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액션토너먼트에서 단체전이 폐지되면서 많은 선수들이 무한 경쟁 체제에 돌입했습니다. 같은 팀원으로 서로를 의지하던 선수들은 모두 적이 됐고 그 와중에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선수들은 팀에만 묻혀가다가 드디어 밑천을 드러냈다는 비판에 시달려야 했죠.
2016년 팀을 역올킬의 위기에 몰아넣은 '한발깜' 김상재 선수를 에이스 결정전에서 꺾었음에도 저평가를 받던 안성호 선수는 폴 시즌 드디어 우승컵을 들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는데요. 던파조선에서는 안성호 선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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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해칫: 만나서 반갑습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던전앤파이터를 플레이한 지 9년 차에 접어드는 안성호라고 합니다. 온게임넷 9차 던파 리그 시절부터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하여 최근 액션토너먼트 2017 폴 시즌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 학교를 마치고 카페에서 만나 본 안성호 선수의 모습
해칫: 9년이면 거의 초창기부터 시작한 게 아닌가 싶은데요. 던파와 결투장은 어떻게 시작했나요?
학교를 다닐 때 선배 중에 던파, 그중에서도 결투장을 무척 좋아하는 형이 있었어요. 그 형이 귀검사를 신봉하는 검서커 신도였던지라 버서커를 적극 추천해서 던파를 시작하게 됐어요. 결투장 입문도 버서커로 시작했고요.
당시에는 떠돌이해적단이라는 유명한 버서커 유저한테 많이 배우면서 실력을 키웠는데요. 덕분에 결투장에 흥미를 붙여 지금까지 플레이하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던파를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게 만든 그분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떠단의후예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었죠.
해칫: 그럼 평소에는 던파를 얼마나 플레이하고 있나요?
보통은 던파와 함께 인터넷 방송을 병행하고 있어요. 결투장은 하루 두 시간씩 꾸준히 플레이하며 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죠. 레이드가 있는 날에는 레이드 방송도 같이하고 있어요. 비중을 따지자면 결투장이 60%, 사냥이 40% 정도인 것 같네요.
지금은 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던파나 방송을 꾸준하게 하고 있진 않은데요. 그 때문인지 좀 아쉽기도 해서 이번에 우승 상금도 받았으니 방학이 되면 좋은 컴퓨터를 사서 던파하는 시간도 좀 더 늘리고 양질의 방송을 진행할 계획이에요.
▲ 안성호 선수의 개인방송 화면
해칫: 학교 이야기가 나온 김에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본인이 음대생이라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예체능 계열은 실기 연습 때문에 게임에 시간을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딱히 음대생이 아니라도 일반적인 학생이라면 누구나 마찬가지로 게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게 쉽진 않을거에요. 그래서 학생 신분으로 게이머 활동을 하는 다른 사람들과 저 사이에 딱히 유불리는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음대생이라서 악기를 다루는 데 들어가는 섬세한 손길이 도움이 된 부분은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전공하고 있는 바이올린은 오른손으로 활을 켜고 왼손의 손가락들을 따로따로 움직여서 현을 잡아줘야 하는데요. 이게 던파를 플레이할 때 손이 수행하는 역할을 거의 비슷하게 따라가요. 그래서 플레이할 때 긍정적인 효과를 내지 않았을까 싶네요.
해칫: 그럼 이제 결투장과 플레이하고 계신 아수라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해볼게요. 우선, 아수라라는 직업에 대한 안성호 선수의 평가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입문이 쉽지만 한계가 뚜렷해요. 스킬 판정이 굉장히 좋긴 하지만 쿨타임도 그에 걸맞게 긴 편이라 정말 신중하게 다룰 필요가 있어요. 이게 심리전이나 피지컬적인 부분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입문~초보 단계에서는 굉장히 좋지만 더 좋은 장비를 통해 속도전 양상에 돌입하고 실력이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 금방 한계가 찾아와요.
제가 우승하기 전까지 아수라로 개인전을 우승한 사람이 온게임넷 던파리그 시절 박한솔 선수를 제외하면 아예 없었다는 부분을 그 예로 들 수 있겠네요.
▲ 아수라의 성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해칫: 그럼에도 우승을 차지하신 것을 보면 아수라의 한계를 극복할 방법을 찾아낸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일단 저는 아수라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기도를 많이 했습니다. 기우제도 비슷한 것도 많이 지냈어요. 쉬운 대진표를 받게 해달라고, 빙인 쓰면 무조건 얼게 해달라고요.(웃음)
중점적으로 연습했던 것은 아무래도 실력적인 부분보다는 컨디션 조절이었어요. 오프라인 방송 경기다 보니 게임 외적인 부분에 신경을 못 써서 제 실력을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봤거든요. 멀리 갈 것 없이 결승전에서도 상대였던 정재운 선수의 컨디션이 별로 좋지 못해서 결승 2경기 4세트에서 니들 스핀 콤보를 실수하는 것을 볼 수 있었죠.
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쿨타임 계산이었어요. 결투장을 할 때 오른쪽 아래에 있는 타이머 기준으로 어느 타이밍에 상대방 스킬이 나올지 경우의 수를 모두 계산에 넣고 게임을 했죠. 전략적으로 준비했던 게 승리의 요인인 것 같아요.
물론 이번 시즌 우승의 주역은 행운이 아니었나 싶기도 해요. 인정할 건 해야죠.
해칫: 그럼 현재 안성호 선수가 사용 중인 스킬 트리를 알고 싶습니다.
아수라의 스킬트리는 보편적으로 쓰이는 게 있어서 크게 설명이 필요할 것 같진 않은데요. 좀 특이한 부분이 있다면 물리 크리티컬 히트를 마스터한다는 점이 있겠네요.
대부분의 아수라가 밸런스 패치로 인해 귀문반 쿨타임이 늘어나서 귀참을 제외한 모든 기본기를 활용하고 있는데요. 결투장에서는 컨버전이 적용되지 않다 보니 평타를 비롯한 기본기의 물리 피해 비중이 생각보다 높게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물리 데미지 또한 최대한 활용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현재 사용 중인 스킬 트리를 구성했습니다.
▲ 현재 안성호 선수가 사용하는 스킬트리, 남은 sp는 모두 이면뒤집기에 투자했다
해칫: 아수라의 결투장 핵심 스킬과 그 활용법에 대해서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보통 아수라들은 파동 해제, 지열에 많이 의존하는데요. 저는 그 두 가지도 물론 중요하지만 에쉔 포크 활용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수라가 파동 해제를 잘 써야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파동 해제가 비어있는 15초라는 타이밍을 어떻게 잘 넘기냐도 중요하거든요. 짧지 않은 시간동안 결국 Y축 판정 싸움을 채울 수 있는 것은 에쉔 포크밖에 없어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장재원 선수도 남귀검사의 핵심이라고 동의하고 있고요.
에쉔 포크를 단순히 맞지 않아도 상관 없다는 듯이 견제용으로 던지기보다는 상대방이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엇박으로 들어가 무조건 맞춘다는 생각으로 쓰는 게 좋아요.
해칫: 곧 윈터 시즌이 시작될 텐데요. 다음 시즌에 대한 전망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엄청나게 큰 밸런스 패치가 있지 않은 이상 대진표와 빙결 중력 초기화의 운이 제 성적을 결정지을 것 같아요. 운만 잘 따른다면 다음 시즌 우승도 불가능은 아닐 거라 생각해요.
거의 확실한 우승 후보로 생각하는 건 역시 진현성 선수가 아닐까 하는데요. 그 외에는 김재완 선수의 선전을 점쳐보고 있습니다.
해칫: 강력한 우승후보로 역시 진현성 선수를 꼽았는데요. 우승 당시 진현성 선수와 김성준 선수를 경계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전에는 엘레멘탈 마스터를 굉장히 쉽게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엘마가 상향이 되더니 언제부터인가 진현성 선수를 상대하기가 많이 벅차더라고요. 물론 이건 진현성 선수가 걸출한 인재인 점도 크다고 생각해요.
김성준 선수는 제가 리그 초창기에 하루 10판을 붙으면 10전 전패를 할 정도로 상대 전적이 안좋았어요. 캐릭터 상성이 극단적으로 나타난 게 아닌가 싶어요.
▲ 항상 우승후보로 거론될 수 있는 선수는 진현성이라고
해칫: 김재완 선수의 선전을 예상하는 이유가 따로 있나요?
남스트라이커가 캐릭터 특성상 선딜과 후딜이 거의 없다시피한 수준으로 짧고 최근 전반적인 스킬 데미지가 오르고 머슬 시프트의 결투장 선쿨타임이 줄어드는 상향을 받아 캐릭터가 많이 안정화됐어요.
실제로 이번 대회에서 김재완 선수가 정종민 선수를 상대로 패배하긴 했어도 임팩트 있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고요. 다음 시즌에 조금 더 체계적으로 전략 부분을 다듬고 기복을 줄여서 게임을 안정적으로 풀어나갈 수만 있다면 충분히 상위권을 노려볼 수 있을거에요.
해칫: 현재 리그에서 최고의 아수라로 꼽히는 선수가 안성호 선수 외에도 안현수 선수가 있어요. 안현수 선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번 대회 때 안현수 선수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아수라 외에도 이런 저런 캐릭터를 많이 키우는 친구라 일일히 다른 선수와 스크림을 잡지 않아도 웬만한 캐릭터를 다 상대해보고 대책을 마련할 수 있었거든요.
아수라 유저들은 대체로 캐릭터 선택폭이 넓은 편인데 안현수 선수도 그런 장점이 잘 살아 있어서 어떤 캐릭터로 플레이하더라도 선전할 가능성이 높은 실력자라고 봐요.
▲ 안성호 선수와 함께 리그 최강의 아수라 중 하나인 안현수 선수
해칫: 그럼 혹시 안성호 선수도 캐릭터 전향에 뜻을 두고 있으신가요?
아직까지 깊게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만약 전향한다면 소드마스터, 다크템플러, 여넨마스터로 나가는 것을 고려하지 않을까 해요. 소드마스터, 다크템플러는 비슷한 귀검사류 직업이 베이스다 보니 적응이 쉬울 것 같고 발검술, 블랙 미러 등을 통한 변수 창출능력이 좋아 보여요.
여넨마스터는 넨가드가 채널링으로 바뀌었는데. 터지거나 캔슬하더라도 잠깐 무적시간이 생기게 바뀌어서 예전보다 심리전을 걸기 좋아졌어요. 분신 쿨타임도 짧아지고 스킬 데미지도 세서 괜찮을 것 같아요.
해칫: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일단 대회에서 대장전이 포함된 팀 매치가 사라지고 랭크 결투장에서도 대장전이 사라져서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면이 많았어요. 저의 사견을 제외하더라도 대장전을 추억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만큼 대장전이 다시 생겨나면 더 많은 사람들이 결투장을 즐기지 않을까 생각해요.
지금 이와 관련해서 개인적으로 온라인 대회를 기획하고 있는데요. 결투장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많이들 참여해서 자리를 빛내주시고 결투장 콘텐츠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됐으면 해요.
그리고 '음대생이다', '바이올린을 다룬다'고 말만 해놓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연주를 할 기회가 없어 못내 아쉬웠는데 제가 이번에 12월 2일 네코제에 나가서 넥슨 게임 OST 오케스트라 공연을 하게 됐어요.
제가 다니고 있는 추계예술대학교 작곡과, 성악과, 관현악과, 미술과가 모두 참여하는데요. 던파, 크레이지아케이드,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와 관련된 음악 연주회와 미술품을 선보이려고 해요. 이번 행사가 잘 되면 윤명진 디렉터님과 라이브 콘서트에서 듀엣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웃음)
네코제를 찾아와주시면 양질의 음악으로 보답해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조만간 안성호 선수의 연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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