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리즈 시절이라는 단어를 아시나요?
두개의 심장, 산소탱크로 유명한 축구선수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입단 당시 했던 인터뷰에서 나온 말인데요. 같은 팀의 선수인 '앨런 스미스'가 "리즈 유나이티드에 있던 시절엔 정말 잘했는데 지금은 제 기량이 나오지 않아 안타깝다" 고 했던 내용이었습니다.
한창 해외축구쪽으로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당대 최고의 선수 중 하나였던 박지성의 인터뷰 내용인지라 이는 삽시간에 퍼져나갔고 리즈 시절이라는 단어가 '인생에 한 번 올까말까한 지나간 전성기'를 뜻하는 하나의 대체어가 됐죠.
이후 축구를 즐겨보는 사람과 게임을 즐기는 사람의 연령대가 겹치기 쉽다 보니 게임계에서도 리즈 시절이라는 단어가 퍼지게 됐고, 이 리즈 시절이라는 단어는 패치로 인해 신(神)의 위상까지 넘볼만한 전성기를 겪었던 캐릭터를 뜻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던파에서 정말 신의 자리에 등극한 '리즈 시절'을 겪었던 캐릭터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메카신 : 이 몸은 방향키와 버튼 3개만 있다면 전지전능
사격개시 대규모 업데이트로 남거너 4명이 전면 개편된 때 던파 내에서 최초로 신(神)이라 불린 사나이가 등장합니다. 그것은 바로 메카닉입니다.이 시기의 메카닉은 정말 방향키와 랜드러너, 카운트다운, 전폭 등 3개의 버튼만으로 던전을 모조리 터트릴 수 있는 지강캐였죠
심지어 다른 무큐기에 비해서 쿨타임이 길다고 불만을 표했던 메카드롭조차도 떴다 하면 해당 맵은 무조건 밀어버릴 수 있다고 할만한 결전병기였습니다.
당시 유행하던 '비밀결사 매발톱단'을 본따서 만든 플래시 애니메이션이 화제가 될 정도로 메카닉의 랜카전은 막강했고 이는 결투장까지 예외가 없었습니다.
누구라도 파열류탄에 닿아 뜨거나 누우면 최소 절반 이상의 체력을 날릴 정도였으니 상상이 되나요?
[ ▶원본 : 마그마다람쥐의 비밀결사 블러디 로터스단 ]
◆ 투척스파 : 이 악물어, 디스크 들어간다!
시즌 1의 Act.8인 어둠을 먹고 피는 꽃은 격투가 4인방 중 가장 안습했던 여스파를 위한 패치였습니다.
일단 크레이지 발칸-베놈 마인-정크 스핀이라는 상위 기술들이 이때 다수 추가되었고 다소 약했던 기본기가 보강됐으며 특정 기술들이 발동 시 적에게 걸어둔 상태 이상의 개수를 체크하여 증폭되는 등 현재 스파의 플레이 스타일은 이때 기반을 다졌다고 봐도 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천라지망이었는데요. 전방으로 자그만 그물을 틱 던져놓고 속박만 걸던 천라지망이 예전과는 달리 부채꼴로 넓은 범위의 적을 몽땅 끌어오고 데미지 증폭 디버프까지 걸게 되면서 파티 플레이에서도 환영받을 수 있게 됐죠
또한 솔로 플레이 속도 또한 탁월하게 빨라졌습니다. 깔끔하게 한점으로 모인 몬스터를 디스크 투척 혹은 몇 개의 상태 이상을 끼얹은 크레이지 발칸으로 밀어버릴 수 있게 되어 몹 한두 마리 데리고 깨작거리던 플레이는 사라지고 박진감 넘치는 파운딩이 가능해졌죠. 벌컨포처럼 땅을 쾅쾅 울리는 크레이지 발칸의 비주얼은 당시 플레이하던 다른 모험가분들도 큰 충격을 받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 충격적인 히트수를 자랑하는 천라지망+디스크 투척
◆ 섬광신 : 발동 횟수 제한이 없는 감전의 강함을 가르쳐 드리지요.
어둠을 먹고 피는 꽃은 사실 원래부터 여스파를 위한 패치였고 실제로도 여스파에게 많은 것을 제공했지만 그 와중에 뜻하지 않게 날아오른 캐릭터가 하나 더 생겼습니다.
그것이 감전 상태이상을 등에 업고 또 하나의 신으로 군림했던 '섬광신' 스핏파이어죠.
감전은 지금도 무척 강력한 상태 이상이고 중독, 출혈의 뒤를 잇는 훌륭한 딜링 능력을 뽐내고는 있지만 그 당시의 감전은 한 술 더 떠서 발동 횟수 제한마저 없었습니다. 즉, 시간 내에 줄 수 있는 타격 횟수에 비례하여 무한정 강해질 수 있는 최강의 상태 이상이었던 것이죠.
▲ 당시의 섬광류탄, 패치로 인해 주 능력치와 레벨링 효율이 크게 올라가며 스핏은 신으로 등극
특히 섬광류탄을 다루던 스핏파이어는 당시 자동권총+작열탄 조합으로 보조사격을 하는 것이 대세였기에 엄청난 횟수의 감전 피해를 누적시킬 수 있었는데, 여기에 어둠을 먹고 피는 꽃의 메인인 여스파를 위해 상태 이상 공식이 변경되고 거기에 섬광류탄 또한 상향을 받아 감전이 훨씬 잘 걸리고 훨씬 강력한 피해를 줄 수 있게 됐죠.
심지어 최상위 던전이었던 고대던전을 무기를 뺀 채로 섬광+작열로만 깰 정도였으니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 충검신 : 충격과 공포다 그지깽깽이들아!
▲ 충격과 공포의 충검신
귀검사의 직업군 웨펀마스터의 전성기는 버그와 관련이 있습니다. 스킬들에 버그가 생겨 계산식이 유리한 방향으로 어긋났을 때 이들은 신으로 등극한 거죠.
엄청난 출혈로 이름 날린 도검신도 이 경우에 속하지만 더욱 강했던 것은 (소검)충검신입니다. 이 당시의 류심 : 충은 소검으로 사용 시 독립 공격력의 일정 비율을 합산한 뒤 찌르기-내려베기를 시전하는 스킬이었는데 이 계산식에 문제가 생겼는지 이 독립 공격력이 통칭 앞뎀이라고 부르는 무기 자체의 물리 공격력으로 들어가는 효과가 적용되고 이 덕분에 평소에는 전혀 나올 수 없는 위력의 찌르기로 모든 던전을 파괴하고 다니는 게 가능했습니다.
더군다나 2차 각성 직후에 류심 발동 시 일정 시간 동안 슈퍼아머를 주는 등 편의성 개선도 있어서 안정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해결됐죠.
마무리로 류심 : 강과 같은 시너지 스킬로 피해가 증폭되고 상태 이상에 걸린 적 공격 시 피해가 또 증폭되는 등 그 결과가 곱해지고 곱해지고 또 곱해지는 복리의 마술 속에서 류심 : 충의 데미지는 안드로메다까지 치솟았습니다. 이 시기의 충검신은 정말 신의 위치에 오른 딜러였죠.
◆ 갓이저 : 고블린과 사도의 공통점이 뭔지 알아? 철원파라 한콤보면 터진다는 것이야!!
기다리고 기다리던 여자 격투가의 2차 각성 추가는 많은 변화를 가져다줬습니다. 특히 여스커의 2차 각성인 카이저는 그 상향폭이 이례적일 정도였죠.
다른 여격투가들도 상당한 수준의 상향을 받았지만 카이저는 정말 답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주력버프와 패시브들의 성능이 크게 향상됐고 이를 2차 각성 패시브인 리미트 브레이크가 한번 더 뻥튀기했으며 기술들의 위력 또한 엄청나게 올라가면서 말도 안되는 화력을 뿜어내기 시작하죠.
게다가 당시에는 진 : 고대던전이 최종 콘텐츠였고 카운터 타이밍에 극딜을 넣는 게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할기의 본링 등 몇몇 아이템과 궁합이 잘 맞았던 카이저는 슈퍼아머가 가지는 돌파력으로 카운터 타이밍에 적의 품속으로 들어가 수초 내에 철산고-원인치 펀치-파쇄권-라이트닝 댄스를 모조리 꽂아 넣는 철원파라 콤보로 모든 몬스터를 폭사시키는 1티어 물딜이 됩니다.
머슬 시프트의 자동 스톡화로 콤보 관리가 편해진 건 덤이죠. 만약 죽창 드립이 이때 유행했다면 고블린과 사도의 공통점은 모두 한방이면 터진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갓이저(갓+카이저)는 강했습니다.
▲ 영상의 베스트 댓글 : 이거 울티메이트(최상위) 난이도였어??
◆ 전국베가본드협회 : 베가본드는 강하지 않습니다. 평범한 캐릭터입니다
<리그오브레전드>를 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들어봤을 전우협(전국 우르곳 협회)를 아시나요? 우르곳이라는 챔피언은 아주 가끔 메타가 돌아올 때를 제외하곤 원딜이라는 플레이 스타일과 이질적인 스킬 셋, 비호감에 가까운 외모 탓에 픽률, 승률 모두 영 좋지 않은데도 사실은 이게 엄청 강한 챔피언인데 의문의 단체 전우협이 언론 플레이로 약캐 코스프레를 한다는 유머에서 시작된 단어인데요.
던파에도 이런 의문의 협회가 생겨나게 만든 캐릭터가 있으니 그 시초가 바로 여귀검사의 4번째 전직인 베가본드입니다. 당시에는 베갓본드라 불렸으며 전베협(전국 베가본드 협회)을 탄생시켰죠.
당시 베가본드는 크로니클 세트 이화접륜의 세팅을 마치고 리버레이션 대검을 착용하면 최종 콘텐츠인 진고던을 예외 없이 초전 박살낼 수 있는 희대의 OP 캐릭터였습니다.
힘을 수천 단위로 올려버리는 버프, 넓은 범위에 말도 안 되는 폭딜을 선사하는 폭검에 이를 한층 더 강화시키는 이화접륜의 삼위일체로 이들의 사기성이 부각되자. 던파조선에서 베가본드를 플레이하던 일부 유저들은 이런 영상을 각종 커뮤니티에 업로드하는 것을 막고 영상을 지우라는 압박을 넣기까지 하면서 베갓본드라는 별명과 동시에 전베협이라는 안 좋은 별명도 떠안게 되죠.
▲ 당시 활발하게 활동했다고 알려진 전베협의 실상
◆ 수라킹 : 길었던 암흑기보다 강렬했던 한 번의 상향
아수라는 인파이터와 함께 홀대받는 캐릭터의 전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수라는 특히 웬만한 캐릭터도 잠시만큼은 날아오를 수 있다는 2차 각성을 받고도 만족스러운 성능을 보여주지 못하는 안습라 시절이 너무나도 길었고 결국엔 하는 사람만 플레이하는 그저 그런 직업으로 남을 뻔했습니다.
하지만 13년 10월의 마지막 날 대규모 업데이트가 아닌 정기 업데이트에서 조용히 개편된 아수라는 천민의 지위에서 인생역전을 이뤄냅니다.
가장 큰 상향은 파동검 계열이었는데요. 땅을 타고 달리는 얼음 파동검 빙인이 큰 폭으로 상향돼서 닿는 적을 100% 확률로 얼리고 얼린 적에게는 당시 기준으로 3.5배의 피해를 입히는 어마 무시한 스킬이 되어 직선 경로의 적을 모조리 갈아버릴 수 있었고
기본기인 파동검 지열은 시전마다 다른 파동검의 쿨타임을 줄이는 효과가 추가되어 넓은 범위의 적을 공격하는 기본기가 빙인을 더 자주 쓸 수 있게 하는 기폭제로도 작용했죠.
덕분에 당시 아수라는 상태 이상 내성만 없었다면 모든 던전을 모조리 엎어버릴 수 있는 수라킹으로 등극했습니다.
▲ 최종 콘텐츠였던 진고던을 노강, 노재련 언커먼 무기로 폭파
◆ 가열로리 : 영차! 영차! 몹들이 다 어디로 갔지?
예전 마도학자를 상징하는 대표격인 스킬은 메가 드릴이었습니다. 공순이 속성의 꼬마 숙녀가 드릴 전차를 몰고 적들을 모조리 갈아버린다는 기묘한 설정 때문에 강한 인상을 줬기 때문이죠.
하지만 망캐라고 불리던 F4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이 흐르면서 대세는 바뀌었습니다. 바로 초고열 용광로성난 불길 가열로로 주력 딜링 스킬의 흐름이 옮겨 간 것이죠.
실제로 밸런스 패치의 역사를 보면 메가 드릴의 상향 횟수는 3번도 채 안되며 그 수치도 20% 이내로 저조하지만, 이계人-거대 드래곤-마녀의 협주곡 대규모 패치를 거치며 엄청난 수준의 3단 상향을 받은 가열로는 대부분의 퍼뎀 딜러들을 압도할만한 고정데미지를 뽑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이를 가열로+로리 통칭 '가열로리' 혹은 '갓열로리'로 부르기 시작했으며 화속성인 가열로가 불리할 수밖에 없는 안톤에서도 마도학자는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던 유틸 능력에 어마 무시한 딜링 능력을 합쳐 한동안 1티어 캐릭터로 군림하게 됩니다.
▲ 갓열로리를 탄생시킨 3단 상향 내역, 이게 불과 8개월 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 심지어는 저런 초강력 주력기에 현자타임조차 없습니다.
물론 리즈 시절이라는 단어의 뜻처럼 위에 언급한 캐릭터의 대부분은 전성기가 끝난 지 오랩니다. 크루세이더처럼 대체가 불가능한 직업의 희소성과 특수성을 가지고 있거나 엘레멘탈 마스터처럼 '네오플의 딸'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제작사의 편애가 심하여 전성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경우도 간혹 있어서 현재 던파는 밸런스가 잘 맞는 게임이라는 평을 내리기 힘듭니다.
심지어 최근 밸런스 패치로 변동이 생기기 전까지 솬마쿠크(소환사, 마신, 쿠노이치, 크리에이터)는 절대강자의 위치에 있었고 현재까지도 상당한 너프를 먹었음에도 마신과 크리에이터는 그 위치를 그대로 고수하고 있을 정도니 다른 캐릭터들의 상황도 알 만한 수준이죠.
하지만 이런 밸런스에도 불구하고 모험가들이 자신이 애정을 쏟으며 키운 캐릭터들을 두고 쉽사리 게임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것은 언젠가 그들에게도 다가올 리즈시절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조심스레 추측을 해봅니다.
[던전앤파이터 게임조선: http://df.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