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가난한 자의 연대기 - ( 5 )

“전부 내 거야, 돈도, 아름다움도, 사랑도, 노예도!” - 악녀 클라라. 00. “하, 개같네 정말.” 절망적인 체스판이 되어버린 웨스트 코스트. 달려가면 나는 한가지의 결론을 도출 할 수 있었다. 피해자가 너무 많다. 뒤돌아보면 나와 루덴이 부숴버린 사람과 말대가리의 석상의 잔해들이 늘어져있었다. 나야 이미 어찌할 방도가 없는 녀석들에게 아무 감정이 없었지만 루덴의 표정은 힘들어 하는 것 같다. 처음엔 강한척이었을 뿐인가. 애초에 그렇게 강한척 하지 않아도 될 터인데…. 이미 저건 사람이 아닌 괴물인데, 너무 죄악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다. 참으로 한심하고 멍청이같다고 생각하지만 어쩌겠는가, 저게 루덴 아인이라는 녀석이니 말이다. 그래도 빈말로 위로하는척 하듯이 나는 말을 건넸다. “야, 너 괜찮냐? 힘들면 돌아가.” “괜찮아…, 그리고 이건 애초에 내 일이니까….” 루덴은 괜찮다는듯이 표정을 바꿨지만 이미 힘들어하는 표정을 본 내게 그런 거짓말이 통할거라 생각하진 않은듯이 다시 표정을 원래대로 돌려놓았다. 나는 루덴의 머리를 킬리지의 검집으로 딱 내려쳤고, 루덴은 신음과 동시에 머리를 부여잡았다. “아야! 무슨짓이야 에튜나!” “뭔짓이긴. 남이 빈말로도 권유하면 받아주는게 예의야 새꺄. 어떻게 여자란새끼가 귀염성이 없냐? 쯧….” “……그럼… 조금 쉬어도 돼…?” 루덴이 그렇게 말하자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뒤를 돌아보았다. 무수한 잔해. 내가 루덴이 부쉈다곤 했지만 실상은 앞에서 루덴이 거의 부수고 나머지것들만 내가 부순것이나 다름없다. 몇시간째 이짓거리를 하고있으니 체력적으로 금새 피곤하지 않다면 인간이 아니겠지. 고개를 끄덕인 후 루덴은 검의 변형을 풀고 대검으로 되돌렸다. 하긴, 무기 변형을 계속 유지하면 마력도 들테니 그것도 시간단위다. 그리고 천천히 걷기로 하였다. 세리아가 조금 걱정이긴 하지만…. 하나 또 다른 문제가 있다. 건물도 부숴지고 담쟁이 덩굴이나 다른식물들이 무성히 나 형체를 알아 볼 수도 없다. 거리도 체스판이라 기억에는 없다. 희미한 기억만으로 길을 찾아나선 나는 한마디로 길을 잃었다고 말할 수 있었다. 짜증나 나도모르게 욕짓거리를 해버렸다. 정확히 말하면 희미한 기억만으로 변해버린 웨스트 코스트에서 클라라인지 뭐시기인지에게 갈 방도가 없었다. 이대로 시간을 지체하면 곧 해가 지고 말 것이다. 빨리 끝내버려야겠다 싶어서 몇번 달리다보니 시장가로 추정되는 장소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들리는 땅이 울리는 소리. 시선을 돌리면 그곳에는 황금의 갑옷을 입은 창을든 인간기사. 그리고 말머리 석상의 나이트들이 있었다. 녀석은 내게 창을 겨누며 말한다. “새로운 제물이로군, 나이트 부대! 여자가 약해져있다! 여자를 잡아라!” 그 말과 동시에 루덴이라면 알아서 피하겠지 싶었었지만 루덴은 다리를 휘청였고 그 상태로 넘어질 위기에 처했었다. 아니 우연이 이런 우연이 다있네 하면서 혀를 차며 루덴을 지키러 가려고 하였지만 창을 든 기사는 그 창으로 내 심장을 노려왔다. 킬리지로 재빨리 그것을 막아내었지만 말이다. 그러자 작은 감탄을 내뱉는 녀석. 하는말도 가관이다. “호오, 내 일격을 막다니, 꽤 하는군! 좋은 수호병이 되겠어.” “개소리마 새꺄.” 나는 그 상태로 발로 녀석을 차 날려버렸다. 물론 황금 갑옷덕택에 그다지 충격을 받지 않는 녀석은 낄낄 웃어댔지만…, 의외로 신경을 긁는군. 그리고 녀석에게 신경쓸 겨를 없이 루덴쪽으로 돌아봤다. 루덴은 양 팔, 그러니까 나이트 한마리씩 루덴의 팔을 잡아 구속하고 있었고, 기사녀석은 그것을 보며 소리쳤다. “좋아! 녀석을 여왕님께 데려가라!” 명령을 이해한건지 나이트는 눈을 빛내며 높이 뛰어올랐고 내가 그것을 막으려고 하자 루덴은 내 이름을 크게 불렀고 나는 루덴과 시선을 마주쳤다. 루덴의 표정은 두려운 얼굴이 아니었다. 오히려 피식 웃으며 눈짓으로 내게 무언가를 전하려는 것이었고 나는 그것을 이해했다. 왜냐하면 루덴의 붉은 눈동자와 지금의 녀석의 말로 유추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밖에 없었으니까. 과연───. 나는 루덴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루덴에게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과연 저래뵈도 레지스탕스라는 것이다. 솔직히 놀랐고 기사는 내게 다시 창을 겨눴다. 그것을 막는 사이에 루덴은 끌려갔고 나이트들과 기사들만이 남았다. 기사녀석은 오만하다는 듯이 나를 비웃었다. “어떠냐, 여자를 지키지 못한 비참한 결말은.” “너 뭔가 단단히 착각하는거 아니냐. 저녀석은 내 돈줄이야.” “뭐ㅡ 그리 부정해도 상관은 없지만 걱정마! 곧 같은 처지의 돌이되어 아픈꼴도 안느낄테니까 말야 킥킥!” 어째서 주변녀석들 게다가 이런 실력도 재지 못하는 녀석까지 루덴과 나를 그런 사이로 보는걸까. 그런거야 별 신경쓰지 않지만 자기가 실력이 높다고 착각하는 저 착각병까지는 어떻게 해줄 수 있다. 하지만 꼬인 심사가 사람의 심기를 건든다. 킬리지를 바로잡으며 녀석을 죽여볼까 했지만…, 애초에 루덴이 여기 없어서 다행이다. 녀석은 사람인지라 죽이면 또 뭐라 지랄할게 뻔하니까. 콧바람을 한번 내쉬며 녀석을 보았다. 조금 놀려볼까. “너는 왜 석상이 되지 않지? 그러면서 아픈게 무서워서 그런 갑옷이나 꽁꽁 싸매입고나 말야.” “흥! 승산이 없으니 말인가? 하긴, 넌 저 여자에 비해 약하지. 네녀석이 싸운건 녀석이 못부순 남은 잔재들 같은 것이었으니 말이야!” “……흐응, 내가 약하다라…. 시험해볼까?” “그럴 필요 없지! 넌 이제 죽을테니까 말야! 나이트 부대! 뛰어올라라!” 언제부터 본것일까. 아무튼 녀석이 그렇게 착각하는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상대를 너무도 잘못 골랐다. 용병일에도 잔뼈가 굵고 왠만한 소울브링어를 뛰어넘은 소울테이커다. 잡생각을 버리고 하늘위를 보았다. 곧 태양이 질 것이다. 그리고 녀석의 목숨도 말이다. 말과 동시에 뛰어오른 나이트들과 기사가 내 위로서부터 떨어지며 공격하려 한다. 갑자기 도발당하면 화내게 되어버리는 이 나쁜 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하… 내가 루덴보다 약하다라… 내가? …그 빌어먹을 년보다?” 개소리 마라 피래미새끼───. “스톤샤워.” 귀수를 뻗어 하늘로 올린다. 봉마의 진언이 빛나며 내 위에 있는 나이트들과 기사를 향해 그 위에서부터 빠른 속도로 돌비석이 떨어진다. 무수한 돌 비석, 십자가를 새기며 그것은 마치 무덤. 사체는… 그들이다.  쿠구구구구궁──!! 거대한 소리와 함께 일어나는 자욱한 모래먼지. 그리고 수 초 후에서야 모래연기가 사라지고 내 주위로는 음산한 귀기를 머금은 무수한 십자 모양의 돌비석, 붉은 봉마의 진언이 새겨진 그것은 소름끼치기 짝이 없었다. 그리고 그 비석 아래에 있는것은 산산히 조각나 형체를 알 수도 없는 나이트들과 비석이 복부와 창을 들고있던 왼 팔, 그리고 양 다리를 찍어눌러 으깨진 기사녀석이 있었다. 허파가 찢어져 말도 안되고 입에선 피가 가득차 뱉어내 숨도 몰아쉬기 힘들며 눈물을 흘리고 오른손만 바둥거리고 있었다. 나는 녀석에게 천천히 다가가 다리를 굽혀 앉아 말했다. “다시 지껄여봐. 좋은 수호병? 누구보다 약하다고?” 녀석은 단지 입을 뻐끔거릴 뿐이었다. 나는 왼손의 귀수로 녀석의 한쪽 눈을 뽑아내 집어던졌다. 그러자 녀석은 허파가 찢어진 몸으로 힘없이 비명을 지르며 오른손을 아둥바둥 거리고있었다. 녀석의 입은 비명을 지르면서도 나를 보고서는 말했다. 아니 입을 움직였다. 소리는 나지 않았지만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살려줘’ 한숨을 내쉬며 나는 킬리지를 녀석의 목에 대며 입을 열었다. “너는 역시 석상이 되는 편이 좋았어.” 그러고서는 녀석의 목을 베어버렸고 비석은 이내 녀석들을 삼키듯이 시체를 이끌고 땅속으로 사라졌으며 버려진 눈알을 향해 까마귀가 날아올라 그것을 쪼아먹고 있었다. 킬리지를 휘둘러 피를 털어내고 검집에 넣고서는 루덴이 날아간 방향을 보았다. 몇 걸음 그쪽으로 가자 바닥에 무언가가 있었다. 빵조각, 만져보니 푸석하지 않고 아직은 부드럽다. 루덴이 버려놓고 간 이정표. 과연 내심 루덴의 평가를 속으로 바꿨고 그 빵조각을 따라갔다. 악녀 클라라의 위치를 루덴이 몸소 알려주었으니까 말이다. 01. ‘에튜나는 잘 오고 있을까. 아까 굉장한 소리가 들렸지만….’ 쿵! 쿵! 거리며 나이트들은 나를 들고 어디론가 가고있었다. 이제 해가 진다. 어둠이 내리앉고 한 장소에는 불빛이 켜져있다. 불빛? 아무리봐도 수상한데… 그리고 나이트들은 그 불빛이 있는 쪽에 다가가 멈췄고 나를 그곳으로 끌고갔다. 그곳에는 여왕님처럼 왕좌에 앉아 한 작은 석상의 얼굴과 입을 맞추고 있는 금발의 여성. 왕관을 쓰고 그 녹빛의 눈동자는 석상머리와 입을 맞추면서도 나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팔과 다리에 있는 이음새. …그녀도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그녀…아니 녀석은 땅바닥에 그 석상머리를 집어던지며 깨트린다. “하암… 역시 석상은 리얼리티가 부족해.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지?” “뭐?” “…바보같은 바이턴…, 난 남자쪽을 데려오라고 했는데 왜 이런 여자야? 하아….” “아까부터 그게 무슨소리야…?” 팔이 구속당하고 아까 힘을 많이 쓴 탓에 저항을 할 수 없단게 가장 큰 문제점이었지만… 에튜나라면 여기까지 금방 와 줄것이라 믿는다. 그러자 클라라라고 생각되는 여자는 내게 천천히 걸어온다. 또각또각 구둣소리를 내며 다가온 녀석은 마치 여왕의 기품을 내뿜었지만 그래봤자 실상은 말괄량이 꼬맹이같은 모습이었다. 녀석은 인형의 손으로 내 얼굴을 만졌으며 손가락으로 내 턱을 들어올렸다. “아름다운 은장발…. 그리고 타오를듯한 루비수정같은 붉은 눈…. 아름답네… 질투날 정도로.” “…크읏…!” “그렇게 인상쓰지마 모처럼의 칭찬이잖아? 내 칭찬은 귀하다고? 아, 그리고 마침 같이온 남자 맘에 드는데 내가 가져도 돼? 어차피 그 몸으로 많이 침대에서 뒹굴었을꺼 아냐?” 클라라가 그렇게 말하고서는 그 손으로 내 가슴에 손을 가져다대며 유방을 주물렀다. “…흐얏…?! 자, 잠깐…?!” “어라, 귀여운 목소리네. 게다가 부드럽고…. 쿡쿡…. 재밌는거 알려줄까? 바이턴은 웃기게도 석상이 안되었어 왠줄 알아? 심심해서 석화가 아닌 복종의 마법을 걸었거든. 뭐 정신이 강하면 금방 풀리지만 결국 녀석은 내곁에 남아있었다 그런 이야기지. 당신은 어떨까? 쿠쿡….” 그러면서 클라라는 요염한 손놀림으로 가슴을 주물렀고 내 얼굴에 얼굴을 가져다 대었다. 정말 가까운 거리, 그녀는 그럼에도 조소하듯이 미소짓고 있었고 나는 떨리는 마음에 어찌할 방도를 모르고있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려고 하자 클라라는 왼손으로 내 얼굴을 고정시키며 말했다. “이걸로, 당신도 내 노예야.” 클라라가 그 상태로 내게 입을 맞추었다. ────── 다음화가 멜트다운편 끝이겠군요. 이게 잘린다면 아마 야설은 없는거겠지요 껄껄(...) 덤) 삽화같은거 처넣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