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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ro | 날짜 : 2016-04-02 18:11 | 조회 : 942 / 추천 : 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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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그림리퍼 -1-
프롤로그
http://df.gamechosun.co.kr/board/view.php?bid=cartoon&num=1304501&cate=3 심심풀이 삼아 썼던 걸 이어서 쓰니까 어찌보면 저 글이 프롤로그가 되겠군요 -- 데이지의 꽃말은 겸손, 아름다움, 그리고 희망과 평화. *** 그녀는 언더풋에서 태어났다. 그녀가 악착스런 첫 울음을 울 때는 대전이가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혼란의 시대였다. 그녀의 동족 흑요정은 익숙치 않은 햇빛에 눈이 멀어갔고, 인간은 새로운 땅에 발을 딛고자 했으며, 흑요정은 인간을 증오했다. 죽이고, 방어하는 살육전이 지속되었다. 시체가 쌓여갔다. 그녀의 부모는 그 혼란의 시기에 휩쓸려 죽임을 당했다. 그래서 그녀는 '어두운 언더풋'을 몰랐고, 그녀 부모의 얼굴도 몰랐으며 출생 근거조차 몰랐다. 그녀는 언제나 모르는 것 투성이었지만 그녀를 키워 준 할머니는 언제나 옛 이야기로 대답을 대신했을 뿐이었다. 그녀의 할머니는 강직하고 과묵했다. 얕게 패인 주름이 고풍스럽기까지 한 그녀는 숨막힐 듯 새까만 알프라이라 산, 정다웠던 노이어페라, 용암이 흐르던 동굴 따위의 이야기를 할 때에만 옅게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래서 어린 그녀는 무슨 이야기인지도 모른 채 이야기를 듣고 있었고, 그러고 있노라면 사근히 잠이 들었던 것이다. 그녀가 태어난 지 다섯 해가 지났을 때 혼란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언더풋이 지상으로 전이되기 이전, 번성했던 도시 '핸돈마이어'에 자리를 잡고 있었던 몇몇 흑요정들-카곤, 샤란, 클론터-에 의해 인간과 흑요정 간의 대화장이 마련되었고, 흑요정 한 켠에서는 인간과의 '공존론'을 주장하는 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윽고 파가 두 갈래로 나뉘었다. 메이아 여왕을 비롯하여 헨돈마이어에서 생활하던 흑요정들이 공존론에 힘을 실었고, 장로 '사프론'을 축으로 한 원로원들이 그에 반발하고 나섰다. 그녀의 할머니는 메이아 여왕의 최고시녀로서, 그 자신 또한 '공존론'의 편에서 강력히 주장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자신이 누구의 딸인지, 자신을 키워 준 할머니가 누구인지조차 모르는 그녀로썬 그러한 상황을 알 방법이 없었음은 물론이다. *** "여왕이시여, 원로원의 뜻을 윤허하여 주옵소서. 인간은 오만하고 어리석으며 만해(萬害)의 주동입니다. 우리는 그 추악한 이기심에 가리어 어둡고 습한 알프라이라 산 지하에 처박혀야만 했습니다. 만해의 주동일 뿐 아니라 한없이 웅크리고 살아와야만 했던 슬픔의 원흉이기도 합니다. 어찌 그런 인간과 함께 살 수 있단 말입니까." 메이아 여왕의 푸른 눈썹이 움찔거렸다. 사프론의 말에는 가시가 돋혀 있었고 강직하기까지 했다. 그들은 머리를 조아리고 예를 표하면서도, 기운으로 말하고 있었다. '어찌 머리에 피도 안마른 어린 여왕이 시국을 판단하려 하는가.' 여왕은 그러한 환청 속에서 눈을 질끈 감았다. 거센 곰과 같은 그들의 기세를 지우려 애를 쓰는 와중이었다. "여왕이시여, 대의명분과 분노만으로 상황을 판단치 마시옵소서. 시각을 넓히고 더욱 먼 미래를 바라봄이 옳은 줄 압니다." 프리지어 꽃 같은 목소리였다. 사프론이 고개를 들어 눈을 부라렸고, 메이아 여왕은 천천히 눈을 떴다. 사프론의 시선 끝에 고고한 자태의 배서러가 메이아 여왕에게 고개를 조아리며 예를 표하고 있었다. "어찌 한낱 시녀가 정국에 참여하려 하는가!" "장로는 그 말을 거두세요. 그녀는 내 최고시녀로서 내게 조언을 할 권리가 있습니다." "……." 회장에 정적이 감돌았다. 최고위원급 회의에 처음 참석한 마티어스에게조차 장로와 여왕 사이의 보이지 않는 칼부림이 보이는 것 같았다. 정적을 깨고 다시 입을 연 것은 사프론이었다. "어떤 대의명분을 떠나서라도, 아무리 분노를 삭힌다 할 지라도, 놈들은 동족의 고향, 노이어페라를 짓밟았습니다. 맑던 물은 썩었고, 나무들은 모두 시들었으며 우리가 쌓아올린 모든 문화가 문드러져 부서졌습니다. 그 정든 고향을 사악한 사도 디레지에가 휩쓸고 있습니다. 여왕께선 어찌 그들을 용서하리이까?" "제가 알기로 그 사안은 밝혀진 것도 없고, 조사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다 들었습니다. 제 마음 또한 미어지고 찢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 그것을 인간이 저질렀다는 어떠한 증거도 나오지 않고 있고, 따라서 지금 그들을 미워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오히려 우리들의 기술력과 그들의 협력을 통해 원인을 밝히는 게 옳다고 봅니다. 관련된 가신은 고개를 들라." "소인, 여왕님을 뵈옵습니다." "과인의 의견이 어떠한가?" "마땅한 줄로 아뢰옵니다." "……." 사프론의 부시도록 새하얀 안광이 고개조차 들지 못한 가신을 꿰뚫었다. 가신은 땅에 닿을듯이 머리를 조아렸다. 또다시 정적이 흘렀다. 논의 안건이 좀처럼 앞으로 나아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번에 정적을 깬 것은 배서러였다. 그녀는 프리지어같은 목소리로 천천히 또박또박 말했다. "그동안 헨돈마이어에서 생활하던 자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그들에게 하문(下問)함이 어떠신지요." "시녀는 그 입 닥치라! 어찌 감히 때와 장소를 구분하지 못하는가!" "사프론 원로! 이 이상 최고시녀를 모욕하면 나에 대한 모욕으로 간주하겠어요. " 채찍질을 주고받는 듯 한 대화였다. 사프론의 목소리는 낮고 빠른 쇠사슬 같았고, 여왕의 목소리는 나이에 맞지 않게 위압적인 목소리였다. "보좌관은 거기 있는가!" 여왕이 소리쳤다. 정갈하게 옷을 입은 클론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소인, 여왕님을 뵈옵습니다." "그대의 생각은 어떠한가. 그대가 인간을 비롯한 많은 종족과 교류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인간이라 함은 이기적이고 잔인하다 향간에 알려져 있사옵니다만, 그것은 실제와 다소 거리가 있는 듯 보입니다. 제가 만났던 인간은 자신의 목적이 뚜렷하고 그곳에 몰두할 줄 알고, 자신의 무지(無知)를 알며 그를 부끄러워 하지 않습니다. 그에 따라 그들은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나가는 종족이라 할 수 있겠으며, 적어도 소인이 만나왔던 인간들은 모두 성실하고 성심이 고왔던지라, 제가 위기상황일 때에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특히 아라드 대륙부터 신비스러운 저주의 땅 마계의 입구까지 통틀어 활동하는 '모험가'들은 그 힘이 강력하고 집단성이 있어 우호 관계를 유지한다면 큰 도움이 될 줄로 아뢰옵니다." *** "이 빌어먹을 젊은 놈의 새끼들!" 탁자위에 있던 다섯 잔의 음료가 일제히 넘실거렸다. 원로 램루는 끓는 속이 고통스러워 견딜 수 없다는 듯이 자신의 가슴께를 거세게 쳤다. 곧장 얼굴이 터질 것 같은 램루를 비롯해 다른 세명의 원로의 얼굴은 새빨간 빛이 섞인 흑요석처럼 되어 있었다. 사프론은 그들을 등지고 창문 너머 고요한 언더풋의 광장을 멀거니 내다보았다. 흑요정의 땀과 피가 서린 저 광장에 인간의 더러운 발을 들일 수는 없었다. 그는 터질듯한 분통을 애써 눌러담으며 돌아섰다. "배서러, 그 늙은 여우를 제거해야 한다." "어찌 그 시녀를…?" 원로들의 얼굴에 홍조가 가라앉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의아하다는 표정이었다. "한낱 시녀라 해서 방관한 것이 큰 걸림돌이 되고 말았다. 지금 저 철없는 여왕을 움직이는 건 여왕이 생각이 아니라 늙은 여우의 교활한 혓바닥이다. 그렇다면……" 사프론이 잔을 들어 음료를 단숨에 마셨다. 잔을 내려놓은 그의 외눈에 힘이 바짝 들어가 있었다. "혀를 잘라 내야지." *** 배서러가 그녀의 낡은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 아이, 데이지는 잠들어 있었다. 언젠가 주워 온 낡은 인형을 깔끔하게 제봉해 준 적이 있었다. 데이지는 그것을 꼭 안고 자고 있었다. 어리디 어린 이 작은 꽃이 자신을 따르고 싶어한다는 것을 배서러는 알고 있었다. 배서러는 데이지의 곁에 앉아 그녀를 지켜보다가 책상으로 갔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정성들여 쓴 편지에 자신의 지문을 찍고는 다시 데이지의 곁으로 돌아가 그녀를 깨웠다. "으응, 할머니……" "데이지. 오늘은 이 할미가 부탁을 하나 하고 싶구나." 어린 눈망울에 금새 활기가 돌아왔다. 배서러는 그녀에게 심부름을 시킨 적이 없었다. 하물며 자고 있는 와중에 깨운 적도 없었고, "이 편지를 미네트에게 가져다 주거라. 데이지도 벌써 5살이나 되었으니까 혼자서 가져다 줄 수 있지?" 포근한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던 적도 결코 없었기 때문이다. *** 데이지가 미네트의 숙소를 찾아가 문을 두드릴 때에는 이미 날이 완전히 지고 난 후였다. 미네트는 문을 열고서 의아하고 당혹스러운 눈으로 데이지를 바라봤다. 평소에 비해 많이 들떠있는 데이지가 쫑알대며 편지 한장을 건넸다. 배서러의 인장이 찍혀있는 것을 보고, 미네트는 서둘러 그녀를 문 안으로 들였다. 미네트는 데이지에게 쿠키와 따듯한 우유를 대접하고서 인장을 뜯어 편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연신 편지와 데이지를 번갈아 보았다. 편지를 다 읽고 난 후, 그녀는 한참동안이나 편지를 놓지 못하다가, 결국 그것을 구겨버렸다. 미네트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 아니, 슬픔인지, 분노인지 모를 것이 서려 있었다. 그녀는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결국 미네트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아―――!!! 터지듯 미네트의 비명이 울려퍼졌다. 그녀는 고개를 치켜세우고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데이지가 겁먹은 표정으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미네트는 데이지를 안았다. 그리고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데이지에게 속삭였다. ―괜찮아, 괜찮아, 데이지, 오늘은 언니네 집에서 자고 가렴……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렴…열 밤만, 아니, 하룻밤 만이라도……― 다음날 아침, 언더풋 광장에 배서러의 부고가 실렸다. 자신이 누구인지,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항상 아름다운 이야기만 들었던 데이지는 배서러의 죽음조차 알지 못했다. *** 스토리 참조 및 출처 던전앤 파이터 공식 홈페이지 : http://df.nexon.com/df/guide/dictionary/person?page=3&q=%C8%E6%BF%E4%C1%A4 이 이야기는 던전앤 파이터 공식 스토리를 바탕으로 쓰였습니다. 배서러, 데이지, 사프론을 제외한 원로는 가상의 인물입니다. *** 안녕하세요 Xro입니다. 혹시 쪽빛들레라고 하면 아는 사람이 있을 지 모르겠네요 벌써 6~7년이나 지난 아이디니까... 던파타임이 있을 당시(악성코드로 범벅이 되어있긴 했지만) 처음으로 소설을 창작해서 올리고, 재미를 느껴 꾸준히 쓰다보니 던탐 배너까지 달고 소설을 쓰다가 2기 기자단으로 발탁되어서 (기자단 시스템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긴 할까요...) 당시로선 던파통신에서 정말 보기 드문 소설 연재로 활동을 했었는데 그때 당시 던통에 왜 소설이 올라오냐 기자단하기 좃나쉽네 등등 뭐 뼈에 사무치는 욕들도 많이 먹었고 상처도 많이 받다가 썼던 소설이 뜬금없이 오늘의던파에 뜨는 바람에 그동안 욕먹었던거 싹다 잊어버리기도 하고 그랬었는데, 한창 삶에 치이고 군대도 다녀오고 보니 기자단은 던파캐스트? 로 바뀌어 있었고 심심찮게 소설도 많이 올라오고 하더군요 참 뿌듯했습니다 역시나 아직 비주류긴 하지만... 그래서 한참 전에 생각난 김에 던조 소설게시판에 글을 하나 끄적거렸었는데 지금와서 한번 그때처럼 정성들여 써볼까? 생각이 들어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쭉 이어나가볼까 합니다 프롤로그 제목은 손풀기로 되어있지만 주요 내용은 쉐도우댄서, 나아가 나이트메어와 그림리퍼의 캐릭터 설정스토리를 보고 쓴 것이니 이 이야기의 토대가 될 만 합니다. 얘기하다 보니 많이 길어졌네요 여전히 비주류인 것은 알지만 소설게는 항상 나름대로 꾸준히 써주는 분이 있으시고 하니 재미삼아 써보려 합니다 모쪼록 귀엽게 봐주시고 지적할 만한 사항, 질문, 혹은 의견이 있으신 분은(없겠지만)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감사합니다. |
X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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