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사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삶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우리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 또 그것을 통해 먹고 살 수 있길 희망합니다. 이 '먹고 사는 일'은 우리의 삶과 꿈, 행복 등 거의 모든 것들을 관통하는 만큼 무엇을 정말 좋아하고 원하는지, 또 잘할 수 있는지, 적성에 맞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그 가운데 누군가는 '게임 업계' 취업을 희망하고 있을 것입니다. 취업 시장의 문이 갈수록 좁아지는 이 시기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 업계 취업준비생을 위해 게임업체에 어떤 직군이 있고 무슨 일을 하는지, 해당 직군에는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등을 소개하는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편집자 주>
■ 게임업계 직군 소개(14) BJ 출신 직무자 - 이태윤 네오플 라이브마케팅팀 사원
이제 인터넷을 통해 마음만 먹으면 개인 혼자서 콘텐츠를 기획하고 방송까지 할 수 있는 1인 미디어 시대다. 아프리카, 유튜브 등 방송 플랫폼을 이용해 보다 빠른 정보를 전달하고 시청자와 실시간 소통도 가능하다.
이미 공중파에서도 1인 미디어 소재의 예능 프로그램이 있는가 하면 독창적인 콘텐츠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BJ(Broadcasting Jockey)도 존재한다.
1인 미디어는 게임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많은 시청자들은 BJ가 직접 즐기는 게임을 보며 대리 만족을 느끼기도 하며 평소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의 중계를 보며 호응을 보낸다.
인기 BJ가 게임 회사로 전향한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네오플 라이브마케팅팀에서 근무하는 이태윤 사원(29)은 BJ로 활동을 그만 두고 게임 업계에 첫발을 내딛었다.
사이퍼즈 슈퍼매치 리그 중계를 맡을 정도로 소위 잘나가는 BJ가 게임업계로 입사를 결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직접 들어봤다.
▲ 이태윤 네오플 라이브마케팅팀 사원(29).
- 자기 소개 부탁 드립니다.
이태윤: 안녕하세요, 저는 네오플 라이브마케팅팀에서 홍보 및 방송/영상물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이태윤이라고 합니다. '던전앤파이터 11주년 기념 9로니클 뮤직비디오' 등 홍보 영상 출연을 비롯, '사이퍼즈 페스티벌' 및 '던파 페스티벌' 등 오프라인 행사 진행, 기획물 제작 등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게임방송 작가 분들과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 밖에도 온라인마케팅 파트에서 수행하는 업무나 기획 등에 참여하여 다양한 실무 지식을 습득하고 있습니다.
- 이전에 BJ로 활동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BJ 활동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나요?
이태윤: 대학 재학 중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룸메이트들과 종종 한 방에 모여 e스포츠 경기를 시청했습니다. 게임을 워낙 좋아했기 때문인데요.
경기를 시청하면서 자연스레 경기 상황을 생생하게 중계하는 캐스터들의 멘트, 행동 등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워낙 하고 싶으면 바로 해봐야 하는 성격인지라 흥미를 느낀 분야에 무작정 뛰어들어 인터넷 방송을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엔 '리그오브레전드' '도타2' 등을 중계했고요, '사이퍼즈'를 꾸준히 플레이 해온 덕분에 BJ 슈퍼매치 리그 중계도 여러 차례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던전앤파이터'의 매력에 빠져 레이드 방송을 자주 진행했습니다.
- 어떤 장르를 주로 플레이하셨나요?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었나요?
이태윤: 제가 주로 즐겨온 게임은 플레이하는 재미와 보는 재미가 결합된 게임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MOBA 장르 게임을 많이 즐겼는데요. MOBA는 장르 특성 상 콘텐츠를 숙지하지 못하고 있으면 플레이 또는 관전의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없기 때문에 부연설명이나 중계가 그 어떤 장르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e스포츠 리그의 경우 게임 내 최고의 고수들이 모여 경기를 진행하는 만큼 짜릿한 명장면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 생생한 모습을 전달하는 전달자의 역할에 더 큰 매력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프로게이머들처럼 명장면 제조기가 될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저는 제 손(콘트롤)의 한계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명장면 제조기들을 빛내줄 수 있는 조력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싶었습니다.
▲ 게임 홍보 영상을 직접 제작 및 배포하기도 한다.
- 기억에 남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이태윤: '던전앤파이터'를 꾸준히 플레이하며 에픽 장비를 맞추던 시절이 있었는데요. 그날도 어김없이 방송을 진행하며 꾸준히 모은 '다크 고스 방어구' 4세트를 끼고 지옥파티를 돌았습니다.
'던전앤파이터'의 방어구 세트는 5세트가 되면 강력한 효과를 볼 수 있고, 저는 한 부위만 더 얻으면 세트가 완성되는 이른바 '영고(영원한 고통)' 상태였습니다.
시청자 분들과 오늘도 남은 한 부위는 나오지 않을 거라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는데, 갑자기 뜨는 에픽 빔을 보게 됐죠. 나머지 한 부위였던 '다크 고스 신발'이 나온 것입니다. 많은 시청자 분들이 영고 탈출을 축하하며 별풍선을 선물해주셨습니다. 제가 영고 탈출을 한 채널에서 자신도 영고 탈출에 성공했다는 시청자도 있었고요. 그날 너무 기분이 좋아서 삼겹살을 사먹었습니다.
- 방송 진행 당시 하루에 몇 시간 정도 게임을 플레이 했나요?
이태윤: 인터넷 방송을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진행을 위해서는 방송 시간 외에도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해 게임을 플레이해야 합니다. 준비하는 시간이 상당히 긴 편입니다.
하루의 절반 이상은 무조건 게임에 투자한 것 같아요. 보통 12시간 이상 했던 것 같습니다. 오늘은 어떤 콘텐츠를 선보일지 고민하며 게임을 하고, 쉬는 시간에는 어떤 게임을 해볼까 고민하고. 저는 잡식성 게이머다 보니 PC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 자신의 능력을 살려 던전앤파이터 리그도 직접 중계할 수 있다.
- BJ 활동을 그만두고 입사를 결심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태윤: 인터넷 방송 초기부터 꾸준히 열정과 노력을 쏟아 부어 인프라를 키워 온 분들 덕분에 이렇게 큰 시장이 형성됐는데요. 급부상하는 시장을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게임 회사에도 관련 분야에서 활동한 사람이나 부서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제 자신만을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 보다는 목적이 보다 뚜렷하고 파급력 있는 콘텐츠를 생산해볼 기회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 생각을 또 한 번 빠르게 실행으로 옮겼습니다.
- 많은 게임사 중 특별히 네오플을 택한 이유가 있나요?
이태윤: 중, 고등학생 때부터 '던전앤파이터'를 즐겨왔고, 대학생 땐 '사이퍼즈'를 꾸준히 플레이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작사인 네오플에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게임 업계 입사를 꿈꾸는 분들이라면 아마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실 것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게임을 만든 회사에 직접 들어가보고 싶었습니다.
저처럼 일반 회사 경력이 아닌 특이 이력을 가진 사람을 채용하는 데 있어 회사 입장에서는 많은 고민과 과감한 선택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요. 그래서 더더욱 회사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도와 도전이 가능한 곳이 네오플이라고 믿었고, 그것이 지금 이 순간 실현되고 있습니다.
- 면접 때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이태윤: 제가 BJ로 활동했을 때 네오플에서 리그 및 게임 방송 기획제작 협업을 담당하셨던 분께서 저를 스카우트 해주셨는데요, 그 분이 지금 제 팀장님입니다. 면접 당시에는 아무래도 적응력에 대한 우려가 있으셨던 것 같아요. BJ 활동을 중단하고 회사 생활을 시작하면 제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후회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저는 수익보다는 재미에 초점을 맞춰 방송을 진행했고, 더 큰 뜻이 있어 입사를 결심한 것이기 때문에 별 문제 없을 거라고 말씀 드렸고요. 방송을 직접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사내에 존재하는 것이 얼마나 큰 매리트로 작용할지 끊임 없이 어필했죠. 지금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을 보니 다행히 그 답변들이 설득력 있었나 봅니다.
- BJ 경험이 직무 수행에 어떻게 도움 되고 있나요?
이태윤: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며 배운 것은 방송 송출 기술, 방송 진행 기술, 그리고 콘텐츠 기획 및 구성 기술 등이었습니다. 1인 미디어 방송이다 보니 혼자서 방송 제작 기술의 일부를 습득해야만 해 실제로 게임 방송국 제작진 분들과도 교류하며 어깨 너머로 다양한 것들을 배웠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게임 관련 콘텐츠 제작 시 시너지 효과를 내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곤 합니다. 특히 1인 미디어의 삶을 직접 체험해 봤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1인 미디어와 연계된 다양한 아이템을 기획 및 발굴할 수 있습니다.
- BJ 활동과 업무 간 공통점/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장점이 있나요?
이태윤: 제가 제작 및 참여하고 있는 콘텐츠가 온/오프라인에서 파급력을 가진다는 점이 동일한 것 같습니다. 방송 진행과 마케팅 업무 모두 이슈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기획하는 콘텐츠가 '나(1인 미디어)' 중심에서 '우리(회사에서 서비스하는 게임)' 중심으로 이동한 것입니다.
또한 프리랜서처럼 자유도가 높은 1인 미디어와, 출퇴근을 정규적으로 해야 하는 회사원 간의 차이도 있겠죠. 1인 미디어로는 소화할 수 없는 대규모의 콘텐츠를 기획할 수 있고, 그 범주도 훨씬 방대하다는 매리트인 것 같습니다.
- 마지막으로, 입사를 꿈꾸는 분들에게 노하우를 전해주세요.
이태윤: 기회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모두 도전해보세요. 그 과정 중에 더 하고 싶은 일이 생겨날 수도 있고, 이 일이 나와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온전히 스스로의 길을 끊임없이 개척해나가는 과정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것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만나기 위해서는 뛰든 걷든 속도에 상관 없이 꾸준히 움직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면 달라지는 것이 없습니다. 새로운 내일을 향해 힘차게 달리고, 과감히 도전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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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현 기자 neulpeum@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