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앤파이터는 예쁘고 멋진 캐릭터가 많아서 공식 창작물의 소비가 활발한 게임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굿스마일과 협업을 통해 발매한 세라핌 넨도로이드 피규어는 한정판 프리미엄이 붙었다는 것을 감안해도 무시무시한 속도로 매진됐고 인게임에서 구매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 때문에 일시적인 서버 접속 문제까지 생겼을 정도죠.
한편, 이러한 던파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자 2차 창작 활동에 매진하고 계신 분들도 많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이도리' 님이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던파를 주제로 한 클레이 아트 창작 활동 덕분에 관련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과연 이도리님은 왜 던파 관련 2차 창작 활동을 시작했을까요? 또한 클레이 아트로 길을 정한 이유는 무엇이며 실제 작품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던파조선에서는 오직 점토만으로 멋진 던파 캐릭터 피규어를 꾸준히 만들고 계신 이도리님과 인터뷰를 진행해봤습니다.
※ 인터뷰 내용을 보다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기사체가 아닌, 평어체로 작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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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도리님이 보내주신 대표 사진
- 만나서 반갑습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클레이 점토를 이용해 피규어를 만드는 '이도리'입니다.
현재 클레이 강사로 일하면서 클레이를 이용한 쉬운 캐릭터 만들기를 가르치고 있으며 취미로 다양한 게임 캐릭터 피규어를 만들고 있습니다.
- 구체적인 작품 활동은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평소에 클레이를 가지고 노는 걸 좋아했는데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건 6년 전 사회에 나와 일을 하기 시작한 때였어요. 따분한 일상을 보내던 어느날 뭐라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인터넷으로 평소 관심 있던 클레이 관련 공방을 찾아 무작정 등록하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몇 번 즐기다 그만두려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으나 운 좋게도 매번 클레이를 퍼주시며 묻는 것에만 답해주시는 방치형 강사님을 만나 혼자 이런저런 작품을 마음껏 만들어보며 본격적으로 흥미를 갖게 된 것 같아요.
처음 의도와는 다르게 클레이를 계속하다 보니 어느새 강사로 일하게 되고 그때부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 이야기를 들어보니 원래 직업이 따로 있으셨던 것 같은데 클레이 강사로 진로를 바꾸게 된 결정적인 사건 같은 게 있었나요?
클레이를 배우면서 많은 작품을 만들다 보니 클레이의 매력에 빠져 이 매력을 남들에게도 전파하고 싶어 진로를 바꾸게 됐어요.
그 결과 자신이 직접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만족감을 느끼며 기뻐하는 수강생들을 보면 보람을 느껴요.
▲ 이도리님은 여러 학교에서 클레이 강사로 인기가 많다고
- 현재 던파를 소재로 클레이 작품을 만들고 계시는데 캐릭터 게임으로서의 던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본격적으로 손이 많이 가는 피규어를 만들기 시작한 3년 전 처음 손을 댄 캐릭터가 던전앤파이터 캐릭터였어요.
현재까지도 다양한 던전앤파이터 캐릭터들을 만들었는데 그만큼 던전앤파이터는 사람의 시선을 끄는 멋지고 화려한 캐릭터들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 작품 활동 소재로서 던파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화려하고 역동적인 일러스트가 가장 마음에 들어요. 관절 하나하나 역동적인 자세, 흩날리는 머리카락, 화려한 조명과 임펙트, 그리고 던전앤파이터 특유의 의상 느낌 등.
던전앤파이터 일러스트를 보면 심장이 벌렁벌렁 뛰면서 막 피가 끓어오를 때가 있어요. 오죽하면 한때는 던전앤파이터 전문 일러스트레이터분들의 능력에 반해서 게임 일러스트 학원에 등록하고 매번 던파 모작을 하던 때가 있었을 정도에요.
▲ 다른 주제의 작품도 있지만 대부분 던파 관련 작품이다
- 던파를 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예전에 취향이 비슷한 친구가 던전앤파이터를 소개해줘서 함께 플레이하게 됐습니다. 벌써 12년 전 이야기네요.
지금은 하고 있는 일이 있다 보니 바빠서 예전만큼 자주 하고 있지는 않지만 오랜 추억이 있는 좋아하는 게임입니다.
- 클레이 아트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어떤 준비 과정이 필요한가요?
사실 만드는데는 정해진 방법이 없어 만드는 사람마다 과정과 방식이 다 달라요. 뼈대 없이 클레이로만 얼굴,몸통,다리 등을 만들어 굳힌 후 조합하여 옷을 만들어 붙이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저처럼 철사로 뼈대를 잡아 고정시키고 클레이를 이용해 전신의 살을 붙인 뒤 옷을 입히는 방식으로 만드는 분들도 있어요.
자동으로 건조되기 때문에 만들어 놓고 하루이틀 말리기만 하면 돼서 과정이라면 단순하게 ’뼈대를 잡아 살을 붙인 뒤 옷을 입히고 말린다‘로 말할 수 있겠네요. 간혹 조금 더 디테일한 표현이 필요한 경우 아크릴 물감이나 레진, 광택제로 채색을 할 때도 있어요.
다만 처음 하시는 분들이 주의해야할 점이 있다면 오래 만질수록 수분이 날라가 갈라질 수 있으니 되도록 빠르게 모양을 잡아야 한다는 점이에요. 그래도 어릴 때 다들 한 번쯤 만져보셨던 찰흙과는 다르게 쉽게 갈라지는 편은 아니라서 조금만 익숙해지면 큰 문제는 아니에요.
- 보통 작품 구상부터 실제 제작까지 해서 하나를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나요?
보통 평일에는 매번 수업을 나가고 주말에는 가급적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어 늘 일과 병행하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어요.
작품 1개를 제작할 때 짧게는 1시간 안팎부터 길게는 3주까지 걸리는데요. 이번에 제작 영상을 찍은 인챈트리스의 경우 만드는 시간만 하루에 2~3시간씩 만들면서 3주 가까이 걸렸어요. 반면 인챈트리스 영상 이후 만든 던전앤이터 마법사 인형의 경우 3~4시간 정도 밖에 안걸렸어요.
▲ 인챈트리스 클레이 피규어 제작기
그리고 재밌는 건 촬영을 하면 제작시간이 더 걸려요, 시점이 제 기준이 아닌 촬영장비에 맞춰져야 하는 익숙하지 않은 상황과 잘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배는 오래 걸리더라고요. 그밖에 같은 난이도의 작품들도 그날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걸리는 시간이 크게 달라지기도 해요.
비용은 기본적인 공예 도구 외에 소모품이라곤 클레이밖에 없다보니 작품 하나에 2만원도 훨씬 안나가는 비용이에요. 가성비 좋은 초저가 취미 활동인 셈이죠.
▲ 특별한 작업 공간이나 비싼 재료, 도구가 필요하지 않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 클레이 아트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단순히 만드는 과정만을 이야기한다면 모양을 중간에 수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처음부터 모양을 잘 잡아야 한다는 점이에요. 원하는 이미지와 비슷하게 재현해낼 수 있도록 언제나 꾸준히 연습하고 부족한 점은 보완해나가야 한답니다.
- 퀄리티가 좋다 보니 주문제작에 대한 수요도 어느 정도 있을 것 같은데요
주문제작을 요청은 꾸준히 블로그나 쪽지를 통해 들어오고 있어요. 하지만 시간이 나면 개인 작품을 만들기 바빠서 안 받은지 꽤 되었어요.
믿고 찾아주셔서 만족해하시는 분들을 보면 보람도 있지만 제가 하나에 열중하면 다른 일을 잘 못하는 성격이어서 주문제작을 받으면 다른 개인적인 일을 다 제쳐두게 되다보니 현재는 간혹 찾아주시는 분들께 감사함만 표하고 있답니다.
- 이번에 화제가 된 인챈트리스 피규어 외에도 많은 작품 활동을 하고 계신데요.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사실 제 마음속 부동의 1위는 너무나 멋지게 잘 만들어진 결빙의 케라하였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서인지 어느날 보니 베일 것 같이 뾰족하던 코끝이 부러져서 뭉뚱해져있더라고요.
▲ 가장 마음에 든 작품이었던 '결빙의 케라하'
그래서 지금은 이클립스(소환사)로 바뀌었답니다.
이클립스의 경우 3년 전 처음으로 공중에 캐릭터를 띄우는 걸 시도했고 도색을 할 때도 '웨더링'이라는 기법을 시도해봤는데요. 웨더링이란 잘 안 지워지는 도료로 먼저 칠한 뒤 위에 잘 지워지는 도료를 덮어 위의 도료를 살살 지워 가며 그을음 같은 효과를 주어 조금 더 사실적이고 멋있어 보이게 하는 기법이에요.
새로운 시도이면서 결과도 만족할 만큼 나와 한동안 애지중지했었죠. 손으로 직접 만드는 것이다 보니 결과가 나올 때는 약간의 운도 따라야 하는데 여태껏 만들어 온 웬만한 캐릭터들 중에서도 3년 전 만들어 놓은 이클립스의 퀄리티가 뒤처지지 않네요.
▲ 현재는 이클립스로 1순위가 바뀌었다고 전했다
- 앞으로 작품 활동 계획을 수립해 놓은 것이 있나요?
다양한 장르의 클레이 작품을 많이 만들어 보고 싶어요. 그 과정에서 부족한 점은 보완할 줄 알고 점점 더 발전해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새로운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이것저것 시도해 볼 참이에요. 최근에는 불과 연기를 크리에이티브하게 표현한 피규어를 제작할 계획을 세워뒀는데 조만간 개인적으로 하고 있는 일이 끝나면 꼭 시도해볼 생각이에요.
- 던파에서 이 캐릭터만은 꼭 만들어보고 싶다고 점찍어둔 것이 있나요?
인페르노(이단심판관)입니다. 일러스트에 나오는 불과 연기를 앞서 말한 시도해보지 않은 새로운 방법으로 참신하게 표현해보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던파 유저 또는 팬 분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아직 인지도가 높지 않아 생소하게 느끼실 분들도 많을텐데 점점 더 많은 작품을 만들고 활동하여 발전해가는 이도리가 되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 감사합니다.
인터뷰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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