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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찬양a | 날짜 : 2014-05-25 00:03 | 조회 : 437 / 추천 : 2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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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가난한 자의 연대기 - ( 1 )
눈 앞의 여성. 올곧은 붉은 눈동자와 흰 색의 머릿결. 이목구비가 뚜렷하여 그렇기에 척 보아도 미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녀석이었다. 소문으로 들은적이 있다. 대 전이 이전의 소문. 패리스의 별명이 시궁창 공주라는 이유. 성격이 난폭하기 그지없고 승리를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더티 스트리트 파이터. 하지만… 그 아름다운 외모에 칭찬 반, 비꼼 반. 그래서 그녀의 별명이 시궁창 공주. 하지만 초면부터 막되먹은 녀석처럼 막말이라 기분이 언짢다. 로엘의 어깨에서 내려와 패리스를 노려보며 말한다. “이 곳은 초면부터 욕짓거리가 인사냐?” 상당히 공격적인 어투로 말하자 패리스는 코웃음을 치며 내게 사뿐히 걸어왔다. 정신을 차려보면 코앞까지 가까웠고 패리스는 살기도 내지 않으며 무표정인 채로 벽돌을 휘둘러 내 머리를 노려왔다. 그것에 반사적으로 케이가의 보법을 빌어 공격을 피하고 패리스의 등 뒤로 돌아섰고 패리스는 바로 발로 뒷발차기를 시행하였고 나는 놀라 이번에도 반사적으로 쿠레나이로 그 발공격을 막아냈다. 그리고 거리를 벌리고서 패리스를 노려보며 말했다. “무슨 짓이야!?” 그에 반해 패리스는 조금 놀랍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응시했고 손을 허리에 대며 오만한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호오, 설마 내 발차기까지 막을줄이야… 어디서 굴러다온 어중이 떠중이는 아닌 모양이네.” 마치 나를 시험했다는 듯한 말투가 나를 더 짜증나게했다. 나랑 별반 차이없이 뒷골목을 서성이던 이름날릴 뿐인 녀석이 마을 재건이랍시고 지원받으면서 남 위에있다는듯이 깔보는 그 말투가 맘에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에게 적의가 없다는 것 정도는 알았고 일단은 참기로 하였다. 하지만 일단 참는다고 하더라도 이유가 있었다. 일단은 나도 몇번이나 용병짓거리같은 것도 해봐서 상대의 실력정도는 알 수 있다. 그리고 방금의 합으로 패리스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 일단 케이가를 거두고 패리스의 움직임을 생각했다. 벽돌, 피하지 않았다면 분명 죽었을 터이다. 그 이전엔 살기를 없애고 내게 담담히 걸어오는 것은 마치 자연스러워 어떠한 위화감도 느낄 수 없었다. 게다가 케이가로 녀석의 뒤로 피했을 때에 바로 알아차리고 발로 급소인 사타구니를 노리는 공격. 게다가발을 막은 쿠레나이를 든 오른손이 떨렸다. 힘과 기술 모든게 갖춰져있었다. 괜히 이름 난 스트리트 파이터가 아니라고 과시하듯이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식은 땀이 절로났다. 패리스가 그 사이에 로엘이라는 흑요정을 돌려보내고 적당히 나무상자에 걸터앉은 뒤 내게 물었다. “세리아가 보낸 모험가지? 어차피 아니더라도 이 시궁창에 발들인 이상 부려먹을려고 했지만 말야.” 정말 말투 한 번 재수없게 한다. 마치 내가 평소 노예였던 것처럼 말하는게 말이다. 이를 갈며 따질까도 했지만 실력차를 알면서도 개죽음을 당하는 멍청이는 아닌지라 일단 가만히 있기로 하였다. 그녀의 말투가 정말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말이다. 패리스는 이내 다리를 꼬으며 종이조가리 한 장을 건넸고, 나는 그것을 받았다. 종이는 대강의 지형이 그려진 약도였다. 약도를 받자 그것을 보는 동안 패리스는 말을 이어나갔다. “대 전이 이후엔 헨돈마이어가 버섯포자 때문에 사람이 살 수 없게됬어. 우린 그곳을 헨돈 마이어가 아닌 멜트 다운이라 부르지. 뭐, 네가 보고있는 약도는 대 전이 이전의 헨돈마이어의 거리였던 곳이야. 이쪽에 가서 방해되는건워버리고 와. 얼간이라도 알아듣겠지?” “얼간이라 부르지 마. 난 에튜나 브라이언이다 이 빌어먹을 년아!” 계속 듣다보니 짜증난다. 애초에 이름도 아닌 얼간이로 부르는게 예의인가? 내가 할 소리는 아니지만 개념 참 밥말아먹은 여자다. 결국 욕짓거리를 해버리고 말았고 내 인내심이 낮다고 하기 이전에 이정도면 참을 만큼 참았다고 생각한다. 패리스에게 검을 휘두르기 위해 쿠레나이를 뽑으려는 순간 패리스가 상자에서 일어나 먼저 내 멱살을 붙잡고 그 얼굴을 가까이 해왔다. 패리스가 눈을 마주쳐 노려보자 위축될 것 같다. 일단 상당히 미인상에 이목구비가 뚜렷하여 노려본다면 위압감이 든다. 하지만 자존심이 허락않고 나도 패리스를 노려보았다. 정적이 흘렀고 정적을 먼저 깬 쪽은 패리스였다. “풋…! 푸하하하하!! 좋아, 네녀석이 여기에 무사히 다녀온다면 이름으로 불러주지. 보상도 두 배로 말이야.” 패리스는 멱살을 잡던 손을 떼어놓고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게다가 내게 내기를 걸었다. 내용은 매우 흡족했다. 그녀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는 느낌이 확실하였지만 그 뒤의 보수의 두 배 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씨익 웃으며 패리스에게 물었다. “정말이겠지?” “한 입으로 두 소리 안해.” 확실히 녀석이나 되는 인물이 한 입으로 두 소리를 하면 자존심이 깎여나가는건 물론이고 위상도 떨어질 것이다. 그리고 패리스는 내가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려 하자 한 마디를 덧붙인다. “아, 그리고 레지스탕스에서 도우미차로 온 여자가 있는데 그곳으로 갔어. 어제부터 돌아오지 않는데 겸사겸사 찾아봐. 혹시나 감염됬으면 죽여버리고.” 나도 사람이야 열 명 가까이 죽여본 적은 있다. 뭐 살기위해 그러려니 하는거니 이제는 별로 양심의 가책도 느껴지지 않았고 이번에 죽이는 사람은 포자에 감염되어 제정신이 아닌 녀석. 뭐, 더욱이 양심의 가책을 느낄리가 없다. 하지만 따질거는 있었다. “이야기가 다르잖아. 추가 보수를 준다면 해 주지.” 이쪽도 위험을 무릅쓰고 하는 것이다. 일을 함부로 하는게 아니다.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오지 않는다면 일 할 생각은 없다. 사실 돈이 필요해 물불 가릴 처지는 아니지만 패리스는 침을 바닥에 뱉으며 짜증나는 낯짝으로 말했다. “쳇, 그래그래, 줄테니 바짝 다녀와. 약도 챙겨가고.” 패리스가 약도를 가리키자 나는 그 약도를 찢어버렸다. 패리스는 그 행동에 의아해 하였고 나는 제 갈길을 갔다. 사실 약도따위는 필요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나는 패리스에게 등을 돌린채 걸어가며 말했다. “내가 고향에 간다는데 지도가 무슨 필요야?” 01. 확실히… 대 전이의 영향이후로 헨돈마이어 쪽에 발 한번 들이지 않았었지만 이건 심하다. 오는 길만 해도 곳곳에 수풀과 이상한 버섯 괴물, 그리고 전갈이라던가 흑노립단이라는 이름모를 새끼들을 죽여오며 구 시가지에 도착했다. 파괴된 지형과 음습한 분위기가 오감을 자극했지만 확신할 수 있었다. 헨돈 마이어다라고. 그리고선 자신의 고향이 이렇게나 붕괴된 것을 보고서는 짜증이 났다. “빌어먹을….” 고향도 고향이거니와 내 동생들이 있던 집쪽으로 걸어가 보면 역시 집으로 가는 길도 부숴져있고 집도 부숴져있다. ……기분나쁜 예감밖에 들지 않았지만 집안에 들어서면 아무도 없었고 물건들만 깨지거나 흐트러져있었다. 딱히 시신으로 보이는것도 없고 아직 살아있다고 믿고 싶다. 세상이 분명 잔혹하고 우리들에게 손을 뻗어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난 내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내 동생들이 어디선가 잘먹고 잘 살고있다고 믿고싶다. 누구 동생들인데 음음…. 일단 그렇게 생각하고서는 부숴진 집을 나서고 구 시가지를 걸어가보기로 하였다. “일단 오긴 했는데 말이지… 방해되는 것들이라 해도… 음?” 정말이지 아무렇게나 서성이다 보면 역시 파괴된 헨돈마이어, 아니 멜트 다운이라고 불러야 하는건가? 아무튼 지역의 이름 답게 유령들이 보였다. 아니 아마 저건 원혼일 것이다. 늑대의 형상을 한 것이 마치 라이칸슬로프를 연상시키는 모습이었고 그들이 나를 보고서는 인지했다. “워우 워우… 나는 싸우고싶지 않아. 그러니까 들여보내주지 그래?” 씨알도 안먹힐 소리지만 일단은 말해본다. 하지만 역시 씨알도 안먹힐 소리란 것인지 녀석들은 날카로운 손톱과 이빨을 들이밀며 나를 향해 빠르게 날아왔다. 얕은 한숨을 내쉬면서 쿠레나이를 뽑는다. 왼 팔의 귀수로 쿠레나이의 검신을 한번 훑고서는 귀기를 담아 녀석들을 가볍게 베어냈다. 서걱─! 하고 베어지기는 커녕 마치 칼로 물을 베어내는 듯한 손맛이었다. 이래서 원혼은… 쯧. 그리고 아무리 동포가 죽어도 원혼에게는 의지가 없다. 강한 사념이 있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그도 그렇듯이 그 뒤의 라이칸슬로프들도 나를 향해 손톱을 갈며 돌진했고 나는 피식 웃으며 귀수를 휘둘러 케이가를 소환하여 보법을 빌려 녀석들의 등 뒤를 걸어갔다. 「오늘 따라 자주 부르는군」 “네가 좋은걸로 해 둬.” 「흐음, 그렇다면 녀석을 부르는건 아닌 것 같군.」 “뭐 상관없잖아. 그럼 가자.” 터벅터벅걸어가 라이칸슬로프들이 나를 찾고 있었고 나를 찾아낸 라이칸슬로프가 내 뒤를 노리려 하자 라이칸슬로프는 붉은 손톱에 의해 소멸되었다. 붉은 갑주를 입으며 모든 것을 소멸시킬것만 같은 소름끼치는 위압감을 가진 귀신. 카잔. 카잔은 소환된 자리에서 남아있는 라이칸슬로프를 가볍게 도륙내며 내 귀수로 다시 돌아오며 한 마디를 하였다. 「빌어먹을 녀석. 왜 저것밖에 없는거야!」 “다음엔 더 많이 줄테니 참아. 참나 동생들이 없어도 니녀석들 챙기는데 바쁘다고.” 「그럼 부르지 않으면 되잖냐.」 케이가가 거기서 태클을 거니 나로서는 할 말이 없었다. 일단은 공생관계 비슷한 것이다. 다른이들은 카잔 증후군을 없애고싶어 못말리는데 나로서는 녀석들이 없다면 곤란하다. 녀석들이 내 힘의 원천이니까 말이다. 패리스의 의뢰는 일단 방해되는 녀석들을 처치하라는 것이었는데 생각 외로 몬스터들은 없다. 아까 라이칸슬로프들도 금새 생겨난 녀석들 같고…… 그러고보니 레지스탕스에서 온 여자녀석이 있다고 했지. 그녀석 짓이겠군. 나참, 그놈의 여자 여자. 조금은 진저리가 난다. 딱히 남자가 좋다는건 아니지만 여자도 좋아하진 않는다. 특히 떽떽거리는 패리스같은 년. 몇걸음 걷자 내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건물 모퉁이 너머로 들리는 소리였고 모퉁이를 등진채 살짝 상황을 지켜보았다. 넓은 공터에 왠 백발의 여자가 기절한 채로 있었고 한 라이칸슬로프… 다른점이 있다면 붉은 손을 가진 라이칸슬로프였다는 것이다. 게다가 원령치고는 움직임이 단순하지 않았고 또 한… “일리아… 사랑스러운 일리아…… 내 그대를 찾아냈소….” 말 또한 할 수 있는것 같다. 저정도면 상당히 강한 사념이라는 건데…. 게다가 일단 저 붙잡힌 여자가 레지스탕스 소속의 여자일수도 있고… 아무래도 감염된것 같지는 않은데. 어쩌지…. 그리고 여자는 서서히 눈을 떴고 그 원령을 향해 애처로운 듯이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당신이 말하는 일리아가 아니야….” 무슨 소리인지는 대강 감이 잡히지만 그 말을 듣고서는 그 라이칸슬로프 원념은 슬픈듯이 통곡했다. “일리아… 어째서 알아주지 않는거오! 내 그대를 찾아낸건 나요… 그리고 그대를 사랑하는 것도 나요! 우리들의 사랑의 언약을 잊었소…?! 오오, 내 사랑하는 일리아….” 그리고 그 라이칸슬로프의 붉은 손이 여자에게 닿으려고 하자 여자는 고개를 돌리고 몸을 움츠리며 소리친다. “…싫어…!” 상황이 꽤나 흥미진진하다. 이런거 지켜보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라 계속 지켜보고 싶은데…. 대충 그렇게 생각이 갈 때 즈음엔 케이가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도와주지 않아도 되는가?」 “재밌잖아 좀 지켜보자고.” 「……자기가 죽은줄도 모르는 원념따위가 무슨짓을 하든 상관은 없지만. 저 여자. 저렇게 놔두다간 죽게된다. 저 여자는 아무래도 저 원념과 싸울 생각이 없어보이는군. 이대로는 여자가 윤간당할께 뻔하지만 네녀석은 그런걸 보는 인간이었나? 뭐 나와는 상관 없지만.」 ……뭐, 귀신이랑 원념은 개념이 다른것이기는 하지만 귀신쪽이 원념따위들보다는 고차원적인 존재들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케이가가 하는 말이니 어째서인지 신뢰성도 있고. 솔직히 저 여자가 죽은 다음에 내가 저 녀석을 죽인다면 임무 수행성공에 보수도 톡톡히 받을 수 있다. 애초에 저 여자가 감염된건지 아닌건지도 모르기 때문이지만…. 그래도 여자가 강간당하는걸 지켜보는 취미는 없다. 무릇이 자기가 직접 한다면 또 모를까. 한숨을 내쉬고서는 쿠레나이를 뽑아든채 걸어간다. “할 수 없지… 어이, 거기. 멈추는게 좋을걸.” 그렇게 말하자 붉은 손의 라이칸슬로프는 목소리가 터져나온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마치 늑대처럼 크르르…거렸다. 뭐가 크르르…야 원념따위가. “웬놈이냐! 너는… 내 일리아와 나의 혼약을 방해하는건가…?!” “뭐어… 그쪽의 여자랑은 상관 없지만… 나는 일단 너를 죽여야되서 말이지. 그리고 웬놈이냐! 라고 묻는다면…” 쿠레나이에 귀기를 담고서는 씨익 웃으며 녀석을 응시했다. “지나가는 거지다.” ──── 던조에 야설되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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