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스포츠 선수들은 활동을 오래 하다 보면 나이를 먹어가면서 성적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e스포츠도 이와 같은 기량 감퇴에서 자유롭긴 힘든 직업입니다. 극소수긴 하지만 슬럼프를 극복하고 꾸준히 롱런하는 경우도 종종 있죠.
이번에 인터뷰한 화제의 인물이 바로 그 극소수의 케이스 중 하나입니다. 08년 4차 던파리그 우승을 시작으로 17년 액션 토너먼트에 이르기까지 꾸준한 성적으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김창원 선수인데요.
던파조선에서는 던파 내에서 영정그플 APC로도 만날 수 있는 김창원 선수를 만나 롱런의 비결과 대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 인터뷰 내용을 보다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기사체가 아닌, 평어체로 작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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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해칫: 만나서 반갑습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던전앤파이터를 12년째 플레이하고 있는 김창원이라고 합니다.
해칫: 온게임넷 던전앤파이터 리그 시절부터 활약한 고참 선수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최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고 계신데요? 롱런의 비결이 무엇인가요?
저 같은 경우엔 오랫동안 리그에 나온건 맞지만 꾸준히 잘하고 있는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성적에도 기복이 좀 있고 실력이 줄었다는 느낌을 저 스스로 받고 있거든요. 보통 나이가 들면 실력이 줄어든다고 하잖아요? 가끔 보면 나이를 먹어가면서도 꾸준히 제 기량을 발휘하는 사람이 종종 있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성적과는 별개로 개인적인 만족도가 조금 부족한 느낌이 있습니다.
▲ 4차 리그 당시 같이 우승을 거둔 대역죄인 팀원 파란제비 '오수민' 광귤 '유철규'와 경기를 하는 모습
해칫: 그래도 다른 선수들과 이야기를 해보니 김창원 선수가 그래플러뿐만 아니라 다른 직업군을 플레이할 때도 상당한 숙련도를 자랑한다는 썰을 들어볼 수 있었는데요. 실력 유지에 도움되진 않았을까요?
결투장을 다른 캐릭터로도 플레이한 건 제가 상대의 입장에서 어떻게 대응할지를 보기 위함도 있지만 그냥 캐릭터를 여러 개 키워보고 싶었다는 단순한 이유에서 시작된 거예요.
특히 저는 주력 캐릭터가 모두 여격투가인데요. 플레이 스타일이 다르긴 해도 여격투가라는 기반이 같다보니 입문 난이도도 낮았고 아바타 돌려입기도 가능해서 해당 직업(넨마스터, 스트라이커, 스트리트파이터,그래플러) 들을 열심히 키운 것 같네요.
해칫: 그래도 보통 김창원 선수 하면 떠오르는 직업은 그래플러가 아닐 수 없어요. 보통 김태환 선수와 동급으로 비교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해설진이 김태환 선수는 피지컬을 살린 순간 폭발력이 강하고 저는 안정감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하곤 하는데요. 대체로 옳은 평가라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에는 침착하게 플레이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그래플러가 상성 상 유리한 직업은 제가 확실히 더 잘 잡는 느낌이에요.
반면에 김태환 선수는 굉장히 감각적으로 플레이하고 있어서 변수 생성 능력이 출중해요. 불리한 상성도 거침없이 뒤집어버리곤 하죠. 누가 더 낫냐는 비교보다는 일장일단이 있다는 뜻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 김태환과 미러전으로 명승부를 보여준 2016 시즌 당시의 김창원
해칫: 이번 시즌 초에는 스트리트파이터로 출전했습니다. 이유가 뭔가요?
그래플러와 스트리트파이터가 둘 다 QP랭킹 16위 안에 들어버려서 선택의 순간이 오자 고민을 좀 많이 했어요. 원래는 스트라이커까지 해서 3개를 전부 16위권에 올려놓을 생각이 있었지만 사냥에도 신경을 쓰느라 스트라이커로는 게임을 덜 해서 그렇게 됐네요.
일단 이번 시즌은 대세 캐릭터들을 상대하려면 그래플러보다는 스트리트파이터가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스프링처럼 다시 여스파로 전향을 했습니다. 그래플러보다 성능이 눈에 띄게 강한 것은 아니지만 캐릭터 특성 상 콤보 데미지가 매우 높고 변수 생성 능력도 뛰어나거든요.
해칫: 이번 시즌 대세 캐릭터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섀도우댄서, 듀얼리스트, 엘레멘탈 마스터 정도가 있는 것 같아요. 섀도우댄서와 듀얼리스트는 스킬 판정도 좋고 콤보데미지가 세다는 강점이 있고 엘마는 최근 패치로 이래저래 좋아진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 실제로 편세현 선수는 스트라이커에서 섀도우댄서로 전향한 뒤 더욱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해칫: 이번 시즌은 한세민, 김태환, 편세현, 김창수 등 유독 출전 선수들의 전향이 많은 것 같습니다. 원인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제가 보기에 전향의 주된 이유는 대규모 밸런스 패치로 인해 리뉴얼된 직업들이 결투장에 진입했을 경우의 실성능을 예상하기 힘들어서가 아닐까 싶어요. 대체로 그런 직업군은 인식보다 실성능이 훨씬 좋은 경우가 많거든요.
보통 그런 부분들도 다 테스트하기 위해 퍼스트 서버가 있긴 하지만 퍼스트 서버의 환경 자체도 불안정하고 퍼섭에서 결투장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개발자 입장에서도 세심하게 조정해서 들여오긴 힘들죠.
그래서 캐릭터를 갈아타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새로 나온 직업이나 리뉴얼된 직업으로 발길을 몰린 것 같습니다.
해칫: 액션 토너먼트가 4시즌으로 개편되면서 많은 부분이 변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일단 단체전이 없어졌는데요 관객 중에서는 단체전의 전략적인 요소나 역올킬의 짜릿함을 다시 볼 수 없어 아쉽다고 하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다만 선수 입장에서는 좋은 점도 많아요. 일단 마스터즈는 조별로 4명 중에 한 명만 살아남게 되는데 이 부분부터 경쟁률이 굉장히 치열해서 정말 실력 있는 선수만이 올라가게 되거든요. 만약 좀 실수를 해서 떨어졌더라도 실력이 된다면 결국엔 몇번이고 재도전해서 파이널로 올라갈 수 있으니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또 4시즌제로 바뀌면서 좋은 점은 예전보다 결투장 대회를 개최하니 자연스레 밸런스 패치도 자주 시행되는 것을 들 수 있겠네요. 밸런스를 최대한 잡아보려고 노력한다는 느낌이 묻어난다고 할까요? 그런 부분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실제로 마스터즈 재도전을 통해 기회를 잡은 적 있는 김창원 선수
해칫: 대회에 같이 출전하고 있는 동생(김창수 선수)에 대한 이야기도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김창수 선수와 경쟁의식을 느끼진 않나요?
딱히 그런 점은 없는 것 같아요. 경쟁은 남과 하는 것이지만 게이머를 떠나서 동생은 가족이니까요. 대신 좋은 스파링 파트너라는 생각은 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높은 RP를 가지고 있으면 큐 잡히는 게 오래 걸려서 연습이 힘든데 동생도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 보니 자유 결투장에서 플레이하면 쉽게 연습할 환경이 조성되거든요.
실제로 서머 시즌 당시 엘븐나이트 등 비주류 직업을 상대하는 법을 익힐 때 동생이 많이 도와줬어요.
해칫: 형제가 모두 던파 내에서 대회 출전으로 이름을 날리고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어요.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들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나요?
그냥 유별나게 밀어주거나 압박을 가하는 건 없어요. 평범하게 상금 좀 많이 타면 좋아하시고 잘하는 것을 계속 할 수 있도록 믿어주고 계시죠.
▲ 김창원 선수의 동생인 김창수 선수
해칫: 이번 시즌의 목표와 예상 성적은 어느 정도인가요?
목표는 우승이긴 한데 예상 성적은 잘 모르겠어요. 특히 이번 대회에 여귀검사 유저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는데 여격투가류가 대체로 여귀검사 상대로 상성이 좋지 않거든요.
그래도 대진표를 뽑을 때 껄끄러운 상대만 잘 피해가면 우승도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해칫: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시즌에 임하는 각오가 듣고 싶습니다.
오랫동안 저를 응원해주고 계신 팬 분들이 많습니다. 항상 그렇듯 열심히 준비해서 꼭 우승으로 보답하고 싶습니다.
[던전앤파이터 게임조선: http://df.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