이 종료되면 검은 운명의 밤 테마와 관련된 배지를 지급하며, 배경 설정과 시놉시스를 소개하는 핸드북을 열람할 수 있다. 이 역시 기존 던파 모험가들은 게임의 메인 스토리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외전격 이야기로 감상할 수 있으며, 던파를 모르는 방탈출 게이머에겐 던파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동안 수많은 콜라보를 진행했으나 이렇게 게임 속 세상을 그대로 옮겨놓은 공간 속에서 탐험할 만한 콜라보는 없었기에 더욱더 신선하게 다가온다. 대규모 쇼케이스나 행사가 아닌 공간에서 소규모 인원끼리 방 안에 꾸며진 소품을 구경만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몰입되어 아라드를 체험해 볼 수 있었다. 던파를 주제로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다면 꼭 한 번 플레이해보는 것을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던전앤파이터 게임조선: https://df.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