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파의 업적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던전을 클리어하고 조건에 맞는 플레이를 반복하여 별도의 칭호와 능력치를 얻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던파에서 능력치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고 칭호를 따는 것도 어렵지 않기에 이 과정을 게임 플레이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일반 업적인 최종보스그녀, 업사이드 다운, 자이언트 킬러의 모티프가 된 작품들
하지만, 이는 일반 업적과 같이 메인 스트림에 연관된 칭호에만 해당되는 사항이며 약간 눈을 돌려 특수 업적이나 결투장 업적만 가봐도 기획자가 테라나이트를 한 사발하고 만든 게 의심되는 업적들이 많이 있습니다.
업적을 따는 난이도는 물론이고 따놓은 업적명의 상태마저 병맛스러운 던파의 업적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도전 정신 : 985 헥토파스칼
985 헥토파스칼은 정확하게 985의 피해를 입혀야만 획득할 수 있는 업적입니다. 던파의 데미지 계산 공식은 변수가 워낙 많고 편차가 매우 심한 편에 속해 정확하게 985의 피해를 입히는 것은 제법 난이도가 높은 도전과제이며 캐릭터는 레벨이 높아질수록 엄청나게 강해지는 탓에 점점 더 따기 힘들어지는 몇 안되는 업적 중 하나입니다.
초속 23미터의 날아 차기(...)
원본은 움짤에 나오는 드라마 '단팥빵'의 한 장면에서 유래했는데요. 남주인공을 짝사랑하던 여학생이 남주인공에게 빵을 주자 되려 다른 여자아이와 나눠 먹는 장면을 보고 화가 난 여주인공이 점프 킥을 날리는 장면입니다.
몹시 무협지스러운 와이어 액션이 가미되어 느릿하게 날아가면서도 묘한 타격감이 있고 방영하던 당시 밑의 자막에서 태풍 '민들레'에 관한 속보를 내보내는 부분이 겹쳐서 985 헥토파스칼 킥으로 유명세를 떨쳤습니다.
게다가 업적과 칭호로 등장하기 이전부터 남자 스트라이커의 주력 기술로 이름마저 똑같은 헥토파스칼 킥이 존재하고 있었으니 이 정도면 확신범입니다.
태풍과도 같은 위력
■ 님과 함께 : 나는 여자/남자친구가 있다
위 두 칭호는 획득 방법이 굉장히 독특한데요. 남자 성별을 가진 인형 100개를 사용하거나 여자 성별을 가진 인형 100개를 사용해야 합니다.
소모형 아이템 중 하나인 인형은 쓰기에 따라 플레이에 큰 도움이 되긴 하지만 제어불능의 NPC가 던전을 종횡무진으로 휘젓고 다니는 탓에 방해가 되는 경우도 많으며 지속시간도 15분인지라 꼼수를 부리지 않고 업적을 달성하려면 상당한 시간을 소모해야 합니다.
눈에 땀이 나는 상황이네요 ㅠㅠ
해당 업적은 철권 6가 가동되던 시기 개성 넘치는 닉네임과 코멘트로 화제가 된 플레이어에게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모니터에서 나오지 못하는 여자친구를 향한 애절함마저 느껴집니다.
■ 이계던전 : 장비를 정지합니다.
이계던전 중 하나인 고블린 왕국에서 5번방의 고블린 트랩이 폭파되도록 방치하는 것을 총 3번 반복해야 얻을 수 있는 칭호인데요. 이 칭호의 문제점은 트랩 폭파 패턴은 무적 회피기를 보유하지 않는 한 모든 파티원을 전멸시킨다는 점입니다.
장비를 정지합니다 안 되잖아? 안돼!
원안은 넥슨이 한글화를 담당한 밸브의 FPS 게임 하프라이프 시나리오 중 대공명 현상이 일어나는 장면입니다. 연구원들이 굉장히 차분한 어조로 국어책 읽듯이 연기하는 장면이 압권인데요. 덕분에 한글판 하프라이프는 많은 합성물의 소스가 되는 영광을 얻게 됩니다.
사실 해당 장면은 인류가 절멸의 위기를 맞이하게 되는 대사건인데 실험 중 불의의 사고를 겪었음에도 연구원들은 어떻게 된 놈들인지 목소리의 톤이 하나도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별도의 합의 없이 해당 업적을 따려 한다면 필시 파티원을 제물로 바치게 된다는 점에서 업적마저도 정신이 나간 것 같습니다.
■ 이계던전 : 들어올 땐 맘대로지만
업적의 멘트는 엉덩국 작가의 만화 '성 정체성을 깨달은 아이'의 대사 중 일부인데요. 만화에서 등장하기 이전부터 이 찰진 명대사는 관용어구로 자주 쓰이던 멘트였지만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것은 역시 이 만화부터가 시작이었죠.
해당 업적은 꿈틀대는 성의 메가이라와 관련되어 있는데요. 통칭 삼룡이라고 불리는 이 3마리의 용은 한꺼번에 처치하지 않을 시 무한정 부활하기 때문에 들어간 방을 쉽사리 나갈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므로 이런 문구가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업적을 따는 모험가들은 매우 찰지게 용들을 때려서 제압할 필요가 있습니다.
찰지구나
■ 이계던전 : 숟가락 살인마
이계 던전 개편으로 약간의 비화가 있는 업적과 그 칭호인데요. 검은 대지의 보스였던 혼돈의 오즈마를 공략하기 한 방법과 연관이 있습니다.
검은 대지가 리뉴얼되기 이전 혼돈의 오즈마는 어둠의 기운으로 둘러싸여 있어 일반적으로는 피해를 줄 수 없었고 공격 횟수가 많은 기술을 사용하여 어둠의 기운을 걷어내거나 위장자 몬스터로 변하여 일반 공격을 하면 어둠의 기운을 무시하고 경미한 피해를 직접 입히는 식이었는데 바로 이 경미한 피해를 주는 것이 업적의 핵심이었습니다.
웃기게도 보스 이전 네임드들에서는 단타형 폭딜러가 유리하지만 보스에서만 몹시 불리합니다.
공격 속도의 영향도 받지 않고 판정도 구려터진 위장자의 평타로 오즈마를 잡으려면 한도 끝도 없이 시간을 소모해야 했고 이를 숟가락으로 사람을 때려죽이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는지 영화 <살인의 막장>에 나오는 살인마 기노사지를 모티프로 한 업적명을 붙이기에 이릅니다.
지금은 업적 달성 조건이 일반 평타 500번으로 바뀌어서 의미가 퇴색한 느낌이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숟가락 살인마 영상으로 익히 알려진 영화 <살인의 막장>은 한국에서 무려 2번이나 상영됐다고
■ 결투장 : 넌 이미 죽어있다
결투 시작 후 30초 이내에 승리하는 과정을 30번 반복해야 얻을 수 있는 꽤나 하드코어한 업적 중 하나입니다.
업적 이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만화 <북두의 권> 주인공인 켄시로의 명대사를 그대로 가져온 모습인데요. 칭호 애니메이션에서 달려드는 상대에게 카운터를 먹여 일격사 시키기 직전 북두의 권 화풍으로 그려진 여격가의 모습이 나오는 것을 봐서는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여격가가 대략 이런 이미지인가 봅니다(...)
■ Special Dungeon : Dr. Arad
극히 일부의 유저들만 그 존재를 알아본 업적 중 하나로 BBC의 장수 SF 드라마 시리즈인 <닥터 후>에서 따온 것이 확실시되는 물건입니다.
스페셜 던전인 타임 브레이크 관련 퀘스트를 클리어하면 획득할 수 있는 간단한 칭호지만 타임 브레이크 던전 자체가 시간을 여행한다는 부분에서 콘셉트가 완전히 겹치고 칭호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Dr. Arad 로고는 닥터 후의 뉴 시리즈 초기의 로고와 디자인이 거의 일치하니 빼도 박도 못할 패러디죠.
닥터 후 뉴 시즌 4의 DVD 타이틀 이미지
아무래도 던파의 개발진에는 다양한 덕이 존재하다 보니 기획자 중 누군가가 후비안(닥터후의 팬덤)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습니다.
던파의 업적에 관련된 뒷이야기들은 이게 끝이 아닙니다. 항아리 콘텐츠 관련 업적의 텍스트 내용에 임재범의 노래 가사가 스리슬쩍 들어가 있다던지 "껌이라면 역시 롯데 껌"과 같이 쌍팔년도부터 내려온 유서 깊은 드립도 있죠.
혹시 남들이 알아채지 못했지만 나만이 알고 있는 던파의 업적 속 뒷이야기가 있나요? 그렇다면 당신은 훌륭한 게임/인터넷 폐인이거나 아재일겁니다. 아마도요.
[던전앤파이터 게임조선: http://df.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