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일 중국 상해에서 진행된 DNF 프로리그에서 우리나라의 ‘조신영’ 선수가 우승했다.
DNF 프로리그는 우리나라에서 많이 알려지지 않은 대회지만, 중국에서는 가장 규모를 자랑하는 대회다. 이런 큰 규모의 대회에서 중국 선수가 아닌 한국 선수가 우승한 것은 기뻐해야 할 일.
이 소식을 접한 기자는 곧바로 조신영 선수에게 연락해 그동안 궁금했던 점이나 중국 대회 우승 소감 등을 물어봤다.
※ 인터뷰 내용을 보다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인터뷰 내용은 기사체가 아닌, 평체로 작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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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내용
새나 :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조신영 : 안녕하세요. 올해 21세를 맞이해 대학 생활을 하고 있는 조신영입니다. 반갑습니다. (웃음)
새나 :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던파는 오래 하셨나요?
조신영 : 맨 처음 던파를 접했던 건 초등학생 때였어요. 그 당시에 던파를 잠시 즐기다가 접게 됐는데요. 09년도에 도적이 업데이트되고 다시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 접했을 때 도적이라는 직업의 스타일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계속 플레이하다 보니까 지금까지 오게 됐습니다.
새나 : 사실 도적의 전직인 로그가 일반 유저들 사이에서는 OP라는 이야기가 많아요. 근데 정작 리그에서는 자주 못 본 것 같은데 그 이유가 뭘까요?
조신영 : OP라는 이야기가 완전히 틀린 이야기는 아니에요. 반은 맞고 반은 오해인 부분이 있는데요. 우선 로그가 업데이트됐을 당시에는 정말 OP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사기성이 짙었던 것이 사실이에요. 하지만 현재는 여러 번의 하향으로 많이 약해졌죠. 그래도 유저분들 사이에서는 인식이라는 게 있다 보니까 OP라는 이야기가 나오게 된 것 같아요.
또, 본 서버와 대회의 차이점도 있겠네요. 본 서버에서 에픽 등급의 장비를 갖춘 로그는 강력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에는 상급에 속한다고 봐요. 하지만 대회 룰을 따르면 특유의 스피드를 살리기가 어려워 중간이나 중간 이하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눈에 보이는 부분도 크게 작용합니다. 로그라는 직업의 특성상 화려한 콤보와 스킬을 보여주는데 이런 모습을 유저분들이 보면 눈에 보이는 이미지가 강력한 직업이다 라는 이미지로 남아 인식이 높아진 것 같아요. 하지만 그렇게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많은 숙련도가 필요합니다. 연계가 주를 이루는 만큼 한가지 스킬로 기회를 노리기보다는 지속적인 견제와 견제에서 이어지는 콤보로 적을 상대해야 되기 때문에 다루기 어려운 직업이죠.
새나 : 그렇다면 로그를 플레이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조신영 : 앞서 말씀드린 연계 플레이가 기본적으로 뒷받침해줘야 합니다. 하지만 이 연계에만 집착하다 보면 패배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로그는 직업의 특성상 돌진적이고 공격적이에요. 하지만 결투장을 오랫동안 즐겨본 유저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이런 공격적인 플레이가 한 번의 허점이 보이면 돌이킬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무작정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는 것 보다는 방어적인 플레이에 집중하면서 상대방의 허점을 노리고 공격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어떻게 보면 야비하다고 보일 수 있을 정도로 견제하면서 방어적인 플레이와 운영 능력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가장 최근에 느낀 점 중 하나입니다.
새나 : 본인이 생각하기에 상대하기 가장 어려운 직업와 쉬운 직업가 있다면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조신영 : 사실 쉽고 어렵고를 따지기는 조금 힘들어요. 직업 상성이 있기는 하지만 선수들의 역량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굳이 꼽자면 그래플러나 런처가 제일 쉽다고 할 수 있겠네요. 특히 런처의 경우는 일반 유저들을 상대로는 80%의 확률로 이기는 편이고, 선수들과 붙었을 때에는 60% 정도의 확률로 승리합니다. 아무래도 런처라는 직업의 특성상 가만히 말뚝딜을 하는 경우가 많아 공중제압이나 이동기술이 많은 로그가 유리하죠.
반면에 소환사나 사령술사, 메카닉과 같은 소환물을 이용한 직업들이 어렵구요 피격 스킬이 있는 웨펀마스터와 레인저도 어렵습니다. 이외에는 ‘빙의’스킬을 잘 사용하는 소울 브링어가 어려워요. 특히 최우진 선수나 ‘귀신의행세’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유저가 빙의를 잘 사용하기 때문에 상대하기가 어렵습니다.
새나 :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이번 중국 리그에서 우승했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정확히 어떤 대회인지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조신영 : 한국에서 액션 토너먼트 4강 이상에 진출한 선수를 초청한 중국의 리그로, 중국의 프로리그 중 가장 큰 경기입니다. 중국에서 초청해서 참여한 경기인데, 사실 처음에는 ‘구동생’ 선수에게 3:0으로 완패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라운드에서 정말 아깝게 졌기 때문에 패배감보다는 오히려 간절함과 투쟁심이 발휘되더라구요.
제가 상대방의 심리를 읽는걸 굉장히 잘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선수들을 상대할 때 조금 얕보고 시작하는 경향이 있어요. 제 가장 큰 단점이죠. 과거 액션 토너먼트에서 ‘정상천’ 선수와 경기했을 때를 생각해 보시면 잘 아실 것 같아요. 정상천 선수와의 경기에서 아픔을 느꼈다고 생각했는데, 구동생 선수에게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을 보고 방심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생각을 고쳐먹었더니 자연스럽게 우승까지 하게 됐네요.
새나 : 아무래도 중국에서 경기를 하다 보면 어려웠던 점도 많았을 것 같은데, 어떤 점이 가장 힘드셨나요?
조신영 : 아실지 모르겠는데 중국과 한국의 클라이언트 버전이 서로 달라요. 중국이 한국보다 버전이 낮죠. 그래서 과거 존재했던 오류들이 아직 남아있었어요. 대표적인 예로 다이빙 에로우와 소닉 어썰트 타격 오류가 있겠네요. 이런 오류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또, 중국 선수와 한국 선수의 플레이 방식이 많이 달라 적응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은 선수, 일반 유저할 것 없이 굉장히 공격적이고 저돌적이에요. 그래서 심리전이 많이 부족한 편인데요. 중국 선수들은 공격적인 부분은 약하지만, 심리전에 강해서 상대방의 공격을 역으로 이용하는 카운터에 강한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메카닉과 같은 직업이 등장한 것도 상당히 놀라웠구요.
전체적인 실력도 한국 선수들보다 중국 선수들의 수준이 더 높은 것 같아요. 중국 선수들은 콤보에 강해요.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콤보들도 등장하고 콤보의 성공률도 상당히 높은 편이구요. 이런 점들이 중국 선수들을 상대할 때 어려웠던 부분인 것 같습니다.
새나 : 상당히 분석을 많이 하신 것 같네요. 그래서 우승까지 하셨던 것 같아요. (웃음)
새나 : 지난 시즌의 액션 토너먼트에서는 안타깝게도 팀, 개인전 모두 4강에서 패배하셨는데, 패배의 요인을 꼽자면 어떤 게 있을까요?
조신영 : 가장 큰 요인이라면 개인적인 사정으로 심리적인 압박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한 마디로 멘탈 수련이 부족했던 거죠. 사실 ‘아연옷걸이’라는 팀과 붙었을 때에도 이찬혁 선수를 상대로 미러전에서 패배하고 말았는데, 심리적인 요인도 있었지만 사실 연습량이 부족했던 탓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연습량을 높여서 다음 경기에서는 승리하기도 했죠.
사실 제닉스스톰X와의 경기는 많이 아쉬웠어요. 최우진 선수를 완벽하게 마크하기 위해서 이승현 선수와 연습을 많이 했어요. 앞서 말씀드린 빙의를 상대하기 위해 잠시 무적 시간이 풀리는 타이밍을 잡기 위해서였죠. 이런 노력에 최우진 선수에게는 승리했습니다. 그렇게 2:0 스코어를 가져갔지만 이후 대장전에서 이제명 선수에게 방심해서 지고 말았어요. 결국, 방심하는 경기는 모두 패배한 것이라고 볼 수 있죠.
심리적인 압박감과 방심. 이 두 가지가 가장 크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새나 : 라이벌로 생각하는 선수들이 있을 법도 한데 어떤 선수들이 있나요?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조신영 : 우선 레인저의 이제명 선수가 있습니다. 사실 로그와 레인저가 캐릭터 상성만 봤을 땐 레인저가 우세한 편입니다. 그 상성을 잘 알기 때문에 레인저전을 그만큼 많이 연습했는데요. 그래서 자신 있는 캐릭터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제명 선수는 로그전에서 정말 강력해요. 그래서 상대하기 어려운 레인저 선수 중 한 명입니다. 실제로 중요 경기에서 많이 붙기도 했고 승률도 비슷하기 때문에 라이벌이라고 생각됩니다.
소울 브링어에는 최우진 선수가 있겠네요. 사실 소울 브링어가 비주류 캐릭터기 때문에 대회에서 만나기는 조금 어려워요. 근데 최우진 선수는 워낙 잘하기 때문에 대회에 자주 출전하는데요. 이 선수랑 경기를 펼치면 박빙의 상황이 자주 연출돼서 정말 재밌습니다.
마지막으로 배틀메이지 정종민 선수가 있습니다. 요새 정종민 선수가 허리 부상으로 기량을 마음껏 뽐내지 못하고 계신데, 본래 실력은 정말 대단한 선수거든요. 그만큼 이기기도 어렵구요. 개인적으로 배울점도 많은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새나 : 그러면 반대로 라이벌적인 시선이 아니라 기대되거나 눈여겨보는 선수는 없나요?
조신영 : 선수를 굳이 꼭 집어 말하기는 어렵고 현재 로그 유저분들의 실력이 평균적으로 높아진 것 같아요. 그래서 모든 로그 유저분들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데요. 선수 중에서는 이번에 개인전에 올라간 이찬혁 선수와 안성호 선수팀에 속해있는 김성진 선수가 정말 잘해요. 이 두 로그 유저분들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새나 : 이찬혁 선수이야기가 나와서 말씀드리는데, 로그와 미러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자신 있으세요?
조신영 : 로그는 상태이상이 없는 직업이기 때문에 운보다는 실력이 중요한 직업입니다. 그만큼 연습량과 선수의 실력으로 승패가 판가름나거든요. 하지만 저는 실력적인 면이나 연습량에서 그 어떤 선수가 와도 이길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로그전은 상당히 자신있습니다.
새나 : 사실 요새 결투장이라는 콘텐츠 자체가 조금 사그라졌는데, 그 이유가 뭘까요? 개선점은 있을까요?
조신영 : 결투장은 일반 결투장이 있을 때가 가장 재밌었던 것 같고 공정한 결투장이 있을때가 가장 유저가 많았는데요. 현재는 조금 사그라진 것이 사실이죠.
사실 캐릭터의 레벨이 높아짐에 따라 장비나 기본 능력치가 예전과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강제적으로 수치를 제한할 수밖에 없어요. 던전 레벨과 결투장 레벨, 아이템 등을 따로 설정해 유저들이 공평하게 실력만을 가지고 승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새나 : 앞으로 액션토너먼트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게 필요할까요?
조신영 : 사실 이번 던파 페스티벌 F1 결투 천왕대회에서 실망을 많이 했어요. 중국, 일본 선수들이 등장했는데 통역사가 없어서 인터뷰를 진행하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쉬웠죠. 이런 세세한 부분을 주최 측에서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선수들의 프로의식이 조금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경우 선수들의 프로의식이 높기 때문에 경기의 결과에 상관없이 서로 악수를 하거나 포옹하는 등의 멋진 스포츠 정신을 볼 수 있었던 반면, 한국 선수들은 이런 점이 조금 부족해서 아쉬워요.
이외에 대회 환경도 조금 아쉽습니다. 이 부분도 중국과 비교를 하게 되는데요. 중국 대회에서는 선수들이 멋진 콤보를 넣거나 중요한 장면이 있으면 슬로우 모션으로 재생하면서 상세하게 보여줍니다. 이때 선수들의 커맨드도 표시해주죠. 이런 세세한 부분이 마련되어 있어야 실제 경기를 본 유저들도 게임에 접속해서 사용해보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나 :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유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조신영 : 이번 시즌에서는 개인 사정 때문에 연습량이 많이 부족했어요. 그래서 아쉽게도 탈락했는데, 지금까지 저를 믿고 응원해주시는 팬분들에게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씀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몇 년 안에 군대를 가게 될 텐데 군대 가기 전까지는 꼭 양대 우승을 이루고 가겠다고 약속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요새 로그의 영상을 보고 로그를 키우시는 분들이 많은데, 2차 각성이 나오기 전까지는 조금 자제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밸런스로는 사냥이나 결투장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실 것 같아요.
그리고 로그가 OP라고 생각하시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로그가 사기성 짙은 스킬이나 모습 등이 있지만, 그런 점을 모두 덮어버릴 만큼 큰 단점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조금 귀찮으시더라도 직접 플레이해보시면 충분히 공감하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많은 로그 유저분들도 이런 부분을 섭섭하게 생각하고 계신 만큼 이번 인터뷰로 로그의 인식이 조금은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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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현 기자 sena@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