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던파에 제대로 된 회복약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 모험가들은 모자란 자원을 채우기 위해 미친 듯이 스야 나무를 두들기며 HP, MP를 회복시키는 소모품을 얻으려 애쓰곤 했습니다.
당시엔 방어구 마스터리, 정신력, MP 회복이 지금처럼 여유롭지 않았고 회복약도 없었기에 천 갑옷을 입는 몇몇 캐릭터를 제외하고는 항상 마나 부족에 시달렸죠.
그나마 일부 천 계열 직업군은 좀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그래서 모험가들은 고민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평타를 좀 덜 치고 스킬을 난사하는 쾌적한 사냥을 할 수 있을까? 그 고민 끝에 재발견된 것이 바로 마나 회복 세팅(엠회셋)입니다!
■ 군자의 로브
첫 타자는 상의인 군자의 로브입니다. MP 최대치와 회복력을 책임지는데요. 천이라는 방어구 특성상 매우 방어력이 낮지만 쾌적한 사냥을 위해 그까짓 방어력쯤 포기하면 그만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울며 겨자 먹기로 많이들 이용했답니다.
테두리 색깔 구분 패치 이전엔 구분이 좀 많이 어려웠죠.
군자의 로브는 유니크 상의인 바람의 두루마기와 아이템 이미지가 완전히 같아 간혹 이를 속여 파는데 사용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당시 던파의 아이템들은 테두리 색깔에 따로 구분이 없어서 아이콘 모양만 보고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당하기 쉬운 사기 수법이었죠.
바람의 두루마기는 결투장에서 엄청나게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던 아이템이라 부르는 게 값이었는데 군자의 로브도 나름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에 '설마 고가의 아이템을 고가의 아이템으로 속여 팔겠어?' 라는 생각을 했던 모험가들에게 아픔을 안겨준 아이템이 된 것이죠.
■ 숄더 워머
숄더 워머는 가장 가성비가 좋은 마나 회복 사천왕 중 하나였습니다. 대부분의 마나 회복 관련 아이템 드롭 테이블과 겹치면서도 그나마 드롭률이 높은 레어였고, 단일 부위로 1분당 30이라는 매우 훌륭한 회복 성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아이템은 몰라도 이거 하나쯤은 가지고 있던 모험가가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현실에도 숄더 워머가 존재하는데요. 게임처럼 어깨 갑옷 내지는 견장처럼 생기진 않았고 상체를 덮는 반망토 비슷한 느낌이라고 하네요.
현실의 숄더워머
■ 학자의 토시
마나 회복계열의 절대강자, 학토가 등장할 차례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킹(어둠의 선더랜드 킹스로드 난이도)을 돌았던 이유이자 마나에 허덕이는 모험가들에게 있어 구원투수와 같은 존재였죠.
마나 회복량만 따지면 숄더 워머랑 별로 차이가 없지만 악세서리라는 점에서 학토는 큰 이점을 가지는데요. 일단 직업 방어구 세트가 있던 시절인지라 숄더 워머는 특정 레벨부터는 안 쓰는 경우가 많았고 유물이나 성물 악세서리 세트가 없었기 때문에 개별 악세서리의 옵션만 좋으면 장땡이어서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인기가 많았던 만큼 그림자도 짙은 법. 학토는 던파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들을 낚은 아이템이 아닌가 하는데요. 이런 학토와 똑같은 아이콘을 공유하는 팔찌가 무려 2개나 더 있었기 때문이죠
암만 디자인하는 게 귀찮았어도 그렇지...
차라리 군자의 로브는 애교로 보일 정도로 악랄한 사기 수법이었는데요 군자의 로브 쪽은 둘 다 나름대로 가치 있는 아이템이라 사기를 당해도 손해가 덜하지만 학토를 제외한 두 아이템의 가격은 헐값이었기 때문에 타격이 매우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저 학토를 팔겠다고 이빨을 털고 똑같은 아이콘을 가진 싸구려 아이템을 올리는 손쉬운 방법으로 큰 이득을 챙기는 게 가능했으니까요.
■ 군트람&벨 마이어의 별
목걸이 부문에서는 대표를 정하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습니다. 저레벨 유저들의 동반자 암흑의 기운, 파티원의 마나까지 책임지는 군트람, 고레벨에서도 안정적으로 쓰는 벨 마이어의 별 등 쟁쟁한 후보가 많았기 때문이죠. 그렇다 보니 최고존엄 군트람과 VIP의 상징으로 쓰이기도 한 벨 마이어의 별을 공동 후보로 세우게 됐습니다.
옵션의 가치로만 따지면 군트람의 압도적인 승리입니다만, 당시 던파는 유니크 보기도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인 게임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모험가들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마나 회복 목걸이는 벨 마이의 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던파 VIP 혜택의 이름으로 쓰인 만큼 상징성도 충분하죠
앞서 말한 암흑의 기운 외에도 요정시대의 반지. 플레어 스커트, 크리쳐 하겐티 등 사용 가능한 마나 회복 관련 아이템은 몇 개 더 존재했습니다 이를 모두 구비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긴 했으나 이를 모두 맞추게 되면 열심히 사냥하다가 가만히 엠탐을 해야 하는 시간을 아낄 수 있는, 당시로선 최선의 방법이었음을 알 수 있죠.
지금이야 양산형으로 캐릭터를 키워도 상당한 수준의 정신력과 마나 회복력을 보유할 수 있게 되어 육성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졌지만 만약 아직까지도 자신이 키우는 직업의 엠피 소모를 힘들다고 토로하는 분이 있다면 예전 던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세요.
마나 회복 세트에 대한 이야기 하나만으로 아주 쉽게 그 사람이 예전에 던파를 했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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