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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찬양a | 날짜 : 2014-06-08 15:29 | 조회 : 395 / 추천 : 2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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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가난한 자의 연대기 - ( 4 )
00. “으…음….” 얼마나 잔 것일까? 아무튼 자긴 잤구나 나…. 아직도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내가 왜 그랬지 라는 생각과 남자와 설마 동침하게 될 줄은… 게다가 만난지 하루밖에 안된 사람에게 말이다. 부끄럽지만… 부끄러워 할 필요도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면 에튜나는 없었으니까. 어디간거지? 싶으면 시계를 봤더니 11시를 기리키고 있었다. 한숨을 내쉰다. 내가 늦게까지 잔거구나. 하지만 내가 했지만 왜 에튜나를 침대로 이끌었을까. 별일 없긴 했지만 가슴이 뛰어 제대로 잠자지도 못하였다. 일단 옷을 벗고 씻기위해 샤워실로 들어갔고 따뜻한 물로 몸을 씻는다. 이제 나가려는 찰나에 문소리가 들렸고 들어온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에튜나 브라이언이다. 내가 샤워실에 있다는걸 인지하고서는 말한다. “오래도 쳐잔다. 나참…. 옷 여기있으니까 입고 나와. 지출이 심해서 밥먹고 일찾아야 되니까.” “아… 미안. 곧 나갈게.” 미안하다고 문 너머로 말하자 에튜나는 한숨을 쉬며 단호히 말했다. 그럴 시간 있으면 빨리 씻기나 하라고 말이다. 말버릇이 그럴 뿐이었지 가시가 돋히지도 않고 오히려 그의 나름대로의 배려겠지. 조금만 솔직해지면 정말 인기 많을 텐데…. 그러지 못하는 과거를 가졌단 것에 왠지모를 동정심이 느껴졌다. 일단 마음 한 편으로 접어두고 나는 샤워실에서 나와 물기를 닦은 후 옷을 입고 나왔다. 세탁된 내 옷에서 기분좋은 향기가 나 마음이 편해졌고 오늘은 기분 좋게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방문을 나와 주점으로 가 보니 에튜나가 나의 몫까지 구운 호밀빵을 시켜놓았다. 자리에 앉자 구수하게 구워진 빵의 단 내가 코끝을 자극했고 군침돌게 만들었다. 슈시아씨가 따뜻한 밀크티를 가져오며 내게 말했다. “좋은 아침이야 아가씨.” “아─, 감사히 잤습니다 슈시아씨.” “슈시아씨라… 후훗, 뭐 그래도 나는 상인이니까 돈을 받으면 서비스를 주는건 당연한거야. 감사는… 에튜나 쪽에게 해야하지 않을까? 네 몫의 빵도 시켰으니까.” 슈시아씨가 요염한 목소리로 답했다. 확실히…,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아도 내가 에튜나에게 신세진 단건 어제 뿐이었다. 이렇게 아침까지 챙겨주지 않아도 된단 소리인데 그는 챙겨주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착한 녀석이라고 생각해 고개글 숙여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미소지었다. “고마워 에튜나.” “흥… 낯짝 뜨겁게 그러지 마라. 맘 바뀌기 전에 얼른 먹기나 해 늑장먹보.” 늑장…먹…보…. 한순간 호밀빵을 집어던져 에튜나의 입에 쑤셔박고 그 입을 막아버릴까 했지만서도 에튜나는 부끄러운지 시선을 돌리고 빵을 빠르게 먹고있었다. 감사와 칭찬에 약한것일까? 의외로 귀엽다고 생각해버렸다. 빵을 다 뜯어 먹고 따뜻한 밀크티를 마시며 몸을 데웠으며 향후의 일에 대해 이야기 하였다. 내 목적은 레지스탕스로서 제국과의 대항에 조력을 얻기 위해 환심을 사는 것이다. 그 예가 패리스이다. 패리스의 헨돈 마이어 재건을 도와주면 패리스는 제국과의 싸움때 우리를 지원해준다고 하였다. 반면 에튜나는 돈만 있으면 무슨일이든 좋다고 하는것 같다. ……어라? 이거 차라리 내가 돈을 줘 데리고 다니면 되는 것 아닌가? 이것은 정답이지만 불가능했다. 본인 스스로가 땡전한푼 없어 에튜나에게 돈을 줄 수 없단 것이다. 그의 실력은 확실하지만……. 나보단 강한지 모르겠지만 실력은 좋다. 일단은 우리 둘 다 시궁창에서 일을 아직 더 할 생각이니 밤에 이곳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였다. 에튜나도 나에대해 의외로 신뢰가 생겼는지 데리고 다닐 줄 알았는데 일단 내가 하고싶은대로 하게 해줬다. 나는 일단 거리로 나선다. 패리스와의 거래도 아직 끝나지 않았고, 이걸로 마지막이긴 하지만 세인트 혼에서 내려와서 조력자로는 패리스가 처음이기 때문에 의외로 에튜나처럼 말을 틱틱 내뱉지만서도 마음 씀씀이가 깊은 여자고 친해지니 꽤나 편한 사람이었다. 오늘도 패리스에게 가보기로 하였다. “안녕하세요 패리스. 좋은아침이에요.” “응? 아아, 루덴이구나. 그래… 마지막 임무야. 이것만 성공시키면 우리들은 너희 레지스탕스가 필요하다면 후원해주기로 하지.” 패리스는 무언가 생각이 골똘히 잠긴듯 하다. 그리고 그 옆에서는 흑요정 남자. 싸움개 로엘과는 다른 남자였다. 금빛 머리의 단발. 단련된 근육, 겉으로 봐도 꽤나 훌륭한 실력자란것을 나는 가늠할 수 있었다. 그는 조금 심각한 표정으로 패리스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으며 그는 입을 열었다. “패리스, 이 녀석에게 부탁해도 되지 않아? 이야기를 들어보니 왠만한 니 부하들보다 쓸모있다며?” “……그래볼까. 좋아, 루덴. 네게 임무를 맡기겠어.” “이번엔 무슨 임무죠? 마지막인 만큼 힘들거라 생각되는데….” 패리스는 벽에 기대며 팔짱을 끼고서는 나를 보며 말했다. 내게 하나의 편지를 쥐어주고서는 말이다. “읽어봐.” 패리스의 말에 나는 묵묵부답으로 그저 편지를 읽고 있었다. ……러브레터? 아니 러브레터라기보다는 일방적인 협박에 가까운 것이었다. 알베르트 번스타인이란 남자를 열렬히 좋아하는 클라라라는 소녀가 보낸듯 하다. 하지만 어째서 패리스가 이런것을 보여주었을까? 시궁창 공주라 불리우는 실력자인 그녀이다. 결코 허투로 이런걸 보여줬을리가 없고 패리스는 부연설명을 하였다. “내 옆에있는 녀석이 알베르트 번스타인. 일단 내 협력자야. 이녀석에게 이야기를 들어봐.” “…패리스의 부탁으로 나는 과거 웨스트 코스트였던 장소로 갔어. 거긴 멜트다운 중에서도 탐구가 덜된 지역이라 패리스의 부하들만으로는 는 위험해서 나도 같이 갔지. 그리고 녀석을 봤어.” 알베르트의 장황한 설명은 이어졌다. 악녀 클라라. 사람인듯한 모습을 한 여성의 인형. 알베르트가 다녀온 웨스트 코스트는 과거의 장소가 아니었고 멜트 다운에서 좀 더 이질적인 곳이었다고 한다. 마치 체스판이 된 것처럼 지형이 변했고 석화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간들이 있었다. 그리고 클라라는 그곳에서의 여왕이라고 한다. 석화 바이러스를 퍼트린 주범으로 추측되기도 한다. 문제는 그런 그녀가 알베르트의 외모를 보고서 왕으로 만들려고 한다는 것. 알베르트와 부하들은 어떻게든 그녀를 죽이는데 성공 했지만 그녀는 부활했고 이 편지는 오늘 아침에 온 것이라고 한다. “미안하지만 나는 무리야…, 그런 녀석에겐 무서워서 가고싶지도 않다고.” “이정도로 관심받는것도 힘든 일인가 보군요.” “그리고 하나 당부하지. 석화 바이러스에 걸린 인간은 돌이되. 하지만──” 패리스에게서 이어지는 말은 조금 충격적이었고 나는 조금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 알베르트를 보자. 알베르트는 적잖이 겁에질린 모습이었다. 실력은 있어보이지만 역시 성격도 싸우는 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는 것일까? …어쨌든 내 임무는 정해졌다. 알베르트를 대신하여 클라라를 쓰러트린다. 그래야 패리스의 헨돈 마이어 재건의 한 걸음이 더 추가될 테니까 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패리스를 돕다가 어부지리로 알베르트를 돕게된 것이지만. 나는 대검을 들고 갈 채비를 준비하고 있었다. 적당히 포션 몇 개를 들고 가려는 찰나 내 뒤에서 에튜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혼자 갈 셈이냐?” “앗, 에튜나! … 어쩐일이야? 혹시 걱정되서 온거야?” “하, 지랄맞은 소리 마. 나도 같이 간다. 다른 임무가 생겼거든. 너희 이야기는 대충 들었어.” “엿듣는건 좋은 취미가 아냐. 에튜나.” “니가 네 보모냐?” 다시 본 에튜나는 새로운 검을 들고있었다. 어제 그의 검과는 다른 검이었다. 무엇인가 좀 더 흉흉하고… 그보다 에튜나의 모습에서 좀 더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좀 더 힘을 얻은듯한 느낌. 하지만 그의 말에서 변한 것은 없다고 느꼈고 외형적으로 바뀐 점이라면…. 그 이마의 헤드기어가 마치 살아있듯이 붉은 눈을 치켜들며 나를 응시하고 있단 점이다. “에튜나 그건…?” “새 귀신이다. 걱정마. 배고파서 그런거니까.” 에튜나는 그러고선 품속에서 말린 버섯을 헤드기어에 가져다 대자 헤드기어는 입을 만들어 벌리며 그것을 게걸스럽게 먹었다. “신경쓰지마.” “아, 으응.” 어떻게 신경 안쓸수가 있어? 복잡한 심정으로 길을 나섰다. 길을 나서는 도중 에튜나에게 무언가 물었다. 그 검과 그 귀신을 어떻게 해서 얻게 되었냐는 질문에 에튜나는 이제는 익숙해 졌다는지 내 질문에 곧바로 대답해 주었다. 01. 뚜벅뚜벅 발걸음을 옮긴 곳은 마스터 길드였다. 이곳에 연이 있는 것은 단 한사람이었다. 내게 소울 브링어의 길을 걷게 가르쳐준 사람. G.S.D이다. 그에게는 꽤나 감사하고있다. 동생들을 부양하는 도중에 귀수를 가지게 되어버린 나를 귀수를 억제시켜준 사람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가 제시한 길 중에서 나는 소울 브링어의 길을 걸었다. 그건 그가 제시해준 길이지 선택한 것은 나이기에 후회는 없다. 마스터 길드 내부에 G.S.D의 앞에 다가가자 그는 웃으며 나를 반겨주었다. “껄껄… 무슨일인가 에튜나. 얼굴을 보러 온 건 아닐테고…” “당신이 그런 소리를 할 리가 없잖아.” “───…심상찮은 기운이 다가온단건 알았지만…… 어느세 자질을 각성시켰구나. 괜찮은가? 광폭의 블라슈를 다루게 된다는건 네 명을 재촉하는 일과 같다는 것을 안알려주진 않았네만.” “이봐 영감. 내가 이녀석들과 지내면서 느낀게 뭔지 알아?” 나는 녀석에게 왼손의 귀수를 보여줬다. G.S.D는 아수라다. 눈을 잃고 빛을 잃어 깨달은 파동의 힘으로 귀수를 억누르는 자다. 그런 그가 세상을 볼 수 있는 것은 청각과 마음의 눈이라 불리우는 심안 덕분이다. 그 잘난 심안으로 볼 수 있겠지. 그런 생각으로 귀수를 보여주며 G.S.D에게 말한다. “이녀석들도 의외로 재밌단거야.” 씨익 웃으며 말하자 G.S.D는 침묵으로 일관할 뿐이었고 1분이 되기 전에 입을 열며 씨익 웃었다. “하하, 자네는 정말 재밌는 녀석이야…. 평소처럼 똑같네. 귀수로 느껴보게. 자네라면 이제 느낄 수 있을걸세. 그 아가미로 모든것을 쳐먹고 파괴하는 탐욕의 귀신을 말일세.” “…하, 뭐 됐어. 사실은 뭐… 고맙다고 말하려 온거다. 네 덕분에 힘을 얻었으니까.” 나답지 않은 같잖은 소리를 지껄였지만 사실이었다. G.S.D는 그런 나를 보면서 적잖이 놀란듯 하였고 곧 죽을 생각인가? 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 안뒤져 새끼야. 그런표정 짓지말라고, 하는 듯한 표정을 짓자 G.S.D는 이내 크게 웃었고 등 뒤에 차고있는 검 중 하나를 내게 집어던졌다. 나는 그것을 받았다. “이건?” “흑영도 - 킬리지. 자네가 가지고있는게 좋을 걸세. 나보다 잘 어울릴테니──.” “……헹, 나중에 달라고 해도 안준다. 뭐, 대신이라지만 이걸 주지.” 나는 허리춤에 차고있던 쿠레나이를 G.S.D에게 집어던지고 그는 내 쿠레나이를 받고서는 혀를 찼다. 사실 그 검도 녀석에게서 받은 거지만 G.S.D는 쿠레나이의 검날을 뽑아 날을 조금 훑어보고서는 큭큭 웃었다. “귀기에 쩔어있구먼. 너라면 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 “뭘 말이야?” “아니, 아무것도 아닐세 가 보게나.” 싱거운 새끼…. 뭐, 나는 G.S.D가 뭔 짓을 하든 신경쓰지 않는다. 애초에 녀석이 나쁜 녀석이 아니란 것은 말을 하다보면 적당히 느낄 수 있다. 애초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읽혀지지도 않지만 말이다. 자아… 그럼 이제 무슨일을 해 볼까. 시궁창까지 돌아가는 것도 귀찮으니 일단은 세리아에게 가 볼까. 밤에는 시궁창에 돌아가야하니 적당히 편한 일을 하면 되겠군. 툭── 그런 생각을 하며 걷자 마스터길드의 입구쯤에서 누군가와 부딪혔다. “앗… 죄송해요!” “…앞 똑바로 보고 다…ㄴ…?” 내가 부딪힌건 여성이었다. 한 손에는 파이를 들고 있었지만 그것을 떨구지 않았고 나와 부딪혀 살짝 뒤로 물러난 정도였다. 하지만 내가 놀란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하얀 머리와 에메랄드 눈동자. 조금 순해보이는 표정은 내가 아는 녀석과는 달랐지만… 그 외형은 진짜였다. “아니스…?” “네?” “어이, 아니스 나 모르겠어…? 네 오빠 에튜나다! 살아있었구나…!” “네?! 저, 저기… 그, 그, 그게─!” 아니── 아니다. ……여동생과 닮았지만 아니다. 목소리도 좀 더 여성스럽고, 성격도 너무 순해졌다. 내가 알고있는 여동생과는 너무 다르다. 손으로 강하게 녀석의 어깨를 누르던 손을 떼어내고 떨어졌다. 조금 미안한 짓을 해버렸다. 갑자기 모르는 남자가 이러면 누구라도 당황할 테니 말이다. “……미안, 아는 녀석이랑 닮아서 말야. ……잊어줘라.” “아, 네….” 갑자기 기분이 꿀꿀해졌다. G.S.D와 만나서 평범했던 기분. 그리고 갑작스레 동생들중 장녀 녀석을 찾았다는 생각에 기뻤지만 그것은 다른 사람이었다. 어떻게 할줄 모르겠는 이 상황에서 나를 도와준 것은 그녀였다. 그녀가 먼저 내게 말을 걸어주었다. “아…저, 그… 제 이름은 아니스 바인스타이에요. 그쪽은요?” “……아, 에튜나 브라이언이다.” 이름까지 똑같은거냐. 정말이냐.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었다. 이름까지 같다. 분명 성은 다르지만 이름은 같다. 게다가 외모까지도…. 그런 그녀는 나를 보면서 환하게 웃고서는 손을 흔들었다. “빠르게 나가시던데 가실데가 있나봐요? 나중에라도 찾아와주세요. 언더풋 사과 파이라도 대접해드릴게요.” “───공짜 밥이면 괜찮겠지. 아아, 나중에라도 찾아오지.” 언제 이뤄질지도 모를 약속을 잡아두면서 그녀는 나를 편안하게 보내주는 배려를 보여줬다. 주는 것을 거부 안하는 성격인 나이지만 이런 배려는 고맙다. 나는 G.S.D에게서 받은 킬리지를 허리춤에서 다시 제대로 메는 시늉을 하며 그녀의 호의를 고맙게 받아 걸어가기로 하였다. 뒤를 돌아보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고 있었을 것이다. 아침부터 이상한 일이 꼬이고 세리아에게 가기로 하였다. 세리아에게 가면 시궁창에서 할 일이 아니더라도 좀 더 쉬운 일이 있을것만한 느낌이 들었으니 말이다. 분명 세리아에게 가면 세리아는 일단 내게 시궁창에서의 일은 어땠냐고 물어보겠지. 뭐, 대강 상상이 되어 피식 웃으면서 세리아에게 당도하면 세리아는 머리가 아픈듯이 땀을 흘리며 쓰러져있었다. “…야, 세리아. 무슨일이야?!” “에튜나씨… 머리가… 머리가 아파요… 소리가 들려요…….” “소리…? 무슨 소리인데?” “순수한 목소리… 구슬피 울고있어요… 멜트 다운 쪽에서… 들려…와요…. 부탁해요, 그녀를 구제해주세요….” 하, 도대체 뭔 일이 이렇게 많아? 하면서 욕짓거리를 했다. 하지만… 세리아의 부탁이니 거절하기도 그렇다. 게다가 세리아의 상태가 심상치 않아보이는데…. 세리아와 내 관계는 일을 주선해주고 일을 해주는 관계이다. 그로인해 친해지기도 했다. 내가 까칠하게 해도 녀석은 변함없이 웃으며 날 맞아주었으니까 말이다. ……이번엔 솔선수범해서 내가 도와줄 때인가 싶다. 애초에 세리아가 계속 이 상태라면 일을 더 주선받을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적당히 물수건을 냉수로 차갑게 하여 세리아의 이마맡에 올려놓고서는 케이가를 불러 빠르게 시궁창으로 달려갔다. 02. “……어째서인진 모르겠지만 새 귀신이 내 헤드기어에 붙어있더라고.” “잠깐잠깐 세리아가 아프다고? 그전에 귀신을 얻은 경위도 모르겠잖아!” “세세한거 신경쓰지 마, 할머니 된다.” “할머…?!” 내가 위에서 한 이야기중 거짓은 없다. 물론 아니스를 만났다거나 하는건 빼고 이야기했다. 별쓸모도 없으니까 말이다. G.S.D가 나도 이제 블라슈를 다룰 수 있을거라 말하긴 했지만…, 내 귀신들은 전부다 내가 강해짐에 따라 정신을 차려보면 내 귀수에서 함께 하고 있었다. 이번 블라슈는 귀수가 아닌 내 헤드기어에 정착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시궁창에 돌아오자 패리스와 알베르트 번스타인인지 뭔지가 루덴과 이야기하는걸 본의아니게 엿듣게 되었다. 멜트 다운은 대부분 정리했다고 하였고, 세리아가 그녀라고 정의하였고 패리스들은 악녀 클라라라고 정의했다. 둘다 여성을 나타내는 말이었으니 필시 그 클라라를 쓰러트리면 된다는 것이겠지. 멜트 다운. 구 시가지까지 정리되있는걸 보아서는 확실히 진척되는것 같기는 하다. 구 시가지… 그러니까 헨돈마이어의 옛 거리를 지나 기억상의 웨스트 코스트로 달려가는 도중 루덴이 내게 의문을 표했다. “에튜나! 정말 이 길이 맞아?! 약도도 없이 어떻게 아는거야!?” “내가 살던 곳을 내가 모르면 어떻게 하냐?” “뭐?” “…대전이 이전에는 헨돈마이어의 주민이었다고. 주민이랄까… 거지새끼였지만.” 내가 그렇게 말하자 루덴은 아무 군소리없이 따라오기 시작했다. 또 자기가 괜한걸 말했겠구나 하는 착각에 빠져있겠지. 이미 지난 일이고 별로 상관없는 일인데 왜 남일을 자기일 처럼 신경써서 손해를 보는지 나는 도통 모르겠다. 뭐,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로 하였고 웨스트 코스트에 도착할 때 즈음엔 그곳은 내가 알고있는 웨스트 코스트가 아니였다. 바닥은 체스판처럼 흑백의 칸으로 이루어져있었고 체스말처럼 된 폰과 나이트가 움직이고 있었다. “이녀석들은…” “에튜나! 저 사람들은 석화바이러스로 돌이된 인간들이야!” “흐음… 그래서?” “……──── 죽여.” 나는 적잖이 놀랐다. 녀석이 아무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라 할 리가 없었다. 분명히 석화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간이니 죽여서는 안된다. 클라라인지 뭔지를 찾아 쓰러트리면 풀릴 것이다. 그러니 죽이지 말고 피해서 가자.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혀 동떨어진 대답에 나는 루덴을 보았고 루덴의 표정은 비장했다. “이유는?” “…패리스가 말했어. …이성을 잃고 우리를 공격할 정도라면 바이러스가 뇌까지 퍼져서 구제할 길이 없다고….” “───그래, 그렇단 말이지. 그럼 뒤로 물러서, 내가 할테니까.” “아니──, 내가 할께.” 농담하지마. 라고 말하려고 하였으나 그 목소리는 입밖으로 튀어나오지 않았다. 루덴이 천천히 걸어와 어느세 내 앞에 나타났으며 검을 바꿨다. 그 대검은 새파란 갈라틴으로 바뀌어 루덴은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리고 어느순간에 돌들은 몇조각으로 베어져있었다. 빨랐다. 아니 그것을 넘어선 신속. 마치 환영이라도 본듯하여 루덴의 움직임을 거의 포착할 수 없을만큼 빨랐다. 그러면서도 나는 절단면을 보았다. …깨끗하게 베어져 절단면조차 매끄러워보인다. 과연── 이게 루덴 아인이라는 년의 진짜 실력이란건가. 속으로 감탄사를 내뱉지만 겉으로는 놀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고 루덴은 그 붉은 눈동자로 나를 응시해왔다. “자, 가자──” “……, 확실하군. 절단면으로 보건대 이미 장기까지 돌이되어서 인간이 되더라도 구제할 길이 없겠군. 그렇지만… 만에 하나란게 있었을 수도 있었어. 클라라인지 뭔지하는 년을 쓰러트리면 돌아왔을지도 모른다고.” “……패리스의 말이니 믿었을 뿐이야 에튜나. 그리고… 걱정해줘서 고마워.” 루덴은 얕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응시했고 나는 머리를 긁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너 걱정한거 아니니 빨랑 내 뒤에서 길도 모르잖아.” “아, 응, 부탁할게.” 03. 황금빛의 갑옷을 입은 창을 들고있는 남성은 한 여성의 앞에서 예를 갖추며 무릎을 꿇고있었다. “침입자입니다. 여왕님.” “으음… 그래? 알베르트 님이야?” “…아뇨, 그것이… 다른 모험가인것 같습니다.” “아아~ 그럼 필요없어. 나한테 오기전까지 죽여버려.” 한 여성은 금빛의 머릿결에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있었고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으며 지루하다는듯이 손을 털었다. 그리고서는 체리 한 덜기를 따 먹으며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우며 남자한테 비정한 말을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했고 그리고 돌이된 말 면상의 나이트들을 이끌고 수풀 너머로 사라졌다. 여자는 혼자 남아 실룩실룩 웃으며 목소리를 내었다. “하아~ 알베르트님~ 알베르트님~ 내 왕자님은 언제 오실까~” 단지 잔혹한 소녀의 따분함일 뿐이었다. ───── 4화! 클라라 개인적으로 좋아합니다. 출렁거릴거같아요. |
인간찬양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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