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e스포츠 캐스터이자 한국인 최초로 EA게임즈 공로상을 수상해 게이머들 사이에서 눈길을 끌고 있는 인물이 있다. 그 주인공은 피파온라인3와 던전앤파이터 등 온라인게임 e스포츠 및 오프라인 행사로 맹활약 중인 성승헌 캐스터.
피파온라인1 시절부터 꾸준히 EA게임과 연을 맺어온 성승헌 캐스터는 지난 7월 24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EA 챔피언스컵2016섬머(이하 EACC)' 현장에서 'EA게임즈공로상'을 수상했다. 무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피파온라인 타이틀을 꾸준히 중계해온 덕이다.
이외에도 성승헌 캐스터는 던전앤파이터 액션토너먼트와 카트라이더 등 e스포츠는 물론 XTM 종합격투기나 레이싱 등까지 그 입지를 넓혀가며 방송계 블루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게임조선에서는 EA게임즈 공로상 국내 1호이자 데뷔 15년차 성승헌 캐스터를 넥슨 아레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 이번 EACC 현장에서 한국 캐스터 최초로 EA공로상을 수상했다. 축하한다.
피파온라인1 시절부터 EA 게임과 관계가 있었는데, 당시는 좀 조용했었고, 피파온라인2부터 크게 이슈가 됐던 것 같다. 사실 상금이나 상품은 전혀 없더라(웃음). 그래도 마치 RPG 게임에서 최초 클리어 업적을 따낸 듯한 느낌이다.
중국어로 감사인사라도 해야할 것 같아서 연습했는데, 시키진 않아서 표정 연기만 열심히 하고 내려왔다.
- e스포츠 캐스터 경력이 10년이 넘는다. 특히, 대부분의 타이틀을 장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사실 이렇게 단일 게임을 이렇게 한 캐스터가 오래한다는 것 자체가 감사할 따름이다. OGN 당시 캐스터의 성격에 맞게 게임을 나누어 분배하고 진행했는데 우연찮게 그 당시 시작한 게임들이 모두 오래 살아남은 게임이 되었다.
- 다양한 애드립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꾸준한 연습인지, 아니면 진짜 애드립인지 궁금하다.
사실 초기에는 '이 애드립은 나중에 꼭 써먹어봐야지' 하면서 했었는데, 이게 티가 무조건 나더라. 그래서 요즘에는 진짜 막 튀어나오는 애드립이 됐다.
그냥 단어나 상황에 대해 연상을 많이 하다보면 그게 오히려 자연스럽게 된다. 되든 안되든 시도를 하다보면 팬분들이 좋아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 피파온라인3 대회는 어떠했는지? 중국도 많이 발전했다고 들었다.
중국쪽은 프로 인프라가 잘 되어 있다보니 지난 시즌에서 잘했던 선수를 영입해 자국 선수의 실력을 향상시키더라. 이걸 보면서 e스포츠가 우리나라만의 것은 아니구나 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중계를 하면서 느낀 점은 '속도적인 측면'의 변화였다. 선수 대기시간이 매우 길었는데, 시간 관리가 안된다고 하니까 시간 조절을 융통성있게 잘 해주더라. 더운 것 빼고는 정말 만족스러운 대회였다.
참, 게임 중계로 외국을 나간 것은 처음이었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거기에 공로상도 받고 심지어 한국이 우승하면서 최고의 시간이었던 것 같다.
- 던파 액토는 물론 던파 페스티벌과 같은 오프라인 행사까지 두루 진행하면서 던파에 애착이 있을 것 같다.
당연하다. 던파 페스티벌은 일년 중 가장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행사다. 덕분에 애착도 커서 서브컬쳐 쪽 행사를 할 때도 나레이션은 꼭 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오래된 게임이다보니 전혀 다른 곳에서 던파 플레이어를 만나게 되더라. 그런 점이 상당히 재미있다. 한게임을 오래하다보면 이러한 부분에서 재미가 있는 것 같다. 전혀 다른 게임이나 직종에서 우연히 던파를 했던 사람과 만나게 되면 정말 반갑더라. 김현도 해설처럼 선수였다가 해설로 온 사람도 보면 감회가 새롭기도 하다.
- 피파나 던파 외에도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소화하고 있다. 다양한 게임을 중계하고 있는 만큼 준비 과정이 어려울 것 같다.
실제로 게임은 다 해보는 편이다. 어느정도 수준까지 플레이를 해봐야만 중계를 제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계하는 게임은 조금 접근을 다르게 하기도 한다. 마치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듯한 느낌으로 하고 있다.
반대로 중계와 상관없이 플레이하는 게임은 정말 편안하게 즐긴다. 특히, 끝이 있는 패키지 게임을 좋아하는 편이다.
조금 특이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오래하고 싶은 게임은 난이도를 엄청나게 올려서 조금씩 즐긴다. 그 게임의 느낌, 여운을 오래 간직하고 싶기 때문이다. 한때 큰 이슈가 됐던 '라스트 오브 어스'는 아직도 엔딩을 보지 않고 재밌게 즐기고 있다.
- e스포츠나 각종 오프라인 행사를 하다보면 다양한 유형의 현장 관람객을 볼 것 같다.
내가 재밌어서 이 판에 뛰어들게 됐다. 덕분에 팬층과도 즐겁게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액션 토너먼트로 전환되면서 던파랑 사이퍼즈의 팬들이 같이 오게 되는데, 서로 교류를 하는 모습이 보기 좋더라. 그 중에 매번 오는 던파 팬이 있다. 그 분은 리액션도 빨리 그리고 많이 해주는 덕에 감사하다. 이번주 액션토너먼트도 올 거라고 생각한다.
- 국내 e스포츠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된다고 생각하나?
e스포츠가 사실 기업 입장에서 큰 돈이 되는 사업은 아니다. 하지만 팬층과 서로 접점을 만들고 즐길 수 있는 장이 되는 만큼 관객과 기업 모두 서로 고마워해야할 입장이 아닌가 생각한다.
또한, 모두 각자의 포지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선수는 선수로서 존재하기 위한 원동력으로 '팬'이 있다는 것을 잊지말고, 관객은 관객으로서의 매너를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e스포츠를 관람하는 것은 게임을 즐기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직접 게임을 할 수도 있고, 인터넷 개인방송으로 게임을 볼 수도 있고, e스포츠를 즐길 수도 있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즐기든 그 사람들이 해당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생각하고 재밌게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또, 요즘 집에서 경쟁 게임을 즐기다 보면 게이머들 간에 너무 각박해진 것 같다. 순위 메기는 사회라 그런가? 50연패해도 게임 자체를 재밌게 즐기면 어떤가 생각한다. 게임이 좋아 이 판에 뛰어든 사람으로서 승패 여부와 상관없이 게임이 재밌으면 정말 즐겁더라.
게임을 할 때 스트레스 받지 말고 게임 자체를 즐겁게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