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 뉴스
H4TCH3T | 날짜 : 2024-08-10 13:56 | 조회 : 31340 / 추천 : 2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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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상화의 신'님께서는 메이플 멀티버스에 인커전을 일으키기로 했답니다※ 앞으로 리포터 뉴스는 돌아온 해칫이 올리고 싶은거 막 올립니다. RPG를 플레이하는 데 있어서 목적의식은 참 중요한 일이다. 실제로 누군가는 자신의 캐릭터가 나날이 다르게 강해지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또 누군가는 가장 고전적이지만 확실한 목적인 끝판왕을 마주하고 이를 격파하는 엔드 콘텐츠 도전으로 성취감을 느끼기 위해, 또 누군가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관계를 쌓아나가는 커뮤니티 형성으로 만족감을 느끼기 위해 시간 그리고 돈을 소비하고 있다. 2015년에 출시한 메이플스토리의 특수 월드(서버)인 리부트 월드의 출시는 바로 이러한 RPG 본연의 재미 강화에 집중하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다. 이용자 간의 거래 불가라는 페널티를 부과하는 대신 장비 강화 시스템을 최대한 단순화하고 빠른 성장과 각종 보정을 붙인 '리부트 월드'의 존재는 엔드 콘텐츠 진입을 위해 시간뿐만 아니라 타 게임에 비해 장비와 육성 수준의 허들이 굉장히 높았던 소위 말하는 '메이플스토리의 가려운 부분'을 확실하게 긁어줬기에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던 이용자들도 점차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사실 리부트 월드는 기존 메이플스토리와는 다른 게임이라고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출발점부터 이미 독자적인 노선을 걷고 있었다. 칭호, 마스터 라벨, 전투복 바우처 티켓, 자석 펫과 같이 엔드 콘텐츠 진입을 위한 필수 패키지를 구매하는 것을 월 정액권을 끊는 '상용화 게임' 혹은 시즌 패스와 치장용 아이템이 주요 BM으로 들어가는 '패키지형 콘솔 게임'에 대입해도 될 정도로 페이 투 윈(P2W)과는 거리가 멀었고, 굉장히 이용자 친화적인 방향이었다. 당연히 리부트 월드는 클래식 서버를 별도의 게임으로 운영하는 다른 타이틀처럼 처음부터 콘텐츠 전개나 밸런싱을 별도의 방향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었으나 출시 초기의 리부트 월드는 그야말로 하는 사람만 하는 촌동네에 가까웠기에 드라마틱한 변동 사항은 없었고 실제로도 제작진이 굳이 리소스를 할애하여 손을 볼 이유와 명분도 없었다. 그렇기에 일반 월드와 론칭 초기의 리부트 월드는 소 닭 보는 정도의 관계에 불과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리부트 서버가 본격적으로 활기를 띠게 되면서 주문서-스타포스-추가옵션-잠재능력-에디셔널 잠재능력으로 이어지는, 도무지 뚫리지 않아 '나생문' 밈이 붙을 정도로 악랄한 일반 월드의 성장 구조를 견뎌온 이용자들이, 리부트 월드의 비교적 완화된 성장 구조를 일반 월드에 대한 역차별로 받아들이게 된 것은 한 지붕 두 가족의 당연한 수순이었다.
앞서 말한 천장이 보이지 않는 5중 강화는 차치하고서라도 일반적인 RPG는 대부분 시즌 업데이트 상황에 따라 소프트/하드 리셋을 적용하거나 기존 장비의 성장치를 인계하는 시스템을 마련해두며 물갈이를 하고 있었지만, 메이플스토리는 오랫 동안 구조 개선이 없었고 이로 인해 하이엔드 아이템이 바뀌더라도 기존 이용자들은 '나생문'을 뚫고 한참 예전에 맞춘 장비를 계속 사용하면서 그 장비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참지 못하는 예민한 기조를 형성하고 있었다. 특히 2021년 장비 성장 과정에서 추가옵션, 잠재능력 부여 아이템의 확률 조작 사실이 밝혀지며 한 차례 홍역을 앓았는데, 이를 유료 재화인 캐시가 아니라 내부 재화인 메소로 해결할 수 있게 정상화하고 보니 일반 월드의 이용자들은 비교적 정상적인 구조에 따라 성장하고 있던 리부트 월드의 이용자들에게 비해 상대적 박탈감을 품게 되며 일반 월드와 리부트 월드 갈등이 격화되기 시작한다.
결국 메이플스토리 제작진은 이 문제에 대해서 결국 정상화라는 이름의 칼을 뽑아 들며 리부트 월드의 혜택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갔다. 24년 1월 업데이트 내용은, 거래가 안되지만 재화 획득 보정을 받아 메소로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월드에서 메소 획득 보너스가 사라지고 일일 획득량에도 제약을 거는 일종의 '사다리 걷어차기'에 가까운 만행이었는데 이로 인해 한참 스펙 업에 매진해야 할 중위권 이용자들이 전멸, 새로 시작하려는 이용자 또한 빠른 성장이라는 메리트가 사라진 리부트 월드를 찾을 이유가 없어지며 그 인구수가 20% 수준으로 급감하게 됐다. 심지어 그리고 줄어든 인구수로는 최상위 콘텐츠 접근이 불가하다는 명목으로 결국 8월 8일 메이플 나우 라이브에서는 급기야 리부트 월드의 일반 월드화를 발표한다. 외눈박이 마을에 나타난 두눈박이들에게 안대를 씌운 것도 모자라 결국 눈을 뽑아 함께 외눈박이로 만들자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물론, 이러한 갈등에서 결과적으로 일반 월드 이용자들의 손을 들어준 제작진의 입장도 전혀 이해하지 못할 판단은 아니다. 성장 과정조차 비즈니스 모델의 일환으로 설계해두었던 제작진 입장에서 P2W 파이를 포기한다는 것은 굉장히 리스키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이미 고정적으로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캐시카우들을 두고 언제 마음이 떠날지 모르는 신규/복귀 유저들을 위하는 것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누가 쉬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이해하는 것과 별개로 게임의 지속성과 대외적인 이미지 메이킹 측면에서 이번 '일반 월드화'라는 이름의 '리부트 월드 폐지'가 정말 옳은 선택인지는 의문이 든다. 육성과 성장에 비정상적인 시간과 비용 소모를 요구하는 게임이 결국 '5000만 언저리의 전투력에서 성장을 멈추고 재획에만 매진하며 이를 수익으로 환산하는 일부'와 '후발주자들이 돈을 내고 쩔을 받지 않으면 허들을 정상적으로 넘기 힘든 상황을 빌미삼아 폭리를 취하는 일부' 그리고 '집값처럼 아이템의 가치를 수호하는데 여념이 없는 일부 이용자들'의 손을 들어준 모양새가 됐다는 것은 무엇을 시사하고 있는 것일까?
심지어 일반 월드화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완벽한 융화 정책은 아니라는 것 또한 문제의 소지가 있다. 리부트 월드의 재화와 장비들이 일반 월드에 급작스레 유입되면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것은 원론적으로 맞고 이를 점진적으로 해결해야하는 사안이라는 점에 동의하지만, 결국 일반 월드와 리부트 월드 이용자들 사이의 분쟁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1개월 이내에 모든 재화를 소모할 것'을 요구하고 '귀속의 표식'을 장비에 부착하여 리부트 월드 출신에게 낙인을 찍으며 '자석 펫 이용료는 추가 지불하세요'는 암만 봐도 쉬운 길을 택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물론, 장비 한 부위 성장에 현금으로 20만원 가까이 소모되는 기존의 비정상적인 구조에 대해서 '가치 보존이 안되는 일반 월드는 폰지사기'라고 생각하거나 '언젠가 쓰던거 되팔아서 회수를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버티면서 리부트 월드가 망하기를 비는 이용자들의 방향 잃은 애증이 정상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결국 이들은 제공되는 서비스를 즐기는 선에서의 개인 선택의 영역일 뿐이지 잘못을 따지거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긴 어렵다.
결국 현 사태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일반 월드의 구조와 체질 개선을 차일피일 미룬 끝에 일반 월드 이용자들이 자신의 캐릭터와 아이템 그리고 위치를 보신하는 것 매몰되어 이성을 잃게 만들고, 그 총구를 애꿎은 리부트 월드의 이용자들에게 돌리게 만들면서 시작부터 지향점이 달라 평행선을 달려야 했을 두 월드가 '시빌 워'를 거쳐 하나로 합쳐지는 '인커전'을 촉발한 개발진들에게 있다. 차라리 처음부터 두 월드를 별도의 게임으로 운영했다면 혹은 적어도 두 월드를 융화시킬 생각이라면 일방적으로 리부트 월드에게 일방적으로 끌어내리는 형태의 정상화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일반 월드의 성장 구조와 시스템도 함께 끌어올리는 형태의 쌍방 정상화로 중간을 찾았다면 작금의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겠는가, 이미 일반 월드와 리부트 월드라는 멀티버스가 충돌하는 '인커전'은 발생했고 결국 리부트 월드는 서서히 사라지게 됐다. 그런데 유념해 둘 것이 하나 더 있긴 하다. 마블 코믹스에서 등장하는 인커전은 '한쪽 세계만 소멸하는 결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양쪽 세계가 쌍방 소멸하는 결과'도 있다는 것이다. 과연 갈라치기 아니 '정상화의 신'님께서 어떤 방식으로 인커전에서 메이플 월드를 구원할 수 있을까. 팝콘과 콜라를 들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지켜보자.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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